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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list Jan 17. 2021

<연년세세年年歲歲>

황저은, 창비, 2020

"너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어. 

기억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누군가의 목소리로 한영진은 그 말을 들은 것 같았다. 조금 전에 전철 안에서. 누가 말했는지를 보려고 한영진은 고개를 돌렸다. 

전철이 지하 구간을 벗어나 지상의 밤 속으로 나아간 뒤 철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

거짓말.

-

거짓말, 하고 생각할 때마다 어째서 피맛을 느끼곤 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한영진은 생각했다."


"옆집에 순자가 있었어 친구가

영등포로 여고를 다니는거야 어떻게 서로 알아가지로 

친했어

조금 쉬느라고 걔네 집 가서 쉬고 있으면

고모부가 쫓아와서 이 집 오면 바을주냐 월 주냐 왜 자꾸 

여기 오냐 깽판 치니까

그 집 엄마가 너 이제 오지 마라

못 먹고 못 자고 못 입고

안 되겠다 나 여길 나가야겠으니 어디 있을 데 좀 알려줘

순자 월급 받은 날 둘이서 짜장면 사 먹고 그때 최고 메뉴인 짜장 사 먹고

어디 있을 데 좀 해줘봐 나 살 수가 없어 내가 순자한테 부탁을 했어

순자가 다 아니까 나 일하는 거

옆집 사람들이 다 며느리 삼고 싶어했어 이웃들이

시장 아저씨 아줌마들도 젊은 남자들도

내가 깔끔하고 어리고 머리는 길어서 맨날

싹싹 빗어 따든지 매든지 맨날 집에 있고 그 속에서 일만 하고

시장에 뭐 하러 나오기나 하지 뭐 나오면

나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결혼시키고싶다고 그러는 거야

고모가 아직 어려서 못 준다니까 그러면 약혼만 해놓고

이 다음에

엄청 그랬어

일만 하고 얌전하니까 탐을 낸 거지 거기 어른들이 저거 우리집 며느리로 들어왔으면 하고

너 나가자

걔하고 짠 거지 순자하고

너를 취직을 시켜줄게 강원도 집에 간다고 하고

몰래 나와라 도망가자

순자가 알려준 데가 병원이었어 간호조주 일을 배우는 조건이야 남대문이야 위치가

주소를 적어준 거야

고모한테 강원도 갈래오 그랬더니 왜 가냐고 학원 보내줄 거라고 

가지 말라고 그때서아"


"미아 한센뢰베는 <다가오는 것들>에서 로맨스와 화해에 관한 기대를, 그것을 기댜히는 사람들을 적절하게 실망 시키는데, 그게 정말 좋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하미영이 옳다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나탈리는 바쁘게.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그것이 나탈리를 향해 다가오니까.


다가오니까, 하고 하미영은 말했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소설은 읽지 않는다.

반드시 작가의 의중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걸 왜 샀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런 책이 한 권 더 있다.

오늘은 이것까지 이번주는 두 권으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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