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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휘 Jan 18. 2022

한라산 이게 맞나?

한라산 중턱에서 잘못된 코스로 온 것을 깨달았지만 때는 늦은 이야기



 

 한라산은 백두산, 금강산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영산으로 꼽힌다. "한라"라는 이름은 하늘의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높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한 번 (1) 구경(9) 오십시오(50)"라는 말이 있듯이 해발고도는 1950m이다. 북한의 백두산까지 합한다면 두 번째이지만 대한민국의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제주도 여행 3박 4일 중 핵심인 한라산 등반의 날짜가 다가왔다.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이미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의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다. 겉으로는 말 안 했지만 나를 위해 배려해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한라산의 등반을 위해서는 코로나 19의 전파를 막기 위한 코스 인원 제한을 둔다. 즉 예약을 미리 해야 한다. 앞으로 한라산에 갈 계획이 있거나 한라산에 가는 지인이 있다면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한라산 코스는 다양하게 나뉘지만 백록담까지 갈 수 있는 코스는 2가지로 나뉜다. 

1. 관음사코스

2. 성판악코스

 쉽게 말하면 성판악코스는 일반인이 많이 가는 코스이고 관음사코스는 프로 등산러를 위한 코스이다. 나의 경우는 프로 등산러에 해당사항이 없어 성판악 코스로 가는 것이 맞다. 아니 꼭 그랬어야 했다. 

 제주공항 근처로 숙소를 잡아서 5시에 기상을 하였다. 기다리고 가다리던 한라산 당일이었지만  실감나지 않았다. 렌트한 차를 타고 한라산 출발점에 도달하니 대략 7시였다. 대피소를 12시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백록담에 가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부랴부랴 출발하였다. 오랜만에 피톤치드를 만끽하여 힐링하려는  순간 비가 왔다. 적당한 비를 맞으며 등산을 하면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행운이다. 허나 많은 비와 높은 습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젖은 바닥은 미끄러워 발 디딜 때마다 신경써야하며 젖은 돌과 나무는 크나큰 방해물이 된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비는 그쳤다. 등산을 하면 할수록 친구들과의 거리는 점차 멀어졌다. 친구들은 진짜 산만 타러 왔다. 소소한 이야기와 풍경을 보며 갈 줄 알았던 나의 오산이다. 친구들의 속도에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다. 혼자만의 생각정리와 혼자만의 속도로 가는 것은 큰 힐링이다. 극한의 상황일지라도 오지랖 넓은 성격은 어딜 가든 고치기 힘들다. 나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중년의 한남성에게 "아이고 대죠?"라고 하였다. 중년의 한 남성은 못 알아들어 "아이고 힘들죠?"라고 재차 물다. 여기서 말하는 "대죠"는 경상도의 방언으로써 고됐다, 힘들다에서 유래된 말이다. 25년간 부산 사투리에 찌들어있던 나로서는 당연 한말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던 나의 명백한 실수였다. 사투리의 해프닝을 뒤로한 채 한라산에 온 이유, 힘들지는 않은지 등 각종 인터뷰를 마치면 궁금증이 해소되어 더욱더 힘이 난다. 마지막은 훈훈하게 각자의 산행을 향해 응원하며 각자의 속도로 길을 떠났다.


 중반 지점인 개미등에 도착할 쯤이었다. 잡생각을 지우려고 한라산을 간 건데 너무 힘들어서 잡생각 할 틈이 없었다. 머릿속은 생존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이 코스가 쫌 이상한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제야 잘못된 코스로 온 것을 깨달았지만 때는 늦었다. 허나 산을 오르기 전 나의 마음가짐은 이것 또한 못한다면 사회초년생으로서 혹은 한 남성으로서 어느 것조차 못할 거 같은 마음이었다. 

 근육통이 올꺼같으면 잠시 휴식을 하고  반복하다 보니 삼각동 대피소에 도착을 하였다. 늦은 점심으로 흑돼지김밥 하나를 먹는 순간 이때까지의 고통을 보답받는 것처럼 마음이 녹아내렸다. 더 나아가 곧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무책임한 용기가 솟아났다. 허나 이 용기는 마지막 정상을 향하는 수많은 계단을 보는 순간 쥐구멍으로 숨어 들어갔다.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응원을 받으며 한 시간만 더 가면 정상이라는 알고 싶지 않은 진실과 마주하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여차저차 정상에 도착하여 인증샷을 찍고 하산을 하였다. 렌트한 차를 관음사 출발지에 놔두고 올라와야 성판악 코스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려오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며 생존을 위해 억지로 내려왔다. 한 번은 뒤로 넘어져 돌에 머리가 부딪칠뻔했지만 인간의 반사신경과 생존능력이 작동하여 머리를 든 채 등만 부딪쳤다. 그 순간 부상을 당한 등산객을 위한 모노레일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이내 포기하지 않고 한라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등산보단 하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인생사도 똑같다. 올라갈 때는 위만 본채 다 포기하며 올라갔지만 내가 포기한 것들을 바쳐 힘들게 올라온 위치와 가진 것을 포기하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내려와야 한다. 이것은 누가 알려줘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나와 직면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나의 진리를 알려준 한라산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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