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랑 Nov 14. 2019

[퇴사일기#05] 퇴사를 해도 기상시간은 바뀌지 않았다

노예생활에 길들어진 그대여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밤이 궁금해~
오늘은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


들 이 노래를 기억하는지.

90년대생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바로 만화 <명탐정 코난>의 TV 오프닝 주제가다.

이 노래는 매일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는데 열정과 흥미 그리고 재능을 느끼는 코난의 마음가짐(?)을 표현하는 노래다. 코난의 주변에는 정말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항상 누군가 한 명은 다치거나 살해당하거나 납치당하거나 미궁의 사건에 빠지게 된다.



런데 이 노래, 퇴사하기 전 내 상황과도 겹친다.


나는 근무하는 날이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전 6시반에 일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간밤에 무슨 뉴스가 될만한 거리는 없었는지 찾아보았다. 증권부에 있었을 때는 간밤에 미국과 유럽 증시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환율은 어떻게 변동했는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무슨 말을 남겼을지 등등 정말로 문자 그대로 지난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건 자의적으로 궁금한게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업무 목적으로 궁금했다.



래서일까, 매일 아침 눈을 뜨는게 괴로웠다.


항상 눈을 뜨고 일어나면 토요일이기를 바랬다. (토요일은 유일하게 90% 이상의 확률로 신문사들이 일을 안하는 날이었다. 왜냐면 신문사는 신문이 발행되는 전날 무조건 근무를 해야하는데, 일요일자 신문은 발행되지 않기 때문에 토요일은 대체로 쉰다. 물론, 당직을 제외하고.) 아니면 다음 날 하루 오프를 받을 수 있는 철야당직 순서가 돌아오기만을 기도했다.





표를 제출하고 가장 먼저 했던 일도 사실 '모닝콜 끄기'였다.


더 이상 알람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더 이상 9시반에 보고해야 할 부장님도 없고, 뉴스거리도 없었다. 그리고 찾아봐야할 의무도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과 신문을 펼쳐 뉴스를 뒤져볼 필요도 없었다.



지만, 정말 무섭게도, 아니 정말 신기하게도 사표를 제출한 뒤 푹 자고 일어난 6월 4일 아침. 나는 분명 모닝콜을 끄고 잤는데도, 저절로 눈이 떠졌다. 햇살이 눈부시게 밝은 아침이었다. 과연 몇시일까. 두근두근. 모닝콜을 끄고 잤으니 분명 8~9시 정도일거야. 아니야, 이렇게 잘 잤는데 기왕이면 10~11시면 좋겠다. 이런 기대를 갖고 시계를 봤다.


니 이럴수가...!!!

오전 6시 32분이었다.

그것도 심지어 평소에 모닝콜 맞춰놓은 6시30분과 거의 유사한 시각이었다. (좌절)


 일할 때는 이 시각에 일어나면 몸이 정말 천근만근 무거웠다. 눈을 뜨기도 싫었고, 일어날 때 몸이 너무 무겁고 피곤해서 정신을 차리는데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날은 몸이 정말 가벼웠다. 정말 푹 잔 느낌이었다. 그래서 6시반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6시반이라니....(털썩)



사를 하면 잠을 오지게 퍼지도록 잘 줄 알았건만 , 내 몸은 '노예생활'에 길들여져 있어서 도저히 벗어나지를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11월이 된 지금까지도 6시반~7시면 눈이 떠진다. 모닝콜이 있던 없던간에. 물론 아침에 눈뜨자마자 해야할 일이 사라졌다는 해방감에서 밤에 숙면을 취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스트레스가 없으니 밤에 잠도 푹자고, 일어났을 때도 몸이 개운하다.




음엔 퇴사 후 대학원에 가게 된 이야기와 본격적 대학원 이야기도 써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일기#04] 회사의 목표는 내삶의 목표가 아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