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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당 Nov 06. 2023

NO3. 디카에세이 길 내기

디카에세이 - 길을 내는 작가

 디카시가 기존 시의 언어를 사진과 문자의 멀티 언어로 지평을 넓혔듯이 디카에세이 또한 같은 구조로 쓴다. 수필에 사진을 보조적으로 끌어다 붙이는 방식이 아니다. 디카에세이는 작가가 직접 자연의 사물이나 풍경, 인물 등 자연 생태계나 삶의 현장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토대로, 이를 해석하고 형상화해 작품을 완성하는 새로운 방식의 에세이이다. 즉, 사진과 문자가 한 덩어리가 되어 에세이가 된다.


검색 엔진을 통해  ‘디카에세이’를 찾아보니 눈에 띄는 기사가 보인다. 부산 사보《부산이라서 좋다》에서 부산을 소재로 한 디카에세이 공모전이다. 내용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제호 부산이라 좋다 제1220호

작성일 2006. 06. 06.

부산 담은 ‘디카에세이’ 공모


녹색도시 부산21추진협 녹색도시부산21 추진협의회는 ‘제1회 녹색 디카에세이’를 공모한다. 부산의 하천, 건물, 도심의 쌈지공원, 연안경관 등 부산의 환경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내용이면 된다. 응모자격은 제한이 없고 접수는 오는 5일부터 9월 1일까지 3개월간.


희망자는 부산의 경관을 디지털카메라에 담고 느낌은 글로 표현해 보내면 된다. 1인당 작품 수는 3 작품이내 복수 출품가능하며 사진 출품규격은 2048×1536pixel (JPEG파일만 가능)이며 에세이는 500~100자 이내. 신청은 협의회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참가 신청서를 다운로드하여 메일(****@hanmail.net)로 보내면 된다.


<자료출처>

https://www.busan.go.kr/news/snsbusan04/view?dataNo=16794&gugun=Prev


위 공모전에 눈에 띄는 것은 디카에세이 공모를 기획하여 시도한 것과 공모전의 시기이다. 2006년, 이는 디카시가 세상에 발을 내민 2004년도에서 겨우 2년이 지난 때다. 사진과 글을 연결하는 에세이 공모전, 어쩌면 디카에세이도 디카시처럼 같은 길을 걷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기존 수필의 틀에서 벗어난 방향 틀기, 수필의 영역 확장이라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와 같은 공모전을 기획하고 의도한 분들의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에세이 분량 500자에서 100자. 이 또한 고무적이다. 지금  A4용지 12포인트 글자 크기로 작성한 1줄의 글자 수가 대략 30자 정도인데, 최대한 여백 없이 쓴다 할 때,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언술이 적게는 3~4행, 많아야 17행 정도의 분량이다. 이는 기존 포토에세이와도 형태가 다른 구성 방식으로, 필자가 앞에서 밝혔듯이 디카에세이의 길이가 10에서 15정도 (필요에 따라 10행 이하로) 써야 한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디카에세이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때에 맞춰 디카에세이(DiCaEssay) 수필집을  낸 분은 최장순 작가다.


나는 모자를 벗었다, 썼다 한다 


책의 제목도 예사롭지 않다. 2020년 이지출판에서 151편의 작품을 담았다.


최장순 수필가는 강릉 출생으로 계간《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작품집으로 《이별연습》, 《유리새》,《유쾌한 사물들》, 선집《 구석과 모퉁이》가 있다.

2014년 제32회 현대수필문학상, 2019년 제15회 구름카페 문학상 등 여러 부문의 수상 실적이 있으며,

수필문학회와 북촌시사北村詩社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타계하시어 더 이상 그분의 글을 볼 수 없어 아쉽다.

디카에세이에 대한 큰 발걸음을 남기심에 두 손을 모아 명복을 빈다.


이지출판사의 책 소개 정보를 보면 디카에세이가 어떤 문학인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 나온다. 최장순 작가가 생전에 수필에서 어떤 길을 가고자 했는지 그 방향을 짐작케 한다.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의 아포리즘’


사물수필을 즐겨 쓰는 최장순 작가가 신작 디카에세이집 《나는 모자를 벗었다, 썼다 한다》를 출간했다. 간혹 포토에세이집이 출간된 적은 있으나, ‘디카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디카에세이의 대중성과 친밀성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디카에세이는 스마트폰으로 스쳐 지나갈 것을 담아 즉흥적으로 생각을 접목하는 형식이다. 가공하지 않은 이미지 그대로, 소담하고 멋을 부리지 않은 날것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포토에세이와 차별화된다.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포착, 날렵하고,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들이 오히려 정겹고 진솔한 글의 힘이 된다.


우리 일상은 여러 모양으로 여러 색깔로 여러 차원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의 입각점에서 볼 수밖에 없는 지각의 특성과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최장순 작가는 전지적 관찰을 통해 사물의 내면에 흐르는 욕구나 욕망, 드러난 현상을 새롭게 해석해 내는데 탁월하다.


최장순의 디카에세이는 장르 특성상 짧은 글이지만 울림은 크다. 그것은 시적인 긴장과 함축, 촌철살인에 버금가는 아포리즘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어 사물 스스로 자신의 본모습을 열고 인간의 품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그는 사물과의 정감 어린 대화를 즐긴다. 또한 그의 작품 바탕에는 진솔한 사랑의 힘이 깔려 있다. 예컨대 최근 인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괴질 ‘코로나19’에 대한 그의 시선을 보자. 작품 〈빙하기〉는 ‘뭉치면 죽고 헤어지면 산다’는 역설적인 현상, 사회적 거리두기, 번호인간의 등장 등 고립과 공포 속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비록 물리적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거리 두기가 필요 없다고, 빙하기를 극복하는 힘은 결국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즉 남극의 펭귄처럼 ‘허들링’을 통해 혹한의 고통에서 살아남는 지혜를 외친다. 그리하여 다시 ‘우리’가 될 때까지 견디어 내자고 말한다.


그의 시선은 늘 일상의 소소한 사건과 인물들과 사물에 맞추어져 있다. “셔터를 누르는 단 한 번의 순간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야기로 남는 일은 기쁘다”라고 말한다. 디지털카메라와 글이 합쳐져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그는 한동안 ‘이미지에 굶주린 거리의 사냥꾼’처럼 활보할지 모른다.




최장순 작가의 디카에세이 한 편을 소개한다.



                                                    우산


 

당신은 챙 넓은 우산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한 방울의 비도 맞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가까워서,
미덥다는 이유로 당신을 잠깐씩 잊기도 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갈구하고 얼마나 쉽게 버린 사랑인가.
낯선 곳에서 당황하거나 슬퍼했을 나의 인연들.

건망증으로, 혹은 잠깐의 실수였다는 이름으로

나는 나를 쉽게 용서했다.   

     

출처: '디카에세이', 최장순 수필가 - 포스트24 



< 위 에세이를  읽고 나름의 소감을 적는다>


최장순 작가는 우산을 통해 아내를 보았다.

우산은 비 오는 날만 구실을 한다.

날이 맑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렇게  필요할 때나 끌어 내 쓰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최장순 작가는 우산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았다.

는 뒤늦게나마 지나온 길을 더듬는다.

솔직하지만 염치는 없다.


그렇게 비가 억수같이 퍼붜도

아내가 있어 한 방울의 비도 맞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나 가까이 있어 그 존재조차 몰랐으며, 

잠깐이지만 잊기까지 했다고.


하나,

위 에세이를 있는 그대로 읽어 내려가면 안 된다.

작가는 아내에게 향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곳곳에 숨겨 놓았다.

작가는 거짓말하고 있다.

겸손하다. 아내를 자랑하는 사람은  팔불출임을 안다.

고마운 마음을  알면서도 글에서는 역으로  표현했다.

부정에 부정은 긍정이고,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하지 않는가.


 작가에게 아내는 우산이었다.

궂은일도 알아서 척척 내는 바람막이였다.

비바람 막아주고 뜨거운 햇볕 받아내는 아내.

아내는 해진 우산의 천처럼 몸뚱이 너널너덜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집안 살림도맡아 하고

자식을 돌본 사람이다.

남편 뒷바라지를 묵묵히 해다.


작가는 그런 아내의 희생을 안다.

그럼에도 가는 우산의 천이 해진 다음에야 아내 보였고 거짓말한다.

이마에 잔 주름 가득한 아내 지금에서야 보았다고 하고는 눈물 흘린다.


작가는 아내를 무척 사랑 분이었다.

빗물은 아내의 눈물이다.

서럽도록 흘린 아내의 눈물이다.

니, 작가의 눈물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어두컴컴한 새벽에 공교롭게 번개가 반짝인다.

가을이 깊어가는데도 비가 오지게 내릴 모양이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같다.



다음은 요즘 디카에세이를 맛있게 쓰는 분이 있어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분은 잠깐이지만  필자와도 인연이 있다. 충북수필문학회  초청 강사로 와 강의했고, 필자와 잠깐 문학에 대해 좌담을 나누기도 했다.


 데일리 한국 신문에 이경은 작가의 인터뷰가 있어 옮긴다.  <클릭, 클릭>


 이경은 작가는  2023년 9월부터 데일리한국에 디카에세이를 연재한다. 1주일에 한 편씩 사진을 곁들인 수필. 사진작가이기도 한 남편, 최기환 씨가 찍은 1만 5천여 장의 사진을 서랍에 그냥 넣어둘 수 없어 세상에 빛을 쪼인다고 하면서. 사진을 통해 사물에 대한 깊이를 더하고 생각을 익혀 에세이를 짓는다고 했다.

 디카에세이가 사람들에게 일상의 휴식과 힐링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문학은 작가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나누어야 가치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좋은 음식을 보면 나눠 먹고 싶듯이, 사진 한 장에 담긴 의미와 이미지를 짧은 글로 표현하여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단박 들어가 기쁨이 된다면 작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글 작업이라고 했다.


1998년 《계간수필》로 등단한 이경은 작가는   '내 안의 길' '가만히 기린을 바라보았다' 등 여러 권의 수필집을 냈다. 그 외에도 수필 작법집 '이경은의 글쓰기 강의노트', 포토에세이 '그림자도 이야기를 한다', 독서 에세이 '카프카와 함께 빵을 먹는 오후'가 있으며,  율목문학상, 한국산문문학상, 숙명문학상, 한국문학백년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방송작가이며  클래식 음악 극작가로 활동하는 분이다. <데일리 한국> 자료


이경은 작가의 디카에세이 작품을 읽어 보자.




                                    저 한 방울


최기환 사진작가 제공  <데일리 한국>에서 인용



열정, 고통, 눈물, 사랑, 생명….

일생동안 받은 수많은 마음을 안고

혈관을 미치도록 돌다가

가슴에서 뜨겁게 용솟음 

저 한 방울.


제 생명을 모아

세상 밖으로 훌쩍 떠나보내고도

말 한마디 못 건네고

그저 말없이 서 있는 나무 영혼의

저 한 방울.  


아프리.


     

                                                                    


바다의 초대



제주 김녕굴 용천수 모습, 최기환 사잔작가 제공         <데일리 한국>에서 인용

물이 솟아오르고   

바다는 파도를

하늘까지 잇댄다.


사람들이 바다의 품에서

참았던 긴 숨을 토한다.

'삶이 힘들어서 왔구나.'

아, 바다가 벌써 알고 있었군.


바래 길이 열리고

그들은 태양의 포옹 속에서

길을 다시 떠난다.


바다의 선물을 두 어깨에 메고.



지금까지의 내용을 토대로 디카에세이가 무엇이며, 디카에세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윤곽을 잡아보았습니다.


저 또한 브런치 매거진 공간을 통해 디카에세이를 써 왔습니다. 아직 더 공부하고 연마해야 하지만  독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용기 내어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매거진을 통해 선 보인 디카에세이 작품을 이 연재 공간으로 옮겨올 것입니다. 제 글을 이미  읽은 분들도 있겠지만, 양해 바랍니다. 


<디카에세이 연재 요일은 월요일과 목요일입니다. 독자님들의 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brunch.co.kr/@ihmhyung/112


https://brunch.co.kr/@ihmhyung/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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