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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Mar 08. 2022

 눈물의 작별후, 제주도 입도

제2의 삶, 제주에서 시작하다.

드디어 제주도 땅에 발을 내디뎠다.  제주에 입도하기까지 여정 속에 많은 아쉬움, 허전함, 공허함,두려움이 교차했다.


21년 한 해의 마무리와 22년의 새해맞이는 무의미한 일이었다.퇴사준비, 이사 준비, 이별준비로 그야말로 정신없는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도미노처럼 쌓여 있었다.


확진자가 반에서 연속 다발적으로 발생하여 교육청에 보고하고 학부모님들께 안내 문자가 전송되고 병원 가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까지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매일매일 노심초사하는 시간들로 지쳐갔다.  연간 유아학비와 학습재료비, 간식비, 재료비를 정산하고 10년간 정든 교실 짐을 정리하며 전보 오신 선생님께 인수인계를 했다. 행정실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을 위한 절차와 마무리할 일들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다.



남편 없는 상황에서 이삿짐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게 작용했다. 버릴 짐과 제주도에 가지고 갈 이삿짐 목록들을 적어놓고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진행하였다. 이삿짐 정리하는 가운데 정든 물 건들 과 손때 묻은 장소들을 정리하며 지난 추억의 시간들과 생생히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5년간  치열하게 함께했던 고시의 서적들과 노트들,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생사를 오가며 중대수술을 해야 했던 위급했던 시간들의 병원 기록지들,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6년간 아들의 중이염 수술 병원 예 약지와 진료기록들...


수시로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누른 힘든 과정의 시간들이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가족에 대한 애정이 다시 싹트고 샘솟는 귀한 시간이었음을  자명한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워킹맘으로 하루하루 눈물로 지새웠던 시간들이었다.





나의 퇴사와 제주 이주 소식을 듣고 다른 학교로 전근 가셨던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선생님, 제주도 내려가신다고요? 어떻게 그렇게 멀리 가세요? 이제 우리 얼굴 자주 못 보는 건가요?

아쉽고 허전해서 어째요.  우리 얼굴 한번 봐요. 제주도 가기 전 밥 한 끼 사주고 보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약속을 정하고 시간을 내어 조심스레 만남을 가졌다.

"그동안 남편 없이 일하며 아이들 챙기랴  얼마나 힘드셨어요?"

"제주도 가서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 충전하고  쉼을 가지면서 조금은 선생님을 위한 시간 만들어가셨으면 해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오랜 시간 이곳에서  지나온 시간들이 스냅사진이 사라락 넘겨지듯 스쳐갔다. 상대적 박탈감에 자존감이 바닥으로 치달을 때,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경위서를 써야 했을 때 , 순간순간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나의 곁에서 힘을 주셨던 선생님의 말씀이기에 더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과 따뜻한 밥 한 끼와 향긋한 차를 마시며 옛날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깊은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식당을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시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선생님,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라는 말씀에

나는 엄마품에 안기듯 선생님 품에 안겨서 펑펑 울어버렸다.

"선생님, 그동안 제가 힘들 때마다  옆에서 힘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아이코, 별말씀을요. 선생님 애쓰는 게  안타까워 보였어요. 그동안  고생했으니 제주도 가서 푹 쉬세요."

하며 송별의 편지와 선물을 건네주셨다.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늦은 밤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차가운 겨울 날씨에 새하얀 입김과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오늘 따라  더춥게 느껴져 옷깃을 여몄다. 깊게 정이 들어 버린  인연들과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을 떠나야 한 사실을 직감해야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전날과  이사 당일, 친정엄마와 지인들께 이사 잘하라는 메시지와 전화들이 빗발쳤다.

눈물이 차올랐다.  이사로 바쁜 상황이었지만 한분 한분과 통화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곳에서 인간관계를 잘 유지한 것 같은 안도감과 소중한 인연들과의 끈이 뚝  끊어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 아쉬움들이 복잡 미묘하게 교차했다. 종종 소식을 전하며 우리의 인연을 계속이어가자며 약속을 했다.

십시일반모아 이사비용에 보태라며 전해주신 금일봉



공항에 올 때까지  지속된 아쉬움, 공허함을 가득 안고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뒤로 아스라이 멀어진 서울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또 한 번의 눈물이 가슴을 적셨다.

속으로 나직이 되뇌었다.

" 그동안 나의 삶의 터전이 되어주어서 고마웠어. 우리 친정엄마 형제, 소중한 이들 잘 지켜줘야 해"


이날 불안한 기류로 인해 비행기가 심각하게 흔들렸다. 불안함이 훅 엄습해 왔다.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제주공항에 잘 도착하기를 기도했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려 드디어 제주도 땅에 발을 내디뎠다.

여행의 목적이 아닌 제주살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행 올 때는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는데 제주에서 제2의 삶을 사는 과정은 어떨까라는 두려움이 내면을 덮어버렸다.


"이젠 제주도민이 된 거지?"

"우리 제주도 온 거 후회하지 않겠지?"

"잘 이주한 것 맞지?"

"적응하며 잘 지낼 수 있겠지?"

자꾸 남편에게 질문을 내던지며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려 애썼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제주에서의 제2의 삶, 멋지게 시작해보자고 스스로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나를 품어줄 넓은 바다와 자연친화적인 자연물들과 교감하고 힐링을 하며 천천히 삶의 조망권을 넓히고자 한다.  사랑스러운 날들로  채워보려한다.

모든 메시지는 해석하기 나름이에요. 꺾인 나뭇가지는 반드시 다른 방향을 가리키죠. 인생을 바라보는 조망권이 달라지면 인생을 다르게 해석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특히 나를 대하는 방법이 달라져서 늘 나를 위한 좋은 선택을 하게 돼요.
                                                                        -김미경,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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