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제숙 Dec 26. 2020

핫도그 정도는 먹어줘야 하는 날

2020.12.26.토

아침에 손주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생일 축하를 했다. 아침을 먹고 생일선물 개봉식도 했다. 내 아이를 키울 때도 연례행사로 치뤘을 일일 터인데 감회가 새롭다.



평소에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아이들이라 집에 오면 무엇을 먹일까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도 마냥 그럴 수만은 없어서 요즘은 다소 느슨하게 헐렁하게 준비를 한다. 오늘 점심도 만둣국으로 먹었다. 저녁은 남편과 며느리는 어제 남은 해물탕으로 해결을 봤는데 아들의 식성을 아는 나는 굳이 해물탕을 먹으라고 하지 않았다. 굴 넣고 순두부찌개 어떠냐니 별로란다. 식성은 나를 닮아서 잔소리도 하지 못한다.

얇게 뜬 쇠고기를 꺼내 후추와 소금을 뿌려 밑간을 해두었다. 밀가루, 계란옷을 입혀 육전을 구울 참이다.



고요한 오후 시간이다. 남편과 며느리는 산책을 가고, 아들과 손주는 낮잠, 나는 책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간식거리를 사려고 나왔다. 핫도그 전문점에 갔더니 쉬는 날이란다. 다시 차를 몰고 그 옆동네로 갔다. 핫도그 다섯 개, 도너츠 다섯 개를 샀다. 평소에는 금기 간식이지만 금기는 어기라고 있는 게 아닌가.

오늘 같이 별일없이 고요한, 평소에 살아내느라 코피나게 살아온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금지 음식은 그래서 맛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