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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휘 Feb 06. 2022

만원의 행복


 글의 제목만 봐도 만원의 행복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떠올리는 사람은 나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만원의 행복이란 그 당시 유명 연예인이 일주일간 만원을 가지고 소비하는 것을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다. 그 당시 꽤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방영하여 물가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글의 혼돈을 유발할 수 있어하지 않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 당시는 만원으로 일주일을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만원으로 하루 살기도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며 글을 맛있게 읽어주길 바란다.

 평일은 대학교 및 돈벌이 등으로 인하여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직장인은 사회라는 가면을 쓴 채 힘든 주중을 버텨 황금같은 주말 중 하루만 시간을 할애한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토요일에 만원의 행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요일은 요양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다가올 윌요일과 당신에게 마음의 달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것이다.

본격적으로 만원의 행복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


 금요일 유튜브, 넷플릭스 다양한 OTT 서비스를 알차게 사용하며 새벽 늦은 잠을 청한다. 이때 포인트는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잠을 추구한다. 토요일 아침 최대한 늦잠을 자고 일어난다. 사람마다 늦잠의 개념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늦잠이란 10시쯤이다. 어찌 됐든 주중의 피로를 풀릴 정도로 숙면을 취한다. 대략 12시쯤 빈둥거리다가 부산도서관에 갈 준비를 한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대출하며 반납할 책,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오랫동안 시원하게 즐기기위한 대용량 텀블러, 건조한 내손에 대한 미안함의 핸드크림, 촉촉한 입술을 위한 림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한 노트북, 앞에서 말한 것을 담을 백팩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아차 가장 중요한 만원을 챙기는 것을 까먹지 말자. 돈 없으면 밖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이니 여윳돈도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부산도서관 가는 길에 국밥집을 들려 왕순대국밥을 한 그릇을 주문한다. 주문한 지 3분 내외로 국밥이 도착한다. 한국의 패스트푸드는 역시 국밥이다. 국물을 한 숟가락 먹고 기호에 맞는 간을 첨가한다. 다른 지방에서는 국밥의 간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부산은 새우젓, 다대기, 후추로 간을 한다. 이곳은 국밥 특징은 일반적인 순대가 아닌 수제 순대이다. 순대를 막장에 톡 찍어 맛을 음미한다. 과하게 찍었다 싶으면 시원하여 머리가 아픈 냉수로 입을 헹군다. 이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클라이맥스를 향해 다가왔을 것이다.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보다 즐기기 위해 국밥 기울기라는 고급 스킬을 써야 한다. 초심자는 쏟을 수 있어 주의하기 바란다. 식사 후 포만감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무제한 국수와 무한리필 반찬, 따뜻한 국밥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8500원의 가격을 계산한다. 8500원이라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드는 오늘의 첫 소비였다. 비흡연자는 해당되지 않지만 흡연자인 나로서는 국밥을 먹고 바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꾹 참는다. 원래 갈려던 부산도서관을 향해 가다 보면 컴포즈 커피집이 나온다. 집에서 준비한 텀블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한다. 가격은 1500원이다. 얼마나 착한 가격인가. 일회용품도 아낄 겸 시원하게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텀블러에 커피를 부탁한다. 국밥의 과한 염분으로 인해 갈증이 몹시 나지만 참는다. 부산도서관에 도착하면 이제서야 방금 억눌렀던 흡연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날씨와 상관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시원함이 국밥의 염분을 가져가 이내 쾌락의 세계에 도착한다. 이미 행복 게이지는 80%이다. 


 부산도서관에 도착하여 좋은 자리가 있는지 물색 후 자리에 착석한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자리란 적당한 온도와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의미한다. 좋은 자리가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겨도 괜찮다.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으며 노트북을 세팅한다. 브런치의 작가에 서랍을 들어가 세상에 못 나온 글에 살을 붙이며 비문을 수정한다. 글은 잘 써지는 날이 있고 안 써지는 날이 있다. 브런치 작가를 하며 깨달은 점은 양보단 질이다. 안 써지는 글을 붙잡고 있어도 비문으로 가득 차 언젠가 정정할 것이다. 안 써지는 날에는 안 써지는 대로 놔두면 된다. 조급하면 안 한 거보다 못한 글이 가득 차 언제가 퇴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이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 2019년도 세기의 발명품인 에어팟 프로 노이즈 캔슬링으로 인해 주변의 소음은 사라지며 온전히 책과 글에 집중한다. 책을 계속 집중하다 문득 글이 쓰고 싶으면 노트북을 꺼내 브런치에 접속하여 글을 쓰고 이 행위를 반복한다. 책과 글에 집중이 안된다면 잠시 2층으로 가 전시회를 관람한다. 감사하게 전시회는 무료이다. 전시회를 관람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힐링과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18시이다. 도서관이 닫을 시간이라 짐을 싸며 집을 가면 저녁을 먹고 부랴부랴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났을 것이다. 안 행복할 이유가 없는 알찬 하루다.

  2022년 시급은 9160원이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1003원이다. 주말 중 단 하루만 나를 위해 시간과 만원을 지불하여 행복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행복의 잣대는 사람마다 달라 조심스럽지만 만원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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