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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이피는섬 Sep 16. 2022

정말 진짜 진짜 운동

진정한 마흔 살

    

헬스, 요가, 수영, 스피닝, 실내 사이클, 코어 순환 운동, 배드민턴, 필라테스, 스포츠댄스…….

지금까지 내가 시도해 본 운동을 헤아려봤다.

 

20대 때부터 이것저것 시도는 많이 해 봤다. 가장 빨리 그만둔 건 스피닝. 두 번 가고 나서 또 운동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덮쳐왔다. 그래서 바로 그만뒀다.


가장 오래 했던 건 필라테스였다. 운동에 대한 의지가 무척이나 박약한 내가 무려 9개월이나 했다. 일자목 때문에 어깨 통증이 심해서기도 했고, 그보다 더 큰 원동력은 비싼 개인 레슨비였다.

당일 일정을 취소하면 7만 원이라는 거액이 날아가기 때문에 울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어떻게든 갔다.

운동을 하고 나면 뿌듯한데 운동하러 가는 길까지의 심적 고통은 익숙해지지도, 이겨내지지도 않았다. 어려웠던 프리랜서 시절, 생돈을 날릴 수 없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운동을 했다.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회사 바로 옆 건물에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등록했다. 그나마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니까. 마흔부터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평생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하리라 생각했었다.


퇴근 후 내가 도망가지 않을 수 있게 회사 직원 두 사람을 포섭해 함께 등록했다.

역시나 운동 후의 뿌듯함과 별개로 매번 도망치고 싶었는데, 같이 등록한 동료들 덕분에 3개월을 꾸준히 다녔다.


그러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고, 밀접접촉자로 회사 동료 두 사람과 함께 자가격리.

직원이 10명인 회사에서 3명의 팀장이 한날한시에 격리되자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회사 눈치가 보였다. 이 시국에 꼭 그렇게 운동을 해야 했느냐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결국 자가격리와 함께 운동 종료.      


그 후에 여러 형태의 걷기를 시도해보다 이것도 역시 혼자보다는 같이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최근에 걷기 크루를 만들었다.


같은 동네 사는 교회 집사님 두 분과 일주일에 두 번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걷는다.

처음에 몇 주는 이런저런 경로를 시도해봤다. 그렇게 동네 이곳저곳을 걷다가 가까운 종합운동장의 트랙을 발견했다. 밤 10시까지 시민들에게 오픈된 데다가 트랙을 걷거나 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모습만으로 자극이 됐다.


가끔씩 인근 중고등학교 육상부 아이들이 훈련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초등학교 운동회와 체력장 때 뛴 것 말고는 뛴 적이 없는 사람인데 그 모습을 보면 나도 전력질주로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약간의 탄력이 느껴지는 트랙을 디디면 괜히 잘 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직은 뛸 엄두를 내고 있지 못하지만 한 바퀴만 슬슬 뛰어볼까 싶다. 그러다 조금 익숙해지면 한 바퀴 더.     


걷기 운동을 하지 않는 월, 수, 금, 토, 일요일의 운동 루틴도 만들었다.

유튜브 영상으로 하는 홈트. 홈트라기보다는 부위별 스트레칭에 가깝지만.     


한 시간이나 50분, 40분짜리 힘들고 긴 운동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전신 스트레칭 15분, 일자목을 위한 등, 어깨 스트레칭 12분, 고관절 스트레칭 8분. 이렇게 짧은 영상 세 개를 보면서 스트레칭을 한다.


시간이 없거나 운동하기 힘들 때는 등 어깨 스트레칭만 한다. 여유가 있으면 세 개를 다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만 한다. 그래도 몸의 찌뿌둥함을 없애고 운동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잘하고 못하는 걸 떠나, 하기 힘든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내면에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살아보니 성실하게 꾸준히 쌓아온 것에서 성과도 자신감도 나온다는 걸 알게됐다.


운동이라는 평생의 과제 앞에서 매일매일 '하기 싫은 마음'이라는 작은 허들을 넘고 있다.

남들 보기에는 저게 의미가 있나 싶은 작은 허들일 수도 있지만 나는 뿌듯하다.


무엇보다 의지박약인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이것저것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고, 힘들고 긴 운동은 못한다는 스스로의 특징을 분석해 여러 옵션을 만들어 놓은 것도 칭찬하고 싶다.

     

지금의 루틴이 또 어떤 형태로 바뀔지 모르겠지만 암튼, 이제는 정말 진짜 진짜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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