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0. 일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의외의 내 모습은?

5%의 빌런을 대하는 자세

by 버블리

“야, 너도 나중에 돈 많이 벌기는 틀렸다.”


작년 여름, 지인과 대화 중 실제로 들었던 말이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은 “저는 제가 고객을 골라서 받고 싶어요”로, 내 말이 끝나자마자 상대방은 한숨을 쉬며 저렇게 말했다.


당시 우리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둘 다 고객들의 구매로 먹고사는 입장이었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에서 고객을 골라서 받고 싶다고 하니, 내 말이 이상하게 들렸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내 두 눈동자에서 빛을 뿜어내며)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현실에 대한 불평이나 신세한탄의 맥락에서 뱉은 말이 아니라.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담일을 하면서, 수백 명의 사람을 상대해오고 있다. 그리고 최근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나와 연결되는 사람들 중 스무 명에 한 명 꼴로, ’빌런’과도 같은 존재들이 평화로운 내 일상에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진 건, 이들을 대하는 내 태도였다.


Self Q&A : 나 사용 설명서 11화는, 일을 하며 새롭게 발견한 내 모습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담일을 하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하루 종일도 상담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

글자 그대로다. 동시에, "저는 고객을 골라서 받고 싶어요" 라는 말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이 유형과 상담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겨난다. 일이 일로 느껴지지 않게 해주는, 감사하고 희소한 존재들이다.


2. 질문이 끊이지 않는 '물음표 살인마'들

캐나다 어학연수와 유학을 준비하던 과거의 버블리가 여기에 속한다. 어떤 마음으로 하는 질문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더 귀찮은 마음이 아닌, '이 사람의 궁금증과 불안함을 최대한 깔끔하게 해결해주고 싶다'의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유형이다.


3. 스무 명 중 한 명꼴로 등장하는,
5%의 '빌런'

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바로 그 유형이다. 이를 규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상대방의 말과 태도에서 무례함이 감지되는 순간 빌런으로 분류한다. (대화를 시작하고 짧으면 15초, 길면 1분 이내에 파악이 가능하다.)


많은 경우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하고 있지만, 어쩔 때는 첫 상담 전화가 끝남과 동시에 '이게 마지막 통화였으면 좋겠다.' 라는 솔직한 마음이 든 적도 있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까지 고객으로 만드는 것도 개인의 역량이라고 한다면, 나는 이 부분에서 부족한 사람이 맞다.




5% 라는 낮은 수치 덕분인지는 몰라도, '버블리님은 상담하면서 스트레스 크게 안 받는 거 같아요.' 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무엇보다 이쪽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계신 회사 대표님으로부터도 같은 말을 들었을 때는, '내가 이 일이랑 진짜로 잘 맞구나.' 라는 기분 좋은 확신도 얻었다.


이런 내가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5%의 빌런이 등장할 때다. 하지만 전화기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내 스트레스 수치는 금방 제자리를 찾는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답은 내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빌런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000들


'아, 이래서 내가 골라서 받고 싶다고 하는 거였지.'


위에서 정의한 빌런들과의 통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사실 그들의 비중이 단 5% 라는 건, 나머지 95%는 (정말 감사하게도) 내 스트레스 수치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이렇다 보니, '나는 내 꿈의 고객들이랑 일한다.' 라는 열망이 자연스럽게 흐릿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등장해 주는 게 바로 3번 유형의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내 스트레스 수치를 순간적으로는 올려주지만, 동시에 내 마음속 꿈을 다시 선명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가 된다.


'빌런의 탈을 쓴 조력자들' 로 바라보는 이유다.




5%와의 연결이 반복될수록, 나는 내가 가진 능력과 내게 없는 능력을 각각 한 가지씩 알게되었다.


1. 의미 기반 긍정형 인간이었다.


스스로 긍정적인 성향인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긍정적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다 잘 될 거야!' 느낌의 무조건적인 낙관이라기보다는, 의미 기반 긍정형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떤 일이든 그 안에서 의미만 찾을 수 있다면, 뭐가 됐던 겪어내고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2.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언제나 '존중'이었다.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나는 일에서조차 존중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고객을 골라 받고 싶다는 꿈을 감히 가질 수 있는 것도, 가치의 우선순위가 확실하기에 가능했다.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존중이 빠진 관계에서 오래 머무를 능력이 나에게는 없었다.






오늘의 질문


Q1. 평소의 나와, 일을 할 때의 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Q2.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나요?


Q3.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내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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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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