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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숙 Nov 03. 2020

걷는 인간 6 - 도덕산

2020.11.3.화

더 추워지기 전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산에 가는 남편을 따라 나섰다. 등산은 힘들긴 하지만 갔다오고 나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숨쉬기 운동만 열심히 해온 표가 났다. 왕복 세 시간 거리를 네 시간 걸려 다녀왔다. 나는 사진 찍느라, 시조 생각하느라 걸음이 더 느렸다.


1995년 원주치악산 가느라 산 등산화 아직 건재하다. 다른 두켤레가 있지만 만만해서 자주 신는. 며느리가 호주에서 사온 만나리나 덕 배낭

단풍은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함성이다. 절정이 지나고 그 함성들이 사그라들고 있는 시점이다. 다 떨궈내고 빈몸으로 수행자처럼 겨울을 견뎌낸다. 자연의 순환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산 정상에서 홀로 낙동정맥을 타는 사람을 만났다. 용감하고 고독해 보였다. 풀어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인가?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사니 어렵지 않게 뛰어넘을 것이다. 아니면 홀로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멋있다. 가지고 간 커피를 한 잔 건네고 부탁하길래 사진 한 장을 찍어 주었다.

인간사 풍경이 아스라이 발 아래 있다. 너무 아둥바둥 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궜다가 글 쓰는 중이다.

산에서 얼추 얼개를 구상해온 시조 한 편은 오늘 중으로 완성할 참이다.

제목은 십일월이다.

사 계절, 열두 달. 이십 사 절기, 꽃으로 단시조를 쓰고 있다. 이 년 쯤 뒤에 백 편쯤 모아지면 단시조집을 펴낼 생각이다. 시조는 단시조가 백미다.

오늘 산행으로 시조 한 편을 건졌으니 괜찮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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