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대고,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좋아서 세상이 전부 아름다워 보이는
그런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을 기억하는가?
나의 첫사랑도 그랬다.
몸짓 하나, 표정 하나에도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 그를 볼 때마다
나를 희생하는 것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와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알게 된 ‘엄마’라는 황홀경에 빠져
이제 다른 사랑은 없을 줄 알았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둘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인생의 재미를 못 느낄까 봐
신은 나에게 이따금씩 변수를 선물해주시는데,
이번에는 좀 큰 변수였다.
첫째를 낳고 복직을 하니, 동기들은 하나 둘 승진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나지는 않아도 뒤쳐지지는 않던 나였는데
아이를 낳고 회사를 다녀보니 ‘뒤쳐짐이란 이런 것이다’를 완전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포기가 안되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매진한 시간이었다.
그 결과 2년 정도 늦었지만 승진을 했고,
승진에 따른 부서 이동과 함께 한시름 덜고 이제 즐거운 회사생활을 해야겠다고 룰루랄라 하고 있을 그 무렵!
... 둘째가 불쑥 찾아왔다.
그동안 승진 결과 발표 전까지 맘을 졸여야 했던 스트레스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은 줄 알았다.
첫째 임신을 확인해주시기도 했던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은
너무 잘됐다며 둘째는 걸어서 나오니까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고 얼떨떨한 표정의 나를 다독여주셨다.
그렇게 내게 마음의 준비 같은 건 할 새도 없이 세상에 나온 둘째는
(당연하게도) 걸어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말 내가 낳은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귀엽고 순한 아기다.
첫째를 챙기면서 회사도 다녀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태교라고 부를만한 행동은
별로 한 것 같지는 않지만 건강히 무탈하게 임신기간을 보냈다.
둘째는 다들 빨리 나온다길래 출산 예정일보다 먼저 나올 것 같은 근거 없는 생각으로
출산 예정일 3주 전부터 출산 휴가를 시작했는데
운동도 잘 안 하고(한 여름이라 덥다는 핑계), 잘 안 먹고(더워서 입맛이 없어) 그랬더니
마지막 진료 때 아기가 작으니 많이 먹으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서 아기 키우는데 좋다는 수박을 참 많이 먹었는데
아기가 작아서였을까, 예정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는 것이 아닌가!
회사에서는 출산했냐며 연락이 오기 시작하고(행정처리 때문에)
가족 및 지인들의 연락이 슬슬 부담스러워질 무렵(오늘도 아니야?)
예정일보다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드디어 진통이 왔다.
병원에 도착한 지 2시간 만에 순산,
사주를 보실 줄 아는 시아버지는 느긋하고 착한 아이가 태어났다며
나중에 크면 칭찬 많이 해주라고 하셨다.
그렇게 태어난 둘째와 함께한 지 이제 만 9개월,
네 살 위의 첫째가 아기였을 때가 어땠는지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그런지
“엄마에게 아기는 나뿐이야”를 온몸으로 내뿜어내며
나를 다시 한번 사랑에 푹 빠지게 한다.
뽈뽈뽈 열심히 기어가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획 돌아앉아 나를 보며 씩 웃는다.
누워서는 절대 안 자는 아기였던 첫째와는 달리 공갈젖꼭지만 물려주면 누워서도 잘 자고
이유식도 뭘 해주든 주는 대로 잘 받아먹는다.
하얗고 포동포동한 손을 잡고 얼러주면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이런 아기를 낳았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 하는 감탄을 속으로 연발한다.
하루 종일 물고 빨고 해도 질리지 않는 아기와 함께라서 시간이 흐르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이다.
첫째가 이맘때였을 때는 하루 종일 동요도 틀어놓고 책도 읽어주고 오감놀이도 해주었지만
이제는 그저 기어다니게 두고 많이 안아준다.
둘째 엄마의 여유랄까, 그런 것 조금 부족해도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최고라는 마음으로.
형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고, 아빠가 퇴근하고 나면
이제 둘째는 아빠와 형의 사랑공세를 받는다.
둘째의 하얗고 둥글둥글한 얼굴이 <안녕 자두야>에 나오는 자두 친구 민지를 닮았다며
“민지야~”라고 부르는 남편은 첫째가 마음 상할까 봐 앞에서는 티를 안내지만
회사에서도 둘째가 잘 노는지 궁금해하고 첫째가 안 볼 때 안아주곤 한다.
첫째가 동생이 생긴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걱정했는데
그런 아빠의 배려 덕분인지 눈에 띌만한 이상행동 없이 잘 적응한 것 같다.
첫째도 둘째를 많이 귀여워해 주고,
어린이집에서 만든 작품집에 자기 이름 밑에 동생 이름도 써넣었을 정도로 동생을 챙긴다.
나에게 첫사랑은 첫째, 둘째는 온 가족의 사랑을 받으니 모두의 사랑이다.
아이가 둘이 되고 나니 책임감과 의무감도 커졌지만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주고 위안을 주는 둘째를 만나고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건강해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아이들이 본받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우리 둘째도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고, 씩씩한 아이가 되었으면.
엄마가 네 곁에 있는 동안 무한한 사랑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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