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다 바다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다. 그곳에서 초중고대학, 대학원까지 졸업을 했다. 집과 학교만 오가느라 그저 동네일 뿐이었다. 어느 작은 시골마을에 근무하게 되면서 주말마다 부산에 갔어도 익숙한 곳에서 주로 쇼핑을 할 뿐이었다. 아이를 낳고서야 부산이 부산으로 다가왔다.
내 기억에 광안리는 해파리다. 중학생 때, 광안리 옆에 사는 친구 집에 우르르 놀러를 갔다가 바다에서 물놀이를 했다. 그날 친구 중 한 명이 해파리에 물렸고, 모두 깜짝 놀라 유야무야 집으로 돌아갔던, 그렇게 소박한 친구 집 옆에 있던 작은 바다였다.
아이와 함께 지난날의 광안리를 다시 찾았다. 하, 여기 한국 맞아? 광안리는 너무도 화려했다. 해변 둘러싸고 있는 많은 카페, 펍, 식당. 그곳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모래밭에서 파도를 바라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외국인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다이아몬드브리지의 화려함에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버스킹, 불꽃놀이까지 축제 같은 곳이 되어있었다.
제주를 계획했다가 해운대를 간 적이 있다. 함덕에서 3박 4일 푹 쉬고 올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태풍 ‘찬투’가 온단다. 차선으로 찾은 곳이 부산 해운대다. 퇴근 하자마자 밟았다. 3시간 30분이 걸렸지만 선방했다. 기장으로 가는 외곽도로는 처음인데 전혀 정체구간이 없었다. 해가 질세라 바로 바다로 달려갔다. 제주와 가까운 부산도 역시 바람이 거칠다. 거친 파도와 상관없이 마음은 평온하다.
"엄마, 왜 이렇게 사람들이 밤에도 북적북적해?"
"그러네. 사람들이 밤바다 좋아하나 봐.”
찰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빼꼼 달이 보인다.
"엄마, 나 소원 빌어도 돼?"
"그럼."
"다리미허이매이러엥"
"뭐라고 빌었어?"
"우리 엄마아빠 부자 되고, 우리 차가 탱크되라고."
"푸하 뭐야."
장난감 사달라고 할 때마다 돈 없다고 해서 그랬니? 장난감 탱크는 이제 그만했더니. 진짜 탱크 사고 싶은 거야?
세상에는 다양한 'land mark'가 있다. 그것은 여행을 유발한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프랑스의 에펠탑 등이 그것이다. 부산하면 해운대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해운대에 또 뭐가 있을까?
* 영화의 전당(두레라움)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과 끝 행사를 이곳에서 한다. 수용 요트경기장에 있으며 유명한 건축가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나는 이곳에 있는 뷔페식당을 종종 이용했더랬다.
* 신세계 백화점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다. 정말 없는 것 말고는 다 있는 듯하다. 뭣 보다 나는 먹을 곳이 다양해서 참 좋았다. 그 옆으로 롯데백화점, 홈플러스가 있는 것은 안 비밀이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힘들듯.
* 벡스코
이곳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친구의 졸업작품 전시회가 있기도 했고, 꽃을 사러 갔다가 고등학교 불어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더랬다. 당시에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지금은 교사를 그만두고 꽃집 사장님이 된 불어선생님이 퍽 멋져 보인다.
* 시립미술관
이곳에서 고흐전을 봤더랬지. 참 여유로운 장소로 기억된다. 최근에 갔을 땐 어린이 프로그램과 전시도 많아 참 좋았더랬다.
* 동백섬
산책하기 딱 좋다. 정자를 모티브로 건축된 누리마루도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다.
* 웨스틴 조선호텔
해운대 갈 때마다 한 번 묵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친구랑 커피 한 잔 하러 갔다가 가격에 놀라서 나왔더랬지. 최근 다양한 호텔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명성은 꺾기 힘들 것 같다. 2005년 Apec 회의 때 부시대통령과 부인이 묵었다고 한다.
* 드디어 해운대 비치
나는 겨울바다가 좋다. 고3이 되던 1월 1일에 해운대에서 일출을 보며 누군가가 피어놓은 모닥불에 엄마와 언 발을 녹이던 추억이 떠오른다. 차가 너무 밀려서 그 이후론 1월 1일 새벽엔 해운대를 찾지 않는다.
* 이젠 기장
해운대는 늘 변함없겠지만 요즘 그 옆의 기장이 뜨고 있다고 한다. 잠실 3배가 되는 롯데월드가 문을 열었다.
* 송정
해변열차와 캡슐열차를 타기 위해 송정역으로 향하라. 열차에서 보는 바다뷰가 퍽 아름답다. 캡슐열차는 아늑함이 있다. 돌아오는 해변열차에서 잠깐 중간에 내려 관광을 할 수 있다.
* 키자니아
쉴 새 없이 체험에 돌입했다. 소방관 체험부터 비행사, 햄버거와 초콜릿, 파스타 만들기, 게임처럼, 침대 체험(?), 자동차 정비 등 오전 10시부터 15시까지 꽉 찬 시간이었다.
* yes24 중고서점
테라로사 카페도 있고, 현대 자동차 전시장도 갔다. 아들이 좋아하는 자동차와 책, 엄마 좋아하는 커피와 빵이 있어 더없이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 국립부산과학관
롯데월드 옆에 세워진 곳이다. 올해가 딱 10주년이라 하니 얼추 아이와 동갑이다. 로봇쇼 등 볼거기라 다양했다. 과학관의 놀이터도 그 규모가 상당해서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볼 곳이다.
* 엄마의 고등학교 옆 이중섭거리
예전에 아들이 소중이를 만지기에 고등학교 시절 바바리 아저씨 이야기를 해줬다. 바바리맨 출몰한 그곳에 가보고 싶다 하여 갔더랬다. 휴일이니 교문은 닫혀있고, 주변에 있던 이중섭 거리에서 알찬 시간이었다. 근처 덕선제과도 들려보시길.
* 송도 케이블카
파란 하늘과 그것을 닮은 바다, 그 바다에서 돌을 쌓으며 행복한 아이.
"엄마, 이거 꿈이야?"
행복한 아이는 계속 이렇게 묻는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해. 어린이집 가야지?"
아들, 어린이집에서도 꿈같은 시간이길 바라.
여행은 꿈같은 시간을 만들어준다. 멀리 가지 않았도, 익숙했던 곳도 다시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