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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겨울

계절에 관한 단상

by 아이두

누군가 어느 계절을 좋아하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겨울이라고 답하곤 했다. 이유라고 하면 그저 내가 태어난 계절이 겨울이기 때문이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여름에도 더위는 별로 안 타면서 조금만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수면양말을 찾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40년이 넘게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고 대답하며 살았다.

그러다 다른 이유가 생겼다.



겨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었다.



코로나가 극성이던 그때,

거리두기라는 제도가 생기고 코로나 상황에 따라 위기단계가 수시로 변경되면서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주던 2020년 11월.....겨울이었다.

바람이 막 차가워지기 시작하고 가을이 겨울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그렇게 2020년 11월에 아버지를 보내드리면서 겨울에 기억해야 할 날짜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22년 1월,

어린 시절 방학을 함께 보냈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겨울에 기억해야 할 날짜가 한번 더 늘어났다.



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보냈던 장례식장은 병원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장례식장도 있지만, 생의 처음을 맞이하는 산부인과도 있었다. 누군가의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공간...너무나도 아이러니했다.

나에게 겨울은 그러한 계절이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면서 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보냈던 계절...

두 사람의 끝과 나의 시작이 공존하는 계절...



그렇게 나는 또다른 이유로 겨울을 특별하게 맞이하게 되었다.



겨울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봄이 오고, 그렇게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계절은 반복된다.

만물이 소생하는 햇살 따사로운 봄,

길어지는 낮 시간만큼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활기찬 여름,

낙엽이 흩날리는 수확의 계절 가을,

다시 겨울............

춥고 움츠러드는 겨울이 있기에 봄의 바람이 더 반가운 것은 아닐까?


두 사람은 떠났지만 나는 여전히 숨 쉬고 있고 계속해서 살아나간다.


곧 다시 겨울이 온다.



덧붙임) 계절에 대해 적어내려가다보니 어디선가 인생을 4계절로 비유했던 것이 떠오른다.

40대 중반인 나의 계절은 아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즈음이지 않을까 싶다.

내 삶의 가을에서 나는 무엇을 수확하게 될까? 나를 이 세상에 남기신 두 사람이 보시기에 흐믓하실 수 있도록 더 열심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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