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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Jun 27. 2022

새벽 5시 반, 빛이 있으라 하니 2

매일 발행 86일차

새벽 5시 반, 빛이 있으라 하니 1


6시 기상 성공!!!


누군가에게는 아침이겠지만 내게는 이른새벽인 오전 5시 40분경, 어디선가 희미하게 삑삑거리는 새 소리가 들려왔다. '꿈인가? 창밖에 새가 우나?' 무심결에 듣고 있는데 차츰 기억이 되살아난다. 내가 어제 맞춰둔 알람 소리였다. 슬그머니 눈을 뜨자 방 안이 환했다. 어제 설치한 푸시미니가 제대로 작동된 것이다! 이런 신통한 녀석!


워낙 작은 방이라, 형광등을 켠 채로 누워 있으면 눈부신 불빛이 눈으로 곧장 내리꽂힌다. 바로 벌떡 일어난 건 아니지만 슬슬 정신이 돌아왔다. 베개 옆에 굴러다니는 미스트의 존재가 떠올랐다. 일어나 앉아 얼굴에 치익 뿌려봤다. '앗 차가워!'까진 아니지만 부드러운 안개가 얼굴을 감싸는 듯하다. 꽃향기가 콧구멍으로 밀려들어온다. 어제 내가 짜놓은 알고리즘은 여기까지였다.


의자 위로 기어올라가 물 한잔을 마시니 6시. 이 정도면 선방이다. 만년필 뚜껑을 열고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다. 날짜와 시각을 적고 의식의 흐름대로 끄적여본다. 그러나 아직 졸음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어떻게 하면 깨끗이 잠이 깰까 생각하다가, <집사부일체>에서 본 김영하 작가의 '관련 없는 단어 릴레이'를 열 개쯤 해봤다('구름>체온계>초가집>철학...' 식으로 앞 단어와 가장 거리가 먼 보통명사를 떠올리기). 오, 이거 괜찮다. 뇌 여기저기에 작은 불이 켜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은 출근을 일찍 하는 날이라 브런치 발행까지 끝내진 못했지만 이 정도면 희망이 보인다.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삶, 지긋지긋한 자명종 소리가 아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 노동의 피로가 누적된 밤중이 아닌, 자고 일어난 새벽에 호젓하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삶, 나도 한번 살아봐야겠다.


나 자신아, 이번만은 꼭 좀 성공해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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