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는 미쳐서 살았고 깨어나서 죽었다

꿈이 이루어지면 꿈에서 깨어나

by 디노

"용맹이 극에 달했던 강인한 시골 귀족이 여기 잠들도다.

그대의 목숨 위에 죽음이 드리워도

죽음이 승리하지 못했다고 알리고 있네.

세상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는

세상의 허수아비이고 도깨비였네.

그의 행운을 증명해 준 그런 시기에

미쳐서 살고 제정신이 들어 죽었노라."

(돈키호테, 산손 카라스코가 돈키호테 묘비에 남긴 글)


대학교 때가 생각난다. 나의 어머니는 종종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열심히 해서 너 사촌형처럼 빨리 자리 잡아라". 그 당시 사촌형은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 와서 좋은 대학을 다녔고 졸업해서는 대기업에 다니며 결혼도 하고, 일찌감치 안정적인 삶의 괘도에 진입했다.

어머니의 말뜻은 알았지만 나는 그 말을 극도로 싫어했다. 피가 끓던 그 시절 나에게는 족쇄를 채우는 듯한 갑갑함을 주는 단어는 '안정'이었다.


나에게는 '안정'이란 단어보다 '원본'이란 단어가 강렬히 나를 당기던 시절이라 남들이 선호하던 '복사본'과는 대조적인 삶을 원했다. 치열하게 공부하여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좋은 직장 그중에서 대기업에 들어가 돈을 모으고 결혼하고, 그렇게 흘러가는 삶이 마치 잘 사는 것이고 성공적인 인생이라는 통념에 대한 일종의 반항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원본'의 삶을 살기 위해 나름 고군분투했다. 깨지고 좌절하고 후회되는 순간들도 참 많았다. '그냥 남들이 했던 것처럼 살았으면, 어머니 말을 들었으면 내 삶이 지금보다 좀 더 안정적이었을까.'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이곳저곳 스크래치도 많이 났고, 아문 상처도 있고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상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행복하다. 부족한 것도 많지만 이대로 만족한다.


돈키호테는 세상이 모두 조롱해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놓지 않았다. 풍차를 거대한 괴물로 착각하며 창을 들고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그러나 우리는 왜 그를 비웃지 못하는가. 그는 적어도 가슴 뛰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말하는 ‘정상적인 길’을 벗어나 그만의 길을 걸어갔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는 어리석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용감했다. 세상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믿는 것을 향해 나아갔다. 나도 그러고 싶다. 어리석다고 비웃어도 좋다. 미쳤다는 말을 들어도 괜찮다.

다만,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현실에 순응하는 대신, 나의 길을 개척하는 '원본'삶을 끝까지 잡고 싶다.


나는 꿈을 꾸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좋을 듯싶다. 꿈이 이루어지고 그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 계속해서 꿈을 꾸며 사는 삶, 그 꿈을 좇아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닐까.


나는 끝까지 나만의 풍차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미쳐서 살다가 깨어나서 죽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삶이다.

"돈키호테는 미쳐서 살았고 깨어나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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