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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Mar 16. 2022

아빠 얼굴 매일 보니까 행복해요!

완전체 가족애를  느낄수 있는  따뜻한저녁

"오늘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잔잔한데  간만에 마당에서 고기파티 어때?"

"텃밭도 일구고 우리 열심히 일했으니깐 고기먹자" 라며 남편이 제안한다.

"네~~너무 좋아요! " 라며 아빠의 제안에 아이들은 맞장구를 친다. 신이 나서 어깨가 들썩였다.



남편은 숯난로에 숯을 넣고 불을 지피고 석쇠를 올려  고기를 굽는다. 숯불의 연기가 고기를 익히고 하늘로 피어올랐다. 아이들은 늘 그렇듯이 고기를 담을 접시와 도구들을 일사분란하게 준비한다. 그동안 난 주방에서 쌈채소와 밑반찬들을 준비해 마당탁자에 옮겨 세팅을 한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냄새와 소리에 후각과 청각의 감각들이 살아난다.

얼마만의 우리 4가족, 오붓한 바깥에서의 저녁식사인지.... 붉은 노을이지는 하늘을 배경삼아 마당에서의 캠핑분위기가 자아냈다. 어느 근사한 레스토랑보다 더 분위기 있고 가족간의 애정이 샘솟는듯 했다.

저녁 하늘을 수놓은 붉은노을

채소와 고기한점, 된장찌개, 김치반찬이 다였지만 어느 만찬보다 숯불풍미가 가득한 저녁식탁이었다.




붉은노을이 사라지고  따뜻하고 온화했던 날씨가 바람과 곁들어져 쌀쌀함이 엄습해왔다.

아이들이 옷깃을 여미자  남편은  난로를 지폈다. 모닥불은 아니었지만 난로의 심지가 활활 타오르며 뜨거움을 내뿜었다.


난로옆에 삼삼오오 모여 차가운 냉기의 손과 발을 녹였다.  따스함과 포근함이 온몸을 감쌌다.

뜨거워진 난로의 열기를 놓칠세라 주전자에  보리차물을 끓였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보리차의 수증기가 내뿜어지며 구수한 냄새가 온 마당을 적셨다.

달구어진 주전자의 보리차를 조심히  따라 호호 불어가며  호로록 음미했다. 따스한 보리차 한잔은 그동안 몇개월간 퇴사와 이사준비,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으로 지친 내마음을 데우고

충전하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흐르고 숯불의 열기도 점점 약해져갔다.  서서히 꺼져가는 숯불의 화력을 보며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 남편은 지난 캠핑때 쓰고 남은 번개탄을 꺼내와  화력을 되살렸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아이들은 자신의 최애 간식들을 하나둘 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어린시절  나의 추억간식이기도 했던 바로  쫀드기이다. 반가웠다. 요즘엔 쫀드기맛도 다양해져 흙당쫀드기, 떡볶이맛 쫀드기도 출시되었다.  석쇠에 쫀드기를 올리고 구워보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가운데 엄마아빠의 라떼어린시절  이야기로  미소가 지어졌다.


 냄새가 일품이었다.  앞뒤로 노르스름하게 익혀 시식해보았다.  그만 구운 쫀드기맛에 홀릭해버렸다.  어릴적 동생과 남은 장작불에 구워 먹었던 그 맛이 되살아났다.

아이들과 우리는 깔깔깔 웃으며 연신 맛있다는 표현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드뎌 마지막 대망의 간식 마시멜로구워보기로 했다. 각자의 젓가락에 마시멜로를 끼워  

남은 불씨에 의지해 굽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혹시 마시멜로가 타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레 돌돌 굴려가며 혼신의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그모습이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비싼 음식이 아니어도 집 앞마당에서  가족간의  화합하고 대화를 풍성히 나눌수  있는  이 찰나의 순간이 그동안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몇년간동안  6개월이상 떨어져 지내야 했고, 작년에는 1년 가까이 떨어져 지내며 서로빈자리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쳐가기도 했다. 때론 빈 공간이 당연시되듯 무덤덤히 건조하게 메말라 가기도 했다.


때로는통화로만 이어진 의견차로 공감과 이해의 감정이 원망의 감정으로   대치되었다.  사소한 일로 오해를 사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거리감으로 낯설게 느껴지던  감정들이 교차했다.



마당에서의 저녁 식사는 온기가 전해지는 난로와 차를 마시며  밀린 대화를  나누는동안  서로의 역할과 자리에서 지치고 오해의 순간들로 힘들었던 시간들이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완전체 가족이 되면서 제일 감사한 점은 딸아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큰 울타리이자 보호막이 되어주는 아빠가 늘 자신 곁에 있다고 느끼는지 안정된 태도를 보인다.

"아빠 얼굴 매일 보니까 행복해! 이젠 안 헤어져도 되잖아요!"라며 아빠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떨어질줄 모른다.


딸아이의 말에 나도 몰래 코끝이 시큰해졌다. 아빠와 헤어져 지내는 동안  일하는 엄마로서 딸아이에게 아빠의 사랑만큼 부여하지 못한 부족함이 무척이나 컸던 차라 딸아이의 말에 미안함이 배가되어  밀려왔다.

이젠 그 미안함과 허전함이 조금은 희석되어 옅어지는 듯해 안도감이 차올랐다.



이젠  맞벌이에서 나의 퇴사로 인해  홀벌이가 된  상황, 비록 경제적으로는 부족해졌지만, 우리 4가족  완전체로 서로의 빈공간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리움의 수치가 커지지  않아도 된다는 감사함으로 내면이 온기로 채워졌다.


마당에서  즐기는  소소한 캠핑 분위기속에

가족애를  듬뿍  느끼며 깨닫는  충만한 시간을  자주 그려나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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