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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Sep 19. 2021

3,950원으로 가지라자냐 해 먹기
<가지의 재발견>

과민성대장증후군 식단| Low FODMAPs저포드맵 식단

예전에 이태원에 한 식당에서 '가지 라자냐'를 먹었다. 다른 요리들이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시켰던 요리였는데 안 시켰으면 후회할 뻔했다. 그전까지 나는 '가지' 요리라고 하면 급식 반찬으로 나오던 흐물흐물한 '가지 조림'밖에 몰랐는데, '가지 라자냐'로 가지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말 그대로, "가지의 재발견"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트위터에서 '가지 애호박 말이'라는 레시피를 보고 따라 만들었는데, 이태원에서 먹었던 가지 라자냐와 꽤 비슷한 맛이 났다. 



그래서 몇 번 '가지 애호박 말이'를 해 먹다가 

'굳이 말 필요가 있을까? 이거 안 말면 그냥 가지 라자냐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에서 내 방식대로 만든 게 지금의 레시피가 되었다. 


<준비물>

가지 1개 (645원)

모차렐라 치즈 2장 ((4,990/15)*2 = 665원)

토마토 파스타 소스 1/5 사용 (4,080/5 = 816원)

미국산 소고기 설깃 국거리용 냉동 80g (11,400/6.25 = 1,824원) 

총 3,950원

(요리 시간: 10분, 굽는 시간: 15분)


나는 이번에는 가지와 집에 있던 냉동 소고기로 만들었는데 고기 종류는 어떤 걸 넣어도 상관없다. 베이컨이 있으면 베이컨을, 다진 고기가 있으면 다진 고기를 넣어도 좋다. 다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면 괜히 마늘이나 양파는 넣지 않는 게 좋다. 그게 아무리 풍미를 높여주더라도 먹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한다면 먹으나마나 한 일 아닌가. 위 재료들은 다 저포드맵 식단이다. 가지, 모차렐라 치즈, 그리고 토마토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점심은 가지 라자냐, 저녁은 가지 덮밥을 해먹을 생각으로 할인하는 걸 샀다. 안타깝게도, 가지 덮밥은 망해서 나는 지금 배가 고프고, 가지 덮밥 레시피도 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1. 팬에 기름칠을 해주면, 나중에 음식이 그릇에 들러붙지 않는다. 

2. 가지를 감자칼로 얇게 썬다. (그냥 칼로 잘라도 된다.)

3. 팬에 가지를 한층 쌓는다. 


뚜껑을 여느라 고생했다. 항상 여느라 고생한다. 

4. 한 층의 가지 위를 토마토소스로 덮는다. 

5. 햄/고기/베이컨을 넣는다. 


아직까진 비주얼이 좀 그렇지만 맛있다. 정말 맛있다.


가지를 감자칼로 썰다 보면 이렇게 애매한 모양으로 남는다. 


그럴 땐 그냥 칼로 잘라준다. 이제 알 수 있겠지만 나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썰었다. 그래도 맛있다. 



6. 그리고 남은 가지를 다 쓸 때까지 팬에 가지와 고기 등을 쌓고 토마토소스를 덮는 과정을 반복한다. 

7. 맨 위를 모차렐라 치즈로 덮는다. 

8.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15분간 구워준다. 



집에 에어프라이어가 있다면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해도 된다. 본가에서 가지 라자냐를 요리할 때는 오븐도 에어프라이어도 없어서 속이 깊은 프라이팬에 오랫동안 졸이듯 구웠는데 그건 그거대로 바삭, 자작한 맛이 있었다.  


치즈와 비벼서 맛있게 먹자.

 

나는 집에 사람들이 놀러 올 때마다 가지 라자냐를 해준다. 그만큼 간단하고 맛있고 차림새 있어 보이는 음식이다. 친구들은 내가 냉장고에서 가지를 꺼내는 순간부터 놀란다. 

"자취하는 애 집에 가지 있는 거 처음 봐."

그리고 뚝딱뚝딱 원 팬에 재료들만 쌓아 올려서 오븐에 넣으면 끝. 설거지 거리도 많이 안 나와서 좋다. 지금까지 10명 이상에게 가지 라자냐를 해줬는데 모두 좋아했다. 평소에 가지를 안 먹는 사람들조차도!


무엇보다 저포드맵 식단이라서 부담 없이 식욕을 돋우고 싶을 때 언제든 맛있는 해결사다.

Bon appétit. 본 에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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