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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Sep 19. 2022

출근 한 시간 전에 향하는 곳

카페에서 시작하는 하루의 의미

몇 주 전부터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 의도한 일은 아니었다. 어느 누가 일찍 출근하는 것을 원하겠는가. 그것도 한 시간이나 일찍. 이사한 도시는 이제 막 지어진 곳이라 교통수단이 부족했다. 입주한 지 두 달이 넘어서야 집 앞에 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딱 두 대만 다니는 버스로 인해 배차간격은 1시간이다. 출근하는 아침에도 한 시간 간격으로 운영한다. 그리하여 나는 7시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선다.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8시 15분쯤 된다. 출근 시간은 9시 30분. 한 시간 넘도록 시간이 남는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출근하는 기분이라 가고 싶지 않다. 왠지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 자의로 근무 시간을 연장할 필요는 없으니, 나는 다른 곳에 머물고자 했다. 이른 시간에 열려 있는 곳은 한정적이었다. 스타벅스 혹은 맥도날드.


아무래도 시간을 보내기에는 카페가 적합하다. 아침을 깨울 수 있는 커피도, 허기진 배를 채울 디저트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한적함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의 카페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녔다. 친구나 지인들과 왁자지껄 소리를 내며 대화하는 사람들은 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혼자 자리 잡아 커피 한 잔 혹은 빵을 곁들여 아침을 채우고 있다. 카페에 떠도는 소리는 음악과 직원들의 목소리뿐이다. 출근길에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많다. 그들은 짧은 시간만 머물다가 떠난다. 아침에만 볼 수 있는 이러한 소란스러움이 좋다.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의 소란이기에.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한 소란이기에.


사람들이 오고 가는 문쪽과 최대한 멀리 있는 테이블에 앉는다.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은 방해를 받지 않아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천천히 한 모금씩 머금는다. 눈은 펼쳐진 페이지에 수 놓인 활자에 고정한다. 지하철 안에서 읽었던 페이지가 이어져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방해하는 사람도, 정류장을 확인하는 일도, 북적이는 인파도 없어 편안함을 느낀다.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몽롱했던 정신이 글을 읽을 때마다 하나씩 깨어난다. 서서히 정신이 또렷해지는 감각이 선명해진다.


신유진 작가의 『몽카페』는 오순도순 나만의 카페 이야기를 나눈 듯했고, 김파카 작가의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는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삶을 알려줬다. 인터뷰집에 나오는 작가들은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전했다. 글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오늘의 존재를 기억하게 해준다. 직장과 집만 오고 가는 일상 속에서 하루를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잊히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다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다른 하루로 남는다. 오늘도 그저 흘러가는 여러 날 중 하루가 아님을,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았음을 일깨워 안도감을 준다.


비록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하고, 누구보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지만. 카페에 앉아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독서를 하는 동안에는 피곤함을 잊어 새로운 날을 맞이할 힘을 얻게 된다. 커피 한 잔은 잠을 깨우기 위한 수단이 아닌, 하루를 알차게 시작할 동력이 된다. 커피와 책으로 얻은 에너지로 출근길에 다시 나선다. 또 다른 시작이다.


무엇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만큼은 세상과 부대끼지 않고 세상 속에 머물 수 있었다. 그러니 나는 그 정도의 거리가, 그 정도의 삶이 좋은 것 같다.

신유진,『몽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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