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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교사 윤수정 Jun 19. 2024

작은 목소리

작은 목소리에도 힘이 있습니다.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작은 목소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습니다.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도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작지만 큰 힘을 발휘합니다.


아이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때,  때로는 큰 소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만 작은 소리도 효과가 있습니다.



꿈마을(교사)
꿀벌(학생들)



저희 반의 집중 구호인 꿈마을 꿀벌을 예를 들어봅니다. 제가 '꿈마을'이라 부르면 아이들이 '꿀벌'이라고 대답합니다. 보통 처음 한 번은 큰소리로 구호를 외칩니다만 그다음은 그다지 효과가 없습니다. 크게 여러 번 말해도 여전히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때입니다. 작은 목소리로 '꿈마을'이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일제히 똑같은 목소리 크기로 '꿀벌'이라고 말합니다. 갑자기 작아진 소리 때문일까요? 계속 떠들며 딴청 피우는 아이들도 저를 바라봅니다. (사실 이 학급 규칙은 '선생님 목소리 크기대로 너희들도 말해보자. 우리는 일심동체니까.'라는 사전 약속이 필요합니다.) 이렇듯 집중 구호에서도 작은 소리는 힘이 있습니다.


또 집에 있는 아이들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작은 목소리가 더 효과적입니다. 별일 아닌 일도 큰 소리로 말하다 보면 아이는 제가 화를 낸다면 불평을 하곤 합니다. 어느 날은 제 큰 목소리에 압도당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훈육을 목적으로 좋은 뜻을 전하고자 했지만 그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관계만 나빠져 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아이는 한참 후, 그날 엄마가 자신을 혼내서 속이 상했다고 표현했습니다. 분명 혼내려고 한 이야기가 아니건만 아이는 제가 혼을 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jasonrosewell, 출처 Unsplash


지난주 일입니다. 그날도 아침밥을 꾸물대며 먹는 아이에게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출근 준비로 바쁜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딴청만 피우는 아이 모습에 속이 타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일이 떠올랐습니다. 차오르는 바쁜 마음과 화난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태우야,
어서 아침밥 먹자.



아이는 저의 달라진 태도에 짐짓 놀라더니 다시금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작은 목소리가 때로는 아이를 움직이게 합니다. 여기에 조금 더 다정한 말투와 따뜻한 눈빛이 더한다면 어떨까요? 분명 아이도 기쁘고 엄마도 기쁠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소리로 꾸짖기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아이들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똑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작은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큰소리로 말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만 일상의 잔잔함을 깨지 않는 작은 소리로 말하고 싶습니다. 거기에 조근조근 다정한 말투로 아이들을 다독이고 싶습니다.


© jonasvincentbe, 출처 Unsplash


#작은 소리로 말해요. #말투, #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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