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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란 Sep 28. 2016

완전무결한 귀여움

세상모르고 잠든 강아지를 바라보는 시간

곤히 잠자는 강아지의 얼굴만큼 완전무결한 귀여움이 또 있을까? 물론 없지야 않겠지만 세상모르고 잠든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보다 더 귀여운 존재가 어디 있을까 싶어진다.


세상 편안하개
볼살이 눌려도 나는 모르개
개라큘라 등장
오늘도 누나 침대 차지했개


벌러덩 드러누워 쿨쿨 자는 뭉구의 모습을 볼 때면, 이따금 뭉구가 지금보다 아기였을 적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도 꼭 이러고 잤는데, 몸만 커졌지 잠든 얼굴이며 자세는 고대로구나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런 생각이 든다. 

뭉구가 다 커서, 점점 나이를 먹어도 이 애는 평생 내게 아기겠구나, 하는.


3개월이었을 때나 막 11개월에 접어든 지금이나 내 눈에는 여전히 '아가'인 것처럼, 앞으로도 뭉구는 3살이 되건 11살이 되건 나에게 늘 '우리 아가'일 것이다. 머리로는 이제 몇 살이구나, 사람으로 치면 이미 할아버지겠구나, 알고 있어도 내 눈에 비친 뭉구는 그러나저러나 귀여운 우리 아가일 테니까.


자는 얼굴도 귀엽고, 졸린 표정도 귀엽고, 자다 깬 모습도 귀여운 내 새꾸, 우리 애기.


아직 졸리개, 더 자고 싶개
주님, 오늘도 귀여운 심장폭행범이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
자다 깨서 고양이 세수하개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밤새 원고 앞에서 씨름을 하다가도 평온하게 자는 얼굴을 보면 웃음이 난다. 아마 그 평온한 얼굴을 잠깐이나마 들여다보는 보드라운 시간이 있기에 다른 퍽퍽한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거겠지. 사실 한 번 쳐다보면 잠깐이 아니라 한참 들여다보게 될 때가 결코 적지는 않지만…. 


일상이 고단할 때는 위로를, 지루할 때는 기쁨을, 즐거울 때는 더 큰 미소를 안겨주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방금도 등 뒤에서 자고 있는 뭉구를 돌아보고 배시시 웃었다.


사랑하는 내 강아지, 잘 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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