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아래서 만나요 / 무릎
아침에 온다고 한 사람을 기다리다가
긴긴 아침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기웃거리는 정오를 애써 피하며
무늬 다른 앉은 새들
그 울음 차례로 익히다가
올 것 같은 곳을 향해 꾹꾹 허밍하는 일
낮에는 꼭 올 것 같은 사람을 기다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팝나무 그림자가 내 발밑을 간지럽힌다
오래 기다리다 보면
이런 것에도 간지러워 할 수 있게 된다
오겠다고 한 사람과 기다리는 나 사이에
막연한 저만치를 끌고 오는 아주 오래된 엄마
무릎을 자꾸 매만지며, 허리춤에 손을 기대며
자꾸만 가까워지는
올 것 같은 사람이 막 멎고
울 것 같은 사람만 남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가벼워진다 소용 없어진다
덥고 무더운 내 얼굴이 이팝나무 그림자만 응시한다
내 옆에 앉은 엄마가 한숨도 추리기 전에
"밥은 먹었니?"하고 물으면
이팝나무가 봄바람 잔뜩 모아선
나 대신 대답하고
오겠다고 한 그가
나에게
기다리지 말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