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그림 Oct 30. 2018

9. 운수 좋은 날

가면을 쓰고 춤추리




운이 좋은 날이었어

누군가 놓고 간 그릇에 사료가 제법 남겨져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고양이들은 없었지

눈치 보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그 사료는 바로 내 차지가 되었어

냠냠 꼬물꼬물  

혹시 다른 고양이가 오지 않을까 주변을 살피며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 꽤 많이 먹었지 뭐야



날씨도 좋았어

햇빛이 적당히 따뜻해

어제까지도 많이 추웠는데

이제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걸까

이런 날에는 나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로 가

아파트 뒷 동에 있는 아무도 찾지 않는 큰 바위를 말하는 거야

거긴 인적도 드물고 아는 고양이들도 별로 없지

따끈따끈 데워진 바위에 올라가 햇빛을 쬐며 

이제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거야

최대한 오래도록.











이전 08화 8. 불만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