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물건이 쌓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버리고 나면 후회할 것 같고 언젠가는 쓸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우리가 소유한 물건을 살펴보면 물건을 왜 많이 끌어안고 사는 지 알 수 있다. 물건을 소유하게 된 이유의 시점이 과거나 미래라면 불안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물건이 남겨지는 이유는 버리면 후회할 것 같은 불안함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남겨지게 되는 물건은 현재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일을 생각하며 불필요한 물건까지 가지고 있게 되는 것이다.
물건을 버리고 나서 후회할까봐 버리지 못한다. ‘혹시나, 언젠가’라는 마음이 가장 큰 발목을 잡는다.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는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인생은 늘 실수의 연속이다. 실수에서 배우게 된다. 실수를 실수로 끝내지 않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배움이 중요한 것이다. 마냥 두려움 때문이라면 과거 혹은 미래를 위한 물건을 버리고 나서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본다. 생각보다 그렇게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상황은 없을 것이다. 현재 쓰고 있지 않으며 불필요하다고 여긴 물건을 버렸기 때문이다.
현재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 불안하기 때문에 적정량 이상을 물건을 쟁여둠으로써 불안감을 대체하는 것이다. 사재기가 가장 좋은 예다. 불안함의 크기만큼 물건이 늘어난다. 자신이 얼마만큼 사재기를 해놨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적정량 이상을 가졌음에도 불안해한다. 불안의 원인을 찾고 그 원인에 맞게 대처해야한다. 마냥 불안한 마음만 가지고 물건으로 대체하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적정량을 준비해두는 것은 위기를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쌓아놓는 것은 낭비다.
물건은 불안을 없애주지 않는다. 불안은 또 다른 불안함을 낳는다. 불안한 마음을 살피는 게 먼저다. 마음을 살피지 못한 채 물건으로만 대체하면 집에 물건이 쌓일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놔둔다면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물건을 버리는 것이 더 힘들어지게 된다. 불안함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불안함 때문에 사들인 물건을 정리하면서 불안함과 직접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물건 안에 투영된 불안함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고 나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게 된다. 불안은 직접 마주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에 불필요한 물건이 많으면 정작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확인하는 방법은 물건을 마주하며 과거에 미련을 두어 집착했던 것들인지, ‘언젠가’라는 생각으로 남겨두었던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지금 쓰는 것이 아닌 과거나 미래의 언젠가라는 생각으로 남겨두었다면 비워낸다. 현재를 기준으로 1년 동안 쓰지 않는 것들은 모두 비운다. 불안한 마음으로 쌓아두었던 물건은 관리가능한 양만큼만 남겨둔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 ‘무슨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메모해 준비해 두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