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언약식 / 무릎
비가 내리면 더 잘 산대
꽃 두 송이 사이
거미줄이 예물 목걸이처럼 반짝인다
둘은 이제 함께여서
바람의 질문에도
한 번에 고개를 끄덕이고
무당거미가 집을 돌아다닐 때
같은 템포로 두근거릴 수 있다
빗방울 이불마다
맑은 무지개 누워
긴 낮잠 자고
둘은 소곤소곤
약속을 들추며 붉어질 때
자꾸 집을 꿰매는 무당거미
믿음을 미신하며,
미신을 축복하며.
내 몸에서 가장 높아질 수 있고, 가장 낮아질 수 있는 무릎처럼. 인생도 높고 낮은 때가 있구나, 깨달으며 살아갑니다. 유명한 시인까지는 아득해, 유망한 시인이라도 되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