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팍크 May 29. 2024

13호. 다시 회사를 다녀보니 보이는 것들

출근한 날이 영업일 기준 7일이 되었다. 7자는 완전한 숫자이니까 한 번 짧은 소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실은 아무 의미나 하나 만들어본 것이지만). 우선 오랜만에 회사를 다니니 지독시리도 똑같은 여의도 오피스들의 로비와 그 향기에, 마치 IFC에서 근무했던 3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나름 고민해서 구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아트워크들마저 똑같아 보였다. 아무리 격렬하게 아트워크들이 다채로워진들, 거대 자본주의의 트로피인 오피스 건물들은 쉽사리 그 정체성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아직도 아침이면 힘들긴 하다. 또 똑같은 큐비클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참 낯설다.


하지만 오랜만에 회사를 다녀보니 짜릿한 맛은 의외로 일에 있었다. 회사 밖에서 일을 할 땐 뭐든 다운스케일 시키는 전략을 생각했었다. 내가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일들. 그러나 회사에서는 내가 혼자일 때는 상상도 못 한 일들을 맛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회사라는 특성상 할 수 있는 일만을 좇지 않고, 항상 조금 더 챌린지 한 일들을 찾게 된다. 큰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고, 각 나라의 대표적인 PE 혹은 VC들을 만나 회의하고, 그들의 인사이트를 듣는 일들이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예전에는 이 모든 일들이 어차피 내 일 아닌데 싶어서 흥미가 없었다. 내가 뭐 큰 4000억짜리 빌딩을 리츠로 조성한들 그게 어디 내 건가? 아니지 않은가. 나 줄 건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1년간 쉬면서 알게 된 것은 소유=내 것이 아니고, 내가 경험한 것이야 말로 온전한 내 것이라는 것이었다. 매입한 건물은 내 것이 아니지만, 그 건물을 매입했던 그 경험은 내 것이었다. 특히 지금 일하고 있는 VC의 특성상 이제 막 태동하는 혹은 조금 자란 기업들을 보게 된다. 이런 기업들 혹은 이런 분야들이 앞으로 세상을 선도하겠구나 생각하면 그걸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맛본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또 다른 좋은 점은 바로 동료가 있다는 것이다. 동료야말로 혼자서 일할 때는 가질 수 없는 좋은 인프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신뢰할 수 있는 동료와 선배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걸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경쟁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 걷고 함께 성과를 내는 동료와 선배라는 것은 참 행복하다. 고등학생 때를 생각해보면 모두가 동료였지만 모두가 내 경쟁자였다. 친구 하나하나를 이겨내기 위해서 ‘쟤보다 더 오래 공부해야지.’하는 독기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회사마다, 팀마다, 그리고 개인의 목표에 따라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 팀의 동료/선배들은 이겨내고 꺾을 대상이 아니라 함께 달려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는 동료가 되어야지!


흠! 의외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 스스로가 놀라워하는 중이다. 좋은 팀을 만나서일까? 아님 아직 일을 제대로 안 해서일까? 둘 다인 것 같다. 어느 한쪽이라도 밸런스가 무너지면 또 우당탕탕 힘이 없어지겠지만 그래도 전에 없던 시기를 지금은 잘 누려보아야겠다. 나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어주면 좋겠다. 또 울고 웃을 다년간의 근무 시-작!

이전 12화 12호. 가족은 칡과 등나무처럼 얽혀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