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고 춤추리
온통
세상이 붉어지는 계절이야
인간들은 지금을 가을이라고 불러
그렇게 푸르던 잎들이
빨갛고 노랗게 물든 모습을 보고
인간들은 감상에 젖고 아름답다고들 말해.
나무들
그 푸르던 잎들은
무엇이 아쉬워 지독히도 빨갛게 버티는 것인지
그저 쉽게 떨어져 쉽게 사라져 버리면 안 되나
죽을힘을 다하면서 무엇을,
사라져 갈 것을 지키는 것인지.
누군가 꾸준히 먹이를 가져다 주니
지독했던 굶주림에서 벗어 날 수 있고
따스한 햇볕에서 자주 낮잠을 자기도 하고
나의 출현이 익숙해진 이곳 사람들은
이제 무신경하게 대하지.
그럼,
드디어 세상에 감사하게 됐냐고?
이만하면 살만하지 않냐고?
글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똑같기만 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