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고 춤추리
세상이 젖고 있어
빗방울이 발 앞에서 톡톡 하고 떨어져
한참 빗방울을 바라보다 다시
잿빛 하늘을 올려다봐
그리울 것도 울적할 것도 없는데
이런 날이면 차분한 기운에 잠기는 건
너희 인간들 뿐만은 아니란다.
나 같은 작은 고양이에게도
계절은 공평해
마음이 침착해지고 서늘해지는 이유는 뭘까
세상을 적시는 빗방울이 나의 마음도 적시는 것 마냥
촉 촉해져
인간들이 감상에 젖듯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야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 그런 그리움 따위는 없는걸.
그런 그리움 하나 있으면
조금은 덜 외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