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게단' 들으면서 명상하는데요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 더 집중할 수 있다?

by 서모니카

“굿바이, 너의 운명의 상대는 내가 아니야! 아프지만 부정할 수 없어-♪”


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 줄여서 히게단)’ 특유의, 공기를 좌악 가르며 올라가는 보컬이 문을 열고, 그 틈을 기타 스트로크와 드럼이 촘촘하게 채워 넣는다. 시원하게 때려 박히는 건반도 빼놓을 수 없다.


기운 없을 때마다 찾아든는 나의 ‘최애 곡’이다. 출근 전, 심기일전을 위해 잠시 소파에 앉아 무선 이어폰을 끼우고 노래에 집중했다. 이거 한 곡만 다 듣고,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서 출근하는 거야.


노래에 아주 집중하면 음악이 하나의 덩어리로 들리는 게 아니라, 악기들이 제각각 뚜렷하게 분리되어 귀에 꽂힌다. 드럼 킥의 두근거림, 베이스 라인의 묵직한 진동, 보컬의 호흡 사이사이까지. 전부 따로, 동시에 존재하는 듯했다.


심지어 내 심장 박동도 리듬에 맞춰 두근두근 뛰고 있다는 걸 의식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황들은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몰입해 있다는 증거였다. 과거도 미래도 없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박자’만이 나를 잡아끌고 있었다. 이게 명상 아니면 뭐겠는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음악이 내 호흡을 잡아주고, 내 시선을 고정시키고, 내 마음을 현재에 묶어버린다.


명상은 호흡에 집중하는 거라고 일반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 본질은 ‘대상’이 무엇이든 깊이 몰입해서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것이다. 호흡은 나를 현재에 집중하도록 묶어주는 ‘닻’과 같은 역할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대신, 히게단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도 유사한 효과가 생긴다.


기타 소리에만 정신을 쏟다 보면 다른 생각은 잠시 멈춘다. 후렴구가 터질 때, 미래 걱정이나 과거 후회는 자동으로 퇴장한다. 뇌파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다. 음악 감상과 명상 모두 알파파·세타파를 늘려 이완을 돕는다는 것. 즉, 과학적으로도 ‘음악 명상’은 꽤 근거 있는 시도다.


‘근데 히게단 같은 시끄러운 밴드 음악도 괜찮아?’라는 의문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나의 짧은 ‘명상력’에 비추어 감히 말하건대, 명상은 규칙이 아니라 태도다. 히게단이나 데이식스처럼 강렬한 밴드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해도 현재에 집중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에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다만 방식을 조금 달리해야 했다.


감각 관찰 명상: '지금 기타 소리가 들어온다', '보컬이 올라간다' 하고 순간을 따라간다.

에너지 변환 명상: 드럼 비트에 심장이 빨라지고 느려지는 걸 컨트롤하려 하지 말고, 그냥 관찰한다.

감정 관찰 명상: 가사 때문에 벅차오르거나 씁쓸해지는 그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즉, 잘만 쓰면 음악은 산만하게 만드는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집중의 앵커’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수험생 시절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때로는 더 집중력이 올라갔던 것처럼.


그렇다고 매번 음악 명상이 ‘베스트’인 것은 아니다. 그럼 언제 음악 명상을 하는 게 좋을까. 바로 ‘강력한 방’이 필요할 때다. ‘눈 감고 10까지 세기’라는 응급 처치로도 진정이 안 될 만큼 감정이 요동칠 때, 누가 툭 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처럼 감정이 넘칠 때.


혹은 외부로부터 나를 차단할 때도 음악 명상을 선택한다. 대로변에서 마음을 챙겨야 하는데, 자동차 소리며 사람들 떠드는 소리며 온갖 소음에 도저히 나의 내면에 집중할 수 없을 때는 음악의 힘을 빌린다. 아까 언급한 것처럼 출근길처럼 ‘에너지를 빡!하고 내야 할 때’에도 꽤 유용하다. 음악 한 곡은 2~3분 내외이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고 단기간에 에너지와 집중력을 끌어올리기에 딱이거든.


전통적인 호흡 명상은 고요함 속에서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깊이 들어갈수록 섬세하다. 반면에, 음악 명상은 다채로운 자극을 활용한다. 호흡 대신 음악을 대상으로 삼아 현재에 집중한다. 둘 다 장단점이 있다. 고요를 원하면 조용히 앉으면 되고, 에너지가 필요하면 음악을 틀면 된다. 스마트폰에 음악 앱과 명상 앱이 따로 있듯,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요즘은 자동차도 하이브리드 시대인데 명상이라고 꼭 하나만 고집할 필요가 있나 싶다.


명상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정언 명령이 아니다. 지금 일어나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게 명상이다. 그러니까, 히게단을 들으며 눈을 감고 호흡을 느끼든, 눈 뜨고 가사에 울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당신이, 내가,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 어쩌면, 때로는 히게단의 노래가 당신의 호흡보다 더 빠르게, 더 정확히 당신을 현재로 데려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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