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조직 만들기 #11
안녕하세요?
인사 쟁이 조윤서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아내와 함께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수원화성행궁 축제에 다녀왔는데 시원한 가을바람과 고궁의 정취를 느끼며 밤에 걸어 다니니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걷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수원에서 아주 오래된 만두집과 통닭골목에서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며 맛보니 무엇하나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이번 주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듯한데 더 추워지기 전에 가족들과 가까운 곳에라도 가을 풍경을 함께 할 수 있는 여행 한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11편은 '조직의 상명하복 군대문화 바꾸기'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한국 조직에서는 '상명하복식 군대문화' 또는 '권위주의 문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화가 현대의 성과주의형 조직관리에는 적절치 않음을 많은 회사에서 인식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삼성에서도 조직 내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기 위하여 직급체계 단순화, OOO님 호칭 부르기, 회의와 보고문화 개선 등의 개선안을 발표하며, '관리의 삼성'에서 '스타트 업혀 삼성'으로 변모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참고 글: #6 선풍기, 삼성전자 그리고 조직문화).
이 외에도 SK그룹의 경우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 조직문화로 변화하기 위하여 결재제도 폐지, 자율복장제, 2주 휴가 보장, 2단계 직급체계(기존 5단계) 도입 등 최태원 회장은 강도 높은 혁신의 노력을 주요 임원진에게 요청하였습니다(한국경제 2016.10.08 일자 기사 / CEO 총집결, SK 2박 3일 '끝장토론').
이렇게 많은 대기업들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외부의 Technology- Trend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시장을 선도하는 'Fast Mover'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건실한 기업이라도 한 순간에 도태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례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Communication System과 신속하게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재정립하여 조직 내 빠르게 정착시키는 기업만이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상명하복식 군대문화'나 '권위주의 조직문화'를 타파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조직 문화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 상당히 복합적인 요인들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아주 다양하겠지만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회문화 자체가 권위주의형 문화이다(경어 제사용, 교육시스템, 권위에 약한 문화)
우리나라 남자의 필수코스 '군대'에서 '권위주의 조직문화'를 습득하고 그 문화를 전파한다
권한 대부분이 TOP에 집중되어 있는 피라미드형 권력 조직이다
상식에 어긋나더라도 권위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동조 효과'가 만연해 있다
위에서 나열한 요인들은 사회 문화적 요인과 더불어 심리학적, 조직시스템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부모님께 존댓말을 사용해왔습니다. 매일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술을 먹고 집안 가재도구를 던지더라도 그냥 '우리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존대를 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당연시 해왔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소위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부모님이 정해주시는 데로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좋은 대학에 가기 위에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열심히 공부하였고, 이후 대학 입학을 하여서도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이유 없이 매일 책과 씨름해왔습니다. 어떠한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고 그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로 알고 해왔던 것입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기였던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권위에 따르는 것=성공'이라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성립되었으며 우리의 머리 속에 이러한 문화가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았고 사회적 권위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 시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무의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 남자의 필수코스 군대는 생리적으로 '상명하복' 시스템이 만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시스템 내에서 한국 남자들은 군대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하여 상사의 기분을 맞춰 주는 '눈치'와 '아부'를 군대에서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이것만 잘 하면 제대할 때까지 군대생활이 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군대생활을 보다 잘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상사 휴가 시 소개팅 주선, 걸그룹 사진 수급뿐 아니라 상사의 군화를 내무반에서 가장 반짝이게 닦아 놓고 외박 시 상사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 오는 것이 더 중요한 사항이 됩니다.
군대의 본업무는 그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만 처리하면 되는 것이 이병, 일병 때 가장 중요한 본 업무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 사회는 '권위주의적 사회문화'와 '권위주의적 군대문화'가 결합하여 '권위에 순응하는 인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점이 바탕이 되어 권한 대부분이 TOP에 집중되는 권력형 조직 구조가 생겨나게 됩니다. 권력형 조직 구조는 군대 조직 구조와 매우 유사합니다. 각 팀의 인사권과 예산 결정권 대부분이 팀장 이상의 임원진들에게 주어져 있으며 또한 인사권 전반을 가지고 있는 팀장 및 부서장들은 팀원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참고 글: #3 CEO의 속마음). 이러한 점을 아는 일부 팀원들은 틀린 의견을 팀장이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권위에 순응하고 팀장 의견에 동조하며 틀린 의견임을 알고 있는 팀원들 조차 이 의견에 따르는 '동조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참고 동영상: EBS 동조 효과 실험 영상)
회사 내 발생된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상된 개선안과는 다른 방향의 개선안이 시행되는 것을 가끔 보게 되는 이러한 현상은 '상위 권한자의 권위에 순응하여 틀린 의견에도 동조하는 현상'이 주요 원인일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가 만연해 있는 조직은 회사가 성장함에 있어 올바른 의사 결정을 위한 의견 합치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실무적으로 이러한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를 개선하여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 개선이 가능할까요? 우리의 의식 구조가 완전히 변화하지 않는 한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조직 시스템과 직급에 대한 기존 인식을 개선한다면 현재보다는 효과적인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대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집중화된 권한을 다양한 주체에 배분
2) 권한을 부여받은 주체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짐
3) 객관성, 형평성, 신뢰성을 담보하는 평가체계 구축
4)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통로 개설
5) 직급 체계 단순화
6) '팀원들의 상사가 아니라 축구팀의 '주장'과 같은 역할 필요
상기 대안 중 1~4)에 대한 상세 내용은 이전에 제가 작성한 글에 있으니 아래를 참고하세요.
오늘은 대안 5,6) 번에 대하여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직급체계를 단순화해라.
직급체계를 단순화해야 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복잡한 직급체계가 '권위'를 만들고 그에 따른 '조직 정치' 발생하게 되며 '의사결정 과정의 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직급체계를 단순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삼성에서도 직급 호칭을 모두 없애고 'OOO님'으로 변경하였고, SK는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직급을 직책 형태의 '팀원-팀장'으로 이원화하였습니다. 외부에서 부르는 호칭이 고민스러울 수 있으나 일부 은행은 팀원을 '컨설턴트' 호칭을 사용하며, 외국계 회사에서는 팀장이나 팀원 모두 'Manager'를 붙이되, 그 앞에 업무를 붙이는 방식(예: HRM Manager, HRD Manager)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각 회사의 환경에 맞게 적절한 호칭을 정하여 적용하면 됩니다.
직급체계의 단순화는 수평적 조직문화 만들기에서 가장 핵심인 '조직 내 구성원의 평등'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급체계를 단순화하였다고 해도 이전부터 인지되어왔던 '상하 계급의식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직급체계 단순화'와 더불어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의 설계, 회의문화의 개선, 동시 보고의 가능 등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정립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2] '팀장'이라는 호칭을 버리고 'Team Manager'로
'장(長)'은 어떤 조직체나 부서 단위의 우두머리라는 의미로 사용되거나 어떤 업무를 맡은 책임자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조장'이나 '주장'은 보통 후자의 의미로, 팀장은 전자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팀장'은 팀원의 우두머리라는 의미로 '상하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의미의 단어입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팀장들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부하직원들이 각종 통계 및 자료들을 분석하여 보고서를 제출하면 양식 수정 등 일부만 변경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수정 후 임원회의에 보고 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저 역시도 HRM에 대한 기본지식조차 없는 팀장의 임원회의 보고서를 대필 수준으로 작성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팀장이 자신의 밥줄을 쥐고 있고 자신과 차상위 직급자와의 의사소통이 팀장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감히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것입니다.
팀장은 이로써 '팀의 권력자'이자 팀 내 군림하게 되는 것이고 '팀장'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면을 가장 잘 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팀장의 성향에 따라 팀의 의사결정 과정이 왜곡되고 동조 효과에 의해 잘못된 정책 결정에 팀원 모두가 합의하게 되고 이러한 잘못된 결정의 팀들이 모여 회사를 위험에 처하도록 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팀장은 팀의 '장'이 되면 안 됩니다. 팀의 '장'이 아닌 '팀을 관리하는 이'여야 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팀장은 축구 경기할 때 팀의 '주장'과 같은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02년 월드컵 당시 홍명보 선수는 우리나라 축구의 골 넣는 '리베로'이자 대표팀 '주장' 노릇을 톡톡히 하였습니다. 그는 중앙 수비수로 드리블이 좋은 상대 선수들을 철저히 마크하였으며 기회라고 생각되면 최전방 공격까지 가담하는 전천후 수비수 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비수, 미드필더, 전방 공격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경기의 흐름을 조율하였고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격려하는 역할 또한 도맡아 하였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하였던 팀의 주장 홍명보 선수가 같이 경기를 뛰었던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선수의 상사는 당연히 아닐 것입니다.
팀장은 팀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관리자'여야 한다는 의미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팀 매니저는 자신이 경영진이 아니라 팀원과 같은 실무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팀 매니저는 팀의 일원이며 팀원의 상사가 아닌 그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 관리소장이 입주민들의 상사가 아닐 것이며 축구팀의 주장이 함께 필드를 뛰는 선수들의 상사가 아닐 것입니다.
축구팀의 주장은 직접 축구경기에 출전하여 뜁니다. 자신의 역할이 수비수든, 공격수든 자신의 포지션을 훌륭히 수행하고 그런 자신의 포지션에 '주장의 역할'을 더하는 것입니다.
팀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메인 업무에 '주장의 역할'을 더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팀장은 실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더불어 '매니지먼트' 능력까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팀장의 역할은 어렵고 힘든 것이며 또한 그렇기에 팀원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것입니다.
팀장은 Top과 Bottom의 의사를 상호 전달하는 조직 내 중요한 메신저 역할을 하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영진에게 현업에서의 이슈사항과 업무에 대한 고충들을 정확히 전달하여 경영진이 주요 회사 정책에 대한 내부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팀장은 경영진의 목표와 구체적인 전략을 현업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여 경영진 의사에 배치되거나 방향성이 다른 업무 및 보고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팀장은 팀원들의 업무량, 업무 난이도, 적응성, 동기부여 정도 등 팀원 개개인에 대한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업무량이 초과된 팀원이 있으면 팀원의 업무량을 재조정하고 업무 난이도가 적절하게 배치해야 하며 고충이 있어 보이는 팀원이 있다면 사유가 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팀원의 업무 내용, 공수(업무 완료 소요시간), 직무와 과업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서 팀장은 팀원들과 정기적인 대면 면담(1:1)이 필수가 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이 있는 경우 해당 사유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성과가 좋지 않은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업무량이 근무시간 내 해결 불가할 정도로 과다
업무 난이도가 역량에 비해 높거나 낮음
맡은 업무 대비 업무 경험이나 지식이 못 미침
업무 성향이 맞지 않음
업무 태만, 팀워크 부족 등 개인 사유
외부 변수 작용(경제상황 악화, 소비자 구매지수 감소 등)
이 중 상위 4가지는 팀장이 팀원과의 적극적인 면담을 통해 내부적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으로 팀장은 이러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성과 향상이 가능한 직원들을 독려해야 합니다.
또한 업무 공백 발생 시(장기 휴가, 휴직, 퇴사 등) 팀장은 해당 팀원의 실무를 직접 커버할 수 있어야 하므로 팀장은 실무진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능력이 갖춰져야 할 것이며 현업을 하는 실무진이어야 함을 앞서 강조한 것입니다. 만일 전혀 성격이 다른 팀에서 직무 전환되어 팀장이 부임한 경우라도 팀원들에게 해당팀의 팀원들에게 직무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 난처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팀장' 호칭은 팀을 관리한다는 의미의 '팀 매니저'로 불려야 합니다.
팀장은 팀원들의 상사가 아니라 팀원들이 업무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팀 업무 관리자 임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그렇기에 팀 매니저의 업무는 부담이 커지고, 직원들은 팀 매니저를 맡는다는 것을 꺼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팀 매니저는 상위 체계의 기본급과 안정적인 인센티브 및 근무기간을 보장하여 과중한 업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합니다. 또한 팀내 경력경로를 전문가 경로와 매니저 경로로 Two-way 로 구성하여 사내 해당 업무에 대한 Specialist 로 성장하는 경로와 팀을 관리하는 Manager 로의 성장 경로로 구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두가지 경로는 연봉 인상, 인센티브 등의 보상체계를 각 경로 특성에 맞게 설계해야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새로운 챕터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9편에서 시작한 팀장의 Role & Responsibility에 대한 이슈를 3편에 걸쳐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1~11편에서 말씀드렸던 것에 대하여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아래 나열 순으로 컨설팅하듯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채용
직무분석
인사평가
조직 구성
임금체계 설계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듯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차 한잔 하시면서 긴 글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조직진단 및 HRM Consultant 조윤서
joyunse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