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하며 살지 않길 바라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단 말이야!‘ 남편은 속상해하며 툭 내뱉었다. 그 당시 나이가 서른일곱이었는데 아이를 가지는 건 좀 더 뒤로하자고 딩크 같은 삶을 원했다. 유명해지고 싶다 했다. 나는 이 한마디로 그를 다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십여 년 넘는 세월 동안 밴드를 했음에도 유명해진다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채울 수 없는 허기짐 같았다. 미련인 줄 알면서도 그토록 놓지 못한 이유는 자기 정체성이니까. 안타까운 마음이야 나 또한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이제 보니 결국 주변의 바람 대로 한 선택은 내가 두고두고 미안해진다. 동갑내기여서, 나마저 나이 운운하며 남편의 발목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여서 말이다.
그가 올해는 드럼 연습을 꼭 하고 싶다 했다.
#동갑내기부부 #4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