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숙 Dec 03. 2020

걷는 인간 7 - 창포산

2020.12.3.목

수능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고부터는 딱히 수능일을 의식하지 않고 지냈다. 그런데 이번에 수능을 치는 아이들은 많이 안스럽다. 한 달 가까이 늦어졌는데 그나마 수능 한파가 없어서 다행이다.



느즈막히 친구들이랑 동네 산을 걸었다. 지난 번 경주에 갔을 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서 걷자고 약속했다. 지난 주엔 내가 아이들 집에 있느라고 빠졌었고 오늘이 두 번째 걷기 모임이다.

모두들 범생이라 약속을 잘 지키는데 한 친구가 갑자기 빠졌다. 다니던 교회에서 어제 저녁에 확진자가 나왔단다. 시간은 겹치지 않는데 미리 조심을 하느라 일단 집에서 자발적 격리 중이란다. 이곳은 비교적 청정지역이라고 자부해 왔는데 안전한 곳은 없나보다. 참 어려운 세상이다.


모두들 경제가 힘들다고 한다. 사람들이 다녀야 돈을 쓰고 할텐데 두문불출해야 하는 형편이니 참으로 딱하다.

커피는 내가 내려 보온병에 넣어가서 산에서 마시고 세 시간 너머 걸었으니 칼국수 한 그릇씩 사먹고 헤어졌다. 그냥 집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그것 정도는 하자며 다른 사람들을 피해 구석에 가서 먹었다. 세상이 왜 이리 돼버렸는지 나도 테스 오빠야한테 물어봐야겠다.


친구네 아파트 뜨락. 오며가며 들여다보던 수국도 겨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의 풍경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