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대부분의 인연이 그렇듯
다방과의 인연도 아주 우연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개업한지 얼마 안 된 가게, 마감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간, 한 무리의 여성들이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얘기가 오갔고, 그들은 조만간 공간을 열 것이라 했고, 지금은 준비 중이지만 확실한 건 아직 없다고 했다. 얘기는 많았으나 딱히 기억나는 건 없다. 그러고 얼마간 잊혀졌던 그들이 다시 가게로 왔다. 장소를 구했다고 했다. 나는 그들이 앉은 테이블에 맥주를 가져다주며, 조용히 잡지 한 권을 건넸다.
《주류저널》
납품하던 주류상에서 매달 보내주던 잡지였다. 맥주를 팔고 싶어한다던 그들에게 내가 보탤 수 있는 작은 도움이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그들은 그런 의미의 맥주를 팔고 싶어 한 게 아닌데 흠). 그렇게 나는 그들의 테이블에 맥주 한 잔을 놓고, 함께 앉아 제법 많은 대화를 했다. 생각다방이 완성되면 꼭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대연동 다방에서 지금의 각개전투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내 이십 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공간이었고, 추억이었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사람들.
다방에서 시작된 인연, 친구들.
이제는 각자의 마음 한켠에 남은 그 곳.
“생각다방 산책극장”
안녕.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