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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Oct 13. 2020

먹고 산다

2020.10.13.화



무엇이든 마음 먹는 것이 중요한듯 하다. 어제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소환해와서 시조 쓰기를 끙끙거렸더니 목표 다섯 편엔  미치지 못했지만 단시조 네 편을 썼다.
그냥 빈손으로 갈래, 라고 생각했으면 내 의식은 그렇게 흘러가버렸을 것이다.

생각 날 때마다 메모를 해두고, 늘  갖고 다니면서 주위를 스쳐지나가고 있는 말들 중에 이거다 싶으면 재빨리 낚아채어 자리에 앉혀야 한다. 엉거주춤 앉아있는 말들을 연필로, 색연필로, 가끔은 빨간 색연필로도 써본다. 그러면서 어색한 부분을 고친다.
물론 이렇게 쓴다고 해서 다 남는 것은 아니다. 합평을 듣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야 파일에 저장해 둘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모아두면 한 권 시조집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다.


며칠전 텔레비젼 프로 중 <놀면 뭐하니?>를 보는데 엄정화가 녹음을 하면서 음정과 목소리를 교정해가며 수도 없이 연습을 하는 것을 보았다. 프로이고 전문가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래를 불렀을까? 나는 그저 악보를 보고 몇 번 쓰윽 불러서 녹음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도 한 곡 녹음을 뜨기 위한 과정이 정말 어려워보였다.

무슨 일인들 쉽게 이루는 것이 있을까.

먹고 사는 일이 고단하기도 하지만 새삼 경이로워보였다. 

'먹고 산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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