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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Sep 12. 2021

잡곡보다 흰쌀이 몸에 더 좋아요

과민성 대장 증후군 | Low FODMAPs 식단

-사람들은 어떻게 방귀를 참고 일상생활을 해?


그즈음 나는 계속 방귀가 나오려는 느낌 때문에 곤란한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문득 회사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이 사람들은 다들 정말 방귀가 안 나오는 걸까 궁금해졌다. 친구는 사람들 다 그렇게 산다고 말했지만 그건 친구가 내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배에서 보글보글 소리가 났다. 마치 배가 끓는점이라도 만난 듯 보글보글 부글부글 거품을 냈다. 나중에야 이게 복부 팽만 증세이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여기에 도움이 되는 식단은 따로 있다는 것도. 


포드맵(FODMAPs)은 올리고당(FO: Fermentable Oligo-), 이당류(D: Disaccharides), 단당류(M: Mono-saccharides), 그리고(A: And) 폴리올(P: Polyols)을 합친 단어이다. 이들은 모두 장 내에서 발효되기 쉬운 발효성 성분으로, 탄수화물 중에서 소장과 대장에 흡수되지 않고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돼서 가스와 액체를 만든다. 


대장이 건강하지 않을 때 '포드맵'이 포함된 식품을 먹으면 쉽게 가스가 생성되고 이 가스가 대장을 팽창시켜 복부 팽만, 복통 등을 일으키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와 같은 고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저포드맵(Low FODMPAs) 식단을 하는데 이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우선, 한국인이라면 사랑해 마지않는 마늘.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추석상을 생각했을 때도 대부분의 음식에 마늘이 들어가고, 게다가 요즘엔 한식뿐만 아니라 밖에서 먹는 치킨이나 피자, 파스타에도 마늘이 들어가는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마늘은 고포드맵 중에서도 제일 높은 포드맵에 해당한다.

마늘이 고포드맵이라는 걸 몰랐을 때, 백종원 선생님의 '시금치 베이컨 볶음'을 만들어 먹은 적 있었다. 그때도 이미 저포드맵 식단을 하고 있는 중이라서 시금치와 베이컨 모두 저포드맵이라는 걸 확인하고 먹은 건데도 하루 종일 배가 보글보글 끓었다. 나중에야 범인이 마늘이라는 걸 알았다. 마늘은 당연히 몸에 좋다고 생각하고 포드맵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배신감이 엄청 컸다. 곰과 호랑이도 사람으로 만든다는 마늘인데 몸에 안 좋을 리가 없지 않나.


마늘 외에도 고포드맵 음식은 우리 식단 곳곳에 숨어있다. 예를 들어 제목에도 언급했던 쌀. 당연히 잡곡이 몸에 좋다고 생각해서 원래 잡곡밥을 지어먹었는데, 잡곡이 고포드맵이고 흰쌀이 저포드맵이다. 그래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잡곡보다 흰쌀이 몸에 더 좋다. 그리고 바나나. 바나나는 좀 까다롭다. 바나나는 익기 전에는 저포드맵, 익기 시작하면 고포드맵에 해당된다.


모든 음식의 포드맵을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음식을 앞에 두고 하는 습관이 생겼다. 다이어트하는 친구가 칼로리를 계산할 때 나는 포드맵을 계산했다. 정확히는 구글에 "무슨 음식 fodmap" 이렇게 검색한다. 최근에 케이크를 먹을 때도 "whipped cream fodmap"(생크림 포드맵)을 검색했고, 이렇게 답변이 나왔다. 

"The low FODMAP amount of Whipped Cream weighs 60g"(생크림의 저포드맵 양은 60g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60g이 얼마만 한 양인가 하는 문제가 내게 남는다. 보통은 그냥 내가 먹는 양이 60g이라고 생각하며 먹는다. 약간의 불안감과 함께. 그러고 나서 배가 아프다면 '내가 많이 먹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배가 안 아프면 '더 먹을걸' 아쉬워한다. 

 

앞으로 연재할 글에서는 저포드맵 식단으로 만드는 음식도 소개하고 싶다.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식단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선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치료하는 데에만 목적을 두고 싶다. 일반적인 기준의 몸에 좋은 음식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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