"난 있잖아, 매달 이혼했어. 생리할 때마다."
오십 대 초반쯤인 그는, 생리가 시작되어 영 찌뿌둥하다는 내 말을 이렇게 받았다.
"얼마나 편한지 몰라. 생리할 때마다 온갖 트집을 잡아 남편을 괴롭혔는데, 이젠 안 그래. 남편도 편하고, 나도 세상 편하고."
"갱년기 증상은요? 안 힘드셨어요?"
"나는 아주 스무쓰(smooth) 하게 넘어갔어. 그거 졸업해서 아주 신나."
월경은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barometer), 월경 전 증후군은 이렇게 극복해라, 생리대는 이렇게 써라. 성교육에서는 이런 것만 알려줬다. 광고나 건강 프로그램에서는, 갱년기가 되면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얼굴이 화끈거리고 우울증도 올 수 있고, 에스트로겐이 감소해서 골다공증이 생기기 쉬워진다고 겁박을 해댔다.
힘들어도 감사히 맞아야 하는 '달거리.' 달마다 하는 거사(巨事)다.
생리 일주일 전부터 몸이 붓고 평소 입에 안 대던, 단 과자를 사 먹는다. 생리 전날에는 온 세상이 잿빛이다. 때마침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으면 그것 때문에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절망만 곱씹게 된다. 그러다가 팬티에 피가 비치면, 생리하려고 그랬구나, 무릎을 친다. 생리하는 3일 간 허리, 아랫배, 골반, 다리까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 몸이 무겁고 찌뿌둥한 게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진다. 생리대 때문인지 회음부도 따갑다 못해 쓰라리다.
한 마디로 미치겠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마흔이 될 때까지 한 달에 보름씩 겪어 왔는데, 늦된 타입이라 그런지 매번 새롭다.
매월 일주일가량 월경에 붙들려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어렵고, 허리랑 머리가 아프고, 속도 메스껍고, 월경혈 특유의 냄새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환영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월경이 규칙적이고 순조롭다는 것은 여자로서 건강하다는 뜻이므로 실제 월경이 갑자기 멈추거나 월경에 이상이 생기면 더 걱정되지 않을까요? - 배정원, 「자존감 성교육」, 김영사, 2022. p.63.
아이들과 읽으려고 산 책에서 이 부분을 읽는데, 문장들이 내 마음을 섣불리 이해하고 충고만 해 대서, 참 섭섭하다. 생리가 끝나면 얼마나 신나는지, 그런 얘기를 누군가 써 놓지 않았을까. 오기가 생겨서 집에 있는 성교육 도서를 몽땅 모아 놓고 생리 부분을 뒤적였다.
평균적으로 만 51세 전후가 되면 월경이 완전히 끊어진다...... 이 시기를 '갱년기', '폐경' 등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여성이 끝난 것이 아니라 완전해졌다는 의미로 '완경'이라고 한다. 보통 완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성호르몬이 이전보다 감퇴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성호르몬이 증가하기 때문에 남성성과 여성성이 균형을 이루는 평온한 시기가 된다. - 제인폰다, 「돌직구 성교육」, 나선숙 옮김, 예문사, 2016. pp.168-169.
여성이 끝난 것이 아니라 양성이 균형을 찾음으로써 완전해지는 것, 그것이 '생리 졸업', '완경'이다. 월경에 입문해서 35년 간 매해 열두 번, 420번의 시험을 거치면 졸업이다. 어떤 여성들은 생리로 인한 불편감이나 건강문제가 심각해서 자궁 내 피임장치를 삽입하거나 호르몬제를 복용하면서 졸업을 맞는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고, 경험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각자의 방법이야 어떻든, 우리는 다 같이 '완경'에 이른다.
나보다 열 살쯤 많은 인생 선배가 경험했다는 완경의 후련함, 안도, 기쁨은 특별한 소수만의 이야기가 아닐 거라는, 나에게도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얼추 십 년쯤 남은 건가,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 완성되는 그날이.
*사진 : Unsplash (Budka Damdinsu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