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의 독립 Ⅱ

법원의 독립

by 한량돈오

※ 그동안 한국에 다녀오고 발제와 강의 준비 탓에 글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말 그대로 안식년이자 연구년을 시작하므로 제때 글을 올리겠습니다. 너른 마음의 양해를 부탁합니다.


내란 전담 재판부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군요. 일단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번 다뤄보려 합니다. 그래서 앞선 글의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아주 오래전 사법시험에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서술형 문제가 기억나는데요. 그때 수험생들이 많이 놓친 논점은 법원 조직 내부에서의 독립입니다. 오늘은 먼저 외부로부터 법원의 독립을 살피려 합니다.


사법권의 독립은 법원이 국회나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법원의 독립과 법원에서 재판하는 법관이 권력기관이나 사회세력의 간섭으로부터 독립해서 재판해야 한다는 법관의 독립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법원의 독립은 공정한 재판을 사명으로 하는 법원이 그 조직·운영과 기능 면에서 의회와 정부로부터 독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이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의미입니다.


법원의 독립 중 첫 번째는 의회로부터의 독립입니다. 의회와 법원은 그 조직과 운영 그리고 기능에 있어 상호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의원과 법관의 겸직이 금지됨은 물론, 의회가 재판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법원도 법률을 제정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의회로부터의 법원의 독립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의회는 법률로써 법원의 기능을 규제할 수 있을 뿐, 법원의 재판 과정에 개입하거나 재판에 간섭할 수 없으며, 개별적 법률을 제정하여 개인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다만, 법원의 조직은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따라야 하고 법관의 재판도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구속되기 때문에, 입법부로부터의 사법부의 독립에는 법치국가 요청에서 오는 필연적인 제약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에 따른 법원의 조직도 사법부의 집행부로부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사법부의 입법부에의 종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법관에 대한 의회의 탄핵소추권도 법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사실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것을 이유로 법원이 의회에 예속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헌법은 법원이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 규율과 사무 처리에 관한 규칙의 제정권을 대법원에 부여함으로써(헌법 제108조) 입법부에 대한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법원 독립의 두 번째는 행정부로부터 독립입니다. 법원의 독립은 또한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과거 관방(官房) 사법의 역사를 고려하면 정부로부터의 법원의 독립이 사법권 독립에 본질적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독일 프로이센의 관방 사법은 공식적․공개적․이론적으로 정당화된 국가 관료 사법입니다. 판사는 형식적으로 독립했으나 국왕의 사법권을 대리했습니다. 법원은 국가 행정의 일부로서 권력의 분립이 아니라 국가 목적을 위한 기능 분화에 불과했습니다. 법은 개인의 권리 보장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질서․안보․복종을 유지하는 기술이었죠.


법원이 행정부 정부의 구성원과 법관은 그 겸직이 금지될 뿐 아니라, 정부가 재판 과정에 관하여 어떠한 지시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절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헌법 제102조 제3항이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고, 제101조 제3항이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는 것이 정부로부터 법원의 독립을 규정한 것입니다.


행정기관이 행정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도 행정기관은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헌법은 명령·규칙심사권은 물론 행정재판권까지 법원에 부여함으로써 법원이 행정부를 통제하도록 합니다. 다만, 정부는 사법부 예산의 편성권과 사면․감형․복권 등의 권한을 통해 부분적으로 법원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헌법은 독립성에 있어서 일반법원에 미치지 못하는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법원 독립의 세 번째는 법원의 자율성입니다. 법원의 독립성이 유지되려면 법원의 내부 규율과 사무 처리서 다른 국가기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 상당 부분 확보되어야 합니다. 헌법은 제108조에서 대법원이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 규율과 사무 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규칙제정권을 부여함으로써 사법의 자치와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축으로 한 사법 입법권, 그리고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행정권이 법원의 자율성을 담보합니다.


내란 전담 재판부 문제는 국회가 입법권을 통해 법원의 조직을 어디까지 규율할 수 있는지 하는 일반론과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관여된 ‘내란’[헌정질서 문란]을 어떻게 단죄할 것인가의 특수성이 결합한 사안입니다. 통상적인 법치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헌법적’인 문제입니다. 쉽게 해소할 사안이 아니어서 차분하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 이미지 라이선스: Court Hearing Drawing. Generative AI, 제작자 Maciej Koba, AI로 생성됨, 편집상의 사용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허위여서는 안 됩니다. 치수 7400 x 4148px, 파일 유형 JPEG, 범주 사회 문제, 라이선스 유형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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