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잊혀진 계절, 그리고 청춘의 냄새

by 앨리스킴


남편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다 문득

달력에 시선이 멈춘다.

10월이 어느새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창밖의 햇살은 여전히 따사로운데,

마음은 왠지 쓸쓸하다.

자연스레 이 감정을 ‘가을 탓’으로 돌리며 노래를 틀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

스피커를 타고 잔잔히 번져온다.


커피 향 사이로 스며드는 노래가

아련했던 지난 계절을 소환한다.




‘잊혀진 계절’

10년 전만 해도 이맘때면 거리 곳곳에서 울려 퍼지던 노래였다.

이제는 라디오에서도 좀처럼 들을 수 없다.


세월이 흘렀음을, 그리고 내 나이도

어느새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음을 깨닫는다.


요즘 세대에게는 그저

오래된 가요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청춘의 냄새와 함께한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시간의 노래’다.


학번이 같은 우리 부부는,

그때 그 시절의 공기를 나누며

각자의 기억 속으로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난다.


낙엽 냄새, 캠퍼스의 소음,

그리고 어쩌면 첫사랑의 얼굴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가수 이용이 부른 *〈잊혀진 계절〉*에는

흥미로운 사연이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이 노래는

원래 조영남 씨에게 주어질 뻔했다.

녹음을 마쳤지만, 다른 사정으로 발표되지 못했고,

결국 곡은 이용 씨에게로 넘어갔다.


더 흥미로운 것은 가사다.

원래는 ‘9월의 마지막 밤’이었으나,

발매 시기가 늦어지면서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바뀌었다.


만약 원래대로였다면

지금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남았을까?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는 이 시기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그리움’을 꺼내어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노래에는,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 없이 떠난 연인에 대한

애틋함과 아련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결국,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이별과 시간을 노래하고 있는 셈이다.


<잊혀진 계절>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가사 한 줄 한 줄이 지나온 계절처럼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다.


세월이 흘러도,

이 노래가 주는 울림은 여전히 깊다.


그때의 우리 세대나 지금의 젊은 세대나,

각자의 방식으로 이 쓸쓸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늘만큼은 굳이 이 감정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잠시나마 ‘10월의 마지막 날’에 흠뻑 젖어,

지나간 시간과 마주하는 사치를 누려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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