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재입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단칸 가위 / 무릎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꿈이 있다
좋아서 방방 뛰게 되는 꿈
다시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물건을 가방에 넣고
그 가방을 또 다른 가방에 넣고
그것마저 더 큰 가방에 넣는 일
넣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 껴넣으며
끝없이 숨겨보는 일
"내 거야", "내 거야" 외칠 때마다
내게서는 들어본 적 없는 동물의 소리가 났지
그렇지, 내게 이런 생시가 있을 리 없지
꿈일 수밖에 없지
테두리나 둘레는 아득하고
사방팔방이 한가운데여서
밖으로 꺼낼 수 없어서
잃어버린 걸 잊어버릴 수밖에 없어서
숨이막히고나는살려주세요외치지만소리가나지않고누가내목을자꾸조른다잃어버린물건들을아는손으로
깨어나면
불 못 끈 방
그리고 천장엔 그리마
일초만 봐도 선명한 벌레
방구석을 자꾸 후미지게 보여주는 그리마
이제는 그 몸과 내 눈 마주쳐도
일어나거나 위협하거나 죽이지 않는다
나 말고 누가 그 벌레를 볼 수 있을까
이유 없이 누구를, 아무개를 상상하다 보면
싱거운 그리움이 생기지
내가 그 벌레를 본 뒤로부터
그리마는 어디로 가지를 못하고 저리로 있다
저 많은 다리는 모두 가방 같아
늘어나는 내 짐과 벌의 개수를 세다 보면
나도 내 방에서 숨고 싶어진다
그래서 자꾸 눈 감는 것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꿈 쪽으로 목숨을 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