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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두 Jan 01. 2024

영어선생님과 매일 카톡 주고받기

음성메세지 기능, 사용해 보셨나요?

 한 달 전, 아이들의 영어학원을 옮겼다. 옮긴 이유는 단순하다, 원비가 비싸져서. 월화수목금 다니면서 20만원 내던 구조가 대폭 개편되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겠다는 원장님의 포부가 담겨서일까, 수업일수는 월수금으로 줄었는데 원비는 오히려 25만원으로 올랐다. 한 달을 20일이라고 계산하고 하루의 원비로 따져봤을 때, 만 원에서 이만원으로 오른 것이다.


 6개월 만에 영알못(영어의 '영'자도 잘 알지 못하는) 단계에서 처음 보는 문장을 읽고 해석까지 하는 수준으로 발전한 아이들을 보며 '역시 학원을 보내야 해' 라고 외치고 있었던 찰나였다. 원장님의 완벽주의 성향과 학습내용을 반복지도해서 아이 것으로 만들어주는 교육관 또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월급빼고 다 오르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100프로 인상은 너무 한 것 아닌가?


  대형 어학원에 비하면 혹자는 그렇게 비싼 원비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급작스런 원비 인상률과, 원장님께 느낀 약간의 배신감으로 인해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영어학원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아직 아이들이 1학년이고, 어차피 대형 어학원을 보낼 생각이 없어서 위치와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최종 선택은 바로 옆 동의 교육부 인가를 받은 1층 교습소. 이 학원도 다른 학원과 큰 차이는 없었다. 영어의 4가지 구성인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를 열심히 하며 문장 해석하고, 문제 풀고, 단어를 익혔다. 그런데, 숙제가 조금 특이했다.


매일 다른 이모티콘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시는 영어 선생님

 그 주에 배운 본문을 매일 5번씩 말하고 선생님에게 카톡 음성메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빨간 날, 노는 날 할 것 없이 365일 빠지지 않고 매일. 이 매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매일 하는 행위는 이빨을 닦거나 밥을 먹는 것처럼 귀찮으면서도 자연스러워진다. 아이들은 엄마의 핸드폰으로 카톡을 이용한다는 설렘과 호기심으로 아이들은 열심히 영어를 녹음하고 전송하기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선생님은 매일 저녁 'Good Job'이라는 문구와 함께 매일 다른 이모티콘을 보내주신다. 이 '이모티콘 확인'이 숙제의 묘미다. 아이들은 매일 다르게 오는 이모티콘이 재미있어 눌러보고 또 눌러본다.


카톡 숙제를 매일 확인하시는 영어 선생님

  초반에는 우리 가족이 모든 것을 놓아 버리는 '불금'과 '불토'에도 숙제를 하는 것이 적응이 안 되었다. 이틀동안 숙제를 까먹고 신나게 놀고 있으면 선생님이 짧고도 무서운 카톡이 날아든다. '녹음하자^^'

 


  

 아이들이 한 주에 배우는 본문은 열댓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주에 한 번씩 학습하는 본문이 바뀌므로 일주일 동안 같은 내용의 문장을 계속 반복하여 말하는 것이다. 반복 학습의 효과는 실로 어마무시했다.

마지막 녹음시간 19초. 처음 녹음시간과 비교하여 절반으로 단축되었다.

1. 문장을 말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처음에는 1분 가까이 걸리던 녹음 속도가 이제는 절반으로 줄었다. 녹음 시간이 직접 보이니 학습자 스스로가 성취감을 느끼고 더욱 영어를 자신감있게 말하고 문장을 빨리 말하려는 의욕을 보인다.


2. 단어, 구절이 익숙해진다. 어느 순간 문장들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장난치면서 발화하는 아이들을 목격할 수 있다. 또한 관련 활동을 할 때 그 영어 문장을 말한다. 얼마 전 내린 눈으로 눈덩이를 만들고 눈싸움을 할 때였다. 때마침 배운 문단의 주제가 <Winter Play> 였다. "There is white snow. My dad and I play outside. I make snowballs hard. I throw a snowball. My dad shouts 'Ouch'. " 이런 내용의 문장을 실제로 말하며 그들끼리 눈싸움 하는 것을 들었다. 영어가 실생활에 스며든 것이다. 영어로 말하며 노는 원어민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눈싸움 놀이를 할 때만 영어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문장을 점점 늘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문장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카톡이란 플랫폼이 어린 아이들의 학습에도 활용되다니, 더군다나 텍스트를 넘어서 음성 전달 기능까지. 내가 어릴 적에 녹음 한 번 해서 영어선생님께 들려주려고 했다면?

1.녹음기능이 되는 카세트 플레이어 혹은 녹음기와 녹음테이프를 구비한다.

2.녹음 버튼을 눌러 열심히 녹음을 한다.

3.그 녹음테이프를 직접 대면하여 선생님께 전달드린다.

4.선생님이 확인한 후 피드백을 받는다.

그 때는 별 수고스럽지 않았겠지만 지금 들으면 그것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과 에너지는 상당하다.

나와 30년이 차이나는 아이들은 카톡을 열어 음성메세지 기능을 사용하면 끝이다. 그들이 편리하고 저렴하고 빠르게 녹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이 나보다 영어 말하기에 대한 접근성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것이다.


   이 방법은 무엇보다 영어 말하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없애주고,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말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단순히 과거에 수동식 녹음기를 돌려 녹음하고 내 녹음을 재생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어로 말한 것을 누군가에게 전송하고, 누군가가 듣고 나서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응답해줄거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요즘 시대에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라는 스마트 교육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스마트'하게 기기를 활용하는 사례이다.


  한동안 이 영어학원을 그만 둘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혹시나 말도 안 되게 갑자기 원비가 대폭 인상된다면?

그만둘 땐 그만두더라도 이 선생님에게 배운 카톡 음성메세지 기능은 아이들에게 꼭 활용하고 싶다. 멀리 떨어져 사는 할머니나 이모에게 매일 카톡 음성 메세지 보내기. 그리고 받는 사람은 답을 해주기.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하기에 메세지를 보내는 이나 받는 이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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