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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Aug 20. 2019

카스도 일본거예요?

일본에서 시작한 한국맥주의 역사, 그리고 그 맥주는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일본 맥주일까'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1편 | '필스너 우르켈'은 어쩌다 일본 맥주가 되었나?

2편 | 칭다오도 일본 맥주일까?

'일본 맥주일까'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어느 날 술자리에서 후배 녀석이 물었다.


"처음처럼도 일본 소주라면서요? 이제 소주도 못 마시겠네..."


후배 녀석은 마지막은 독백처럼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처럼이 롯데아사히의 소주이다 보니 일본 지분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렇다면 클라우드 맥주도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할 텐데. 사실 관계를 따져 보고 싶었다. 그리고 최근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카스도 일본거예요?" 라는 것이다. 브런치로 유입되는 키워드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카스는 오비맥주가 생산하고 있는데, 오비맥주는 이미 외국 자본에 넘어간 지 오래다. 그렇다면 카스는 한국 맥주일까? 외국 맥주일까? 한국 맥주는 일본과의 아픈 역사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다. 현대에 와서는 일본과의 관계는 많이 사라졌다 해도, 일본 맥주를 수입하는 경로는 한국  맥주회사이다. 현재 한국 맥주의 지분 관계, 그리고 일본 맥주는 누가 수입하고 있는 지를 한국 맥주의 역사 속에서 찾아내 보려 한다.




오비맥주


오비맥주는 국내에서 카스와 오비 라거, 카프리 등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맥주 브루어리이다. 오비맥주의 기원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비맥주의 시작은 1933년 12월 국내 영등포에 설립한 일본 회사 소화기린맥주(일본명 쇼와기린)이다. 조선이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되기 이전까지는 한반도에는 제대로 된 맥주가 없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영조실록에 '제사·연례·호궤와 농주는 모두 예주로 허락하되 탁주와 맥주는 일체로 엄금하라'는 등 맥주 麥酒라고 칭한 술이 있었으나 지금과 같이 맥아와 홉을 사용한 맥주는 아니었고 말 그대로 보리로 만든 술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개항 후 일본에서 삿포로 맥주가 처음으로 수입되었고, 곧이어 에비스 맥주, 기린 맥주가 연달아 수입되었다. 당시에는 일부 상류층 사이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로서 대중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맥주의 수요는 점점 늘어가 1910년에는 서울에 일본 맥주 출장소가 생겼고, 1920년대에는 전체 수입되는 술 중에서 맥주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수입에만 의존했던 지형에서 일본은 우리의 땅에 그들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맥주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기린맥주가 세운 조선의 소화기린맥주이다.

(좌)1933년에 세워진 일본의 맥주 공장, (우) 1871년 맥주병을 들고 있는 마을의 이장


2차 세계 대전이 점점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게 되면서 맥주의 생산과 판매는 더욱 어려워졌다. 일본의 한국에서의 수탈은 점점 심해졌고, 그 와중에 국내에서 곡식을 조달하여 맥주를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한동안 맥주를 정상적으로 생산하지 못했다. 해방 이후 1948년 12월 소화기린맥주는 상호를 동양맥주주식회사로 변경하였고, 상표를 오비맥주로 변경하였다. 1949년 주류전매법이 통과되면서 정부는 미군정으로부터 주류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권한을 독점적으로 가져왔다. 그러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였다. 적산 기업을 민간인에 불하하는 정책에 따라 동양맥주는 1952년 5월에 고(故) 박두병의 두산그룹에 불하되어 민간기업으로 출발하였다. 하지만 전란의 피해로 전쟁 중에는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어려웠다. 정상적으로 재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1953년 7월 휴전 협정이 체결되면서부터였다.


이후 오비맥주는 1950년대 이후 줄곧 국내의 맥주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1991년 모기업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 터지고, 그 시기를 파고든 하이트 맥주의 천연암반수 전략에 밀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2위로 밀려난 적도 있었다. 다시 1위를 탈환하게 된 것은 2011년도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는 오비맥주의 인수 합병의 시기이기도 하다. 우선, 1998년 벨기에의 맥주 회사인 인터브루 사에 지분의 50%와 경영권을 매각했다. 벨기에의 회사가 된 오비맥주는 1999년도에 카스 맥주를 인수하면서 다시 몸집을 키웠다. 지금의 카스 맥주는 사실 원래부터 오비맥주의 것은 아니었다. 카스는 한국에서 소주로 유명한 진로기업과 미국의 맥주 회사 쿠어스가 50:50의 지분으로 설립한 진로쿠어스의 맥주였다. 당시 꾸준히 인기를 끌어 점유율 15% 이상을 상회하기도 하였으나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결국 오비맥주에 매각되었다.


1990년대 맥주 점유율 추이

 

오비맥주의 소유권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 조금 복잡할 수 있다. 두산 그룹이 오비맥주를 벨기에 회사에 매각한 이유는 사업구조를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서였다. 오비맥주를 매각한 돈은 결국 한국중공업 인수에 흘러들었다. 2001년 두산은 남은 지분을 모두 인터브루에 매각하였다. 그런데 벨기에의 인터브루는 2004년 브라질의 암베브와 합병하여 인베브가 되었다가, 2008년에는 미국의 앤하이저-부시와 합병하여 AB InBev라는 회사로 재탄생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빚을 져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한 방법은 수많은 맥주에서 일부분을 가지치기한 것이었다. 2009년 AB InBeb는 오비맥주를 글로벌 사모펀드 그룹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에 매각하였다. 하지만 사업이 안정화되고 자금이 확보되자 아시아 시장의 공략 거점으로 삼고자 오비맥주를 다시 사들였다. 2014년도의 일이다. 그리고 현재  오비맥주의 주인은 벨기에, 브라일, 미국의 합작 회사인 AB InBev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오비맥주가 수입하는 일본 맥주는 오비맥주의 전신인 기린맥주가 아니라 산토리 맥주라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산토리 맥주를 100% 수입하고 있다. 이것은 본사인 AB InBev가 산토리 맥주와 제휴관계가 있어서이다. 그밖에 오비맥주가 수입하는 맥주는 본사 AB InBev의 대부분 맥주이다. 열거해 보면, 버드와이저(Budweiser), 코로나(Corona),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벡스(Beck's), 레페(Leffe), 호가든(Hoegaarden), 버드 라이트(Bud Light), 스콜(Skol), 브라마(Brahma), 안타틱카(Antarctica), 킬메스(Quilmes), 빅토리아(Victoria), 모델로 에스페시알(Modelo Especial), 미켈롭 울트라(Michelob Ultra), 하얼빈(Harbin), 세드란(Sedrin), 클린스코예(Klinskoye), 시비르스카야 코로나(Sibirskaya Korona), 체르니기브스키(Chernigivske), 주필러(Jupiler), 구스 아일랜드(Goose ) 등이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가 설립된 1933년 12월 보다 조금 앞서 일본의 대일본맥주주식회사가 일본인과 조선인의 자본 비율 7:3으로 영등포에 국내 최초의 맥주 회사인 조선맥주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대일본맥주는 일본에서 삿포로 맥주와 아사히 맥주, 에비스 맥주가 통합된 회사였다. 당시의 일본은 대일본맥주와 기린맥주가 경쟁하는 구도였고,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두 회사가 경쟁하듯 같은 해에 맥주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해방 후 1948년 조선맥주는 맥주의 상표를 크라운 맥주로 변경하였고, 1952년 정부의 적산 기업 불하 정책에 따라 민간기업이 되었다.  


1950년대까지는 조선맥주가 오비맥주를 앞섰다고 하나 정확한 자료는 찾질 못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맥주는 줄곧 오비맥주가 조선맥주를 앞서 있었다. 이것이 뒤집어지게 된 계기는 1991년에 있었던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란 1991년 3월 14일에 경상북도 구미시의 낙동강에서 30톤의 페놀 원액이 유출되어 상수원을 오염시킨 사건이다. 국회에서는 진상 조사위원회가 열렸고, 각 시민 단체는 수돗물 오염 대책 위원회를 결성하였으며, 시민들은 두산 제품을 불매하기 시작하였다. 두산전자는 조업 정지를 당했으나 페놀 사고가 단순 과실로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조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22일 또다시 페놀이 유출되는 2차 사고가 발생하여 국민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다다랐다. 결국 두산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환경부 장·차관이 경질되기에 이르렀다. 페놀 유출 사건으로 인해 오비맥주의 불매 운동은 조선맥주에게 반사 이익을 선사했다. 조선맥주는 페놀 사건 이후 지하 150미터 천연암반수로 만든 하이트 맥주를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이트 맥주병에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온도를 표시하는 온도계가 있었던 점은 신선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효모를 열처리가 아닌 마이크로 필터로 걸러 냈다.


하이트맥주 천연암반수 광고


조선맥주는 하이트 맥주로 승승장구하여 1996년에는 드디어 업계 맥주 점유율 1위를 탈환하였고, 1998년에는 아예 사명을 조선맥주주식회사에서 하이트맥주주식회사로 변경하였다. 오비맥주가 다시 1위를 탈환한 것은 2011년이었다. 2015년 하이트맥주는 소주로 유명한 진로 기업과 통합하여, 지금의 하이트진로 그룹을 출범하였다. 하이트와 진로 모두 1973년에 기업공개를 한 바 있다. 한때 진로 기업의 자회사인 진로쿠어스는 카스를 무기로 오비맥주에 인수되었고, 모기업인 진로는 소주를 무기로 하이트맥주에 합병된 것이 재미있다.


하이트진로의 연혁을 살펴보면 오비맥주보다 더 혁신적인 생각이 든다. 새로운 제품 개발도 오비맥주보다 앞선다. 국내에서 최초로 흑맥주를 출시하기도 하였고, 최근에는 테라라는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하였다. 그밖에 하이트, 맥스, 에스, 드라이 d가 모두 하이트진로의 맥주이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100% 수입하고 있다. 한때는 경쟁사의 맥주였지만, 오비맥주가 산토리를 수입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밖의 하이트진로는 프랑스의 크로넨버그1664블랑, 태국의 싱하, 호주의 포엑스, 미국의 발라스트 포인트 등을 수입하고 있다. 오비맥주가 구스 아일랜드를, 하이트진로가 발라스트 포인트를 수입하고 있는 것이 마치 두 회사가 미국 크래프트 맥주 수입에서도 경쟁하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롭다.  




롯데아사히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기간을 오비맥주와 조선맥주가 양분했으나 맥주 삼국시대였던 적이 딱 3번 있다. 그중 하나가 1975년 한독맥주가 출시한 이젠벡 맥주였고, 다른 하나는 지금은 오비맥주의 식구가 된 진로쿠어스의 카스맥주였다. 그리고 현재 롯데아사히의 클라우드맥주가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일본의 아사히맥주와 한국의 롯데가 공동으로 오비맥주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롯데는 오비맥주 인수를 포기하고 독자 노선으로 전환하여 2014년에 롯데아사히주류를 설립하고 클라우드 맥주를 생산하였다.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2.7%에 해당하는 규모의 맥주 공장을 충북 충주에 완공하였고 연간 생산량 5만㎘를 생산하였다. 당시 OB 맥주가 60%, 하이트맥주가 40%인 상황에서 아사히 맥주와 기술 제휴한 프리미엄 맥주를 선보였는데 출시 100일 만에 2,700만 병을 판매하였다. 클라우드는 프리미엄 맥주임을 강조하였는데, '발효 원액 그대로 … 거품까지 깊은 맛'이 당시의 광고 카피였다. 또한 '물을 타지 않은' 맥주라고 광고하였다. 물을 타지 않았다는 것은 맥주 공법과 관련이 있다. 기존의 맥주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도수에서 맥주를 발효시킨 후 맥주의 도수를 낮추기 위해 물을 추가하는 방식인  '하이 그래비티 공법(High Gravity Brewing)'을 사용하였는데, 클라우드는 발효 과정을 마치면 바로 원하는 알코올 함량을 얻을 수 있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Original Gravity Brewing)'을 사용하였다. 한마디로 원하는 맥주의 도수를 얻기 위해 맥아즙을 만들어 내는 단계에서 물을 넣느냐, 발효 후 물을 추가해 넣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맥주의 순수성을 강조하기에는 알맞은 공략이었다.


그런데, 롯데아사히의 지분 관계가 흥미롭다. 일본 아사히맥주가 50%+1주와 경영권을, 롯데칠성음료가 50%-1주를 가진 회사가 롯데아사히이다. 그렇다면 롯데아사히의 처음처럼과 클라우드는 일본 소주이고 일본 맥주일까?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이렇다 보니 일본 아사히맥주를 롯데아사히가 수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밖의 아사히맥주는 필스너 우르켈, 코젤, 페로니, 그롤쉬 등의 유럽 맥주를 소유하고 있다.




일본 맥주 수입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니 마저 살펴보면, 일본의 4대 맥주 중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삿포로 맥주는 매일유업의 자회사가 수입하고 있다. 국내의 수입맥주의 비중은 2013년 4.9%, 2014년 6%, 2015년 8.5%, 2016년 11.1%, 2017년 16.7%로 연평균 3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의 맥주 수입국은 EU(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체코), 일본, 중국, 미국, 멕시코 순이였다. 단일 국가로는 사실상 일본이 가장 많았는데, 올해의 수치는 내년에 따져볼 일이다.


글 | 날마다 좋은 ㅎㅏ루



참고자료


AB InBev 홈페이지

오비맥주 홈페이지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롯데아사히 홈페이지


국내 맥주3사 모두 일본맥주 수입 '통로'

오비맥주, 또 주인 바뀌나..AB인베브, 45억弗에 재인수 추진


한국 맥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한국에는 세 번의 맥주 삼국 시대가 있었다

모두가 아는 버드와이저는 미국 맥주일까?

조선시대에도 '맥주'라는 기록이 있었다.


주요국의 주세율 과세제도 비교연구 - 맥주를 중심으로, 2018. 6,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맥주, 문화를 품다>, 무라카미 미쓰루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제목 사진 출처 :  카스 홈페이지

본문 사진 출처 :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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