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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Dec 29. 2020

서울 주거비용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일까?

데이터로 해석하는 서울의 주거 현실

  2020 년에 부동산, 집값 문제, 임대 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것만큼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거나 격한 반론을 불러 일으킬 이슈가 흔치 않았습니다. 그나마 부동산 이슈에 버금갈 만한 주제로 대입 등 교육정책 내지 조국 교수와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정치 공방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오늘 제가 간단히 짚어 보려는 사항은 주택 가격과 임대료 관련 몇 가지입니다. 며칠 전 [20 vs 80의 사회] 리뷰에 대해 두어 개 질문이 있었습니다. 간략히 댓글을 적기에 벅찰 내용이라 이렇게 별도 공간에서 답글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고 편견 없는 결론을 이끌진 않습니다. 미리 결론을 내리고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자기주장에 부합하는 것들만 취사선택하여 얼마든지 잘못된 방향으로 오도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인용하는 데이터와 그에 대한 해석도 반대론자 입장에서 보면 비슷하게 반론할 지 모릅니다. 저는 부동산 전문가이기는 커녕 주택, 아파트 매매와 투자에 있어 일반 시민보다도 관련 지식과 경험이 부족합니다. 다만 인터넷에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취합, 편집, 분석하여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라는 관점에서 작성했습니다. 모쪼록 부족하고 잘못된 판단이더라도 비난하시지 말고 건설적인 반론을 부탁드립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데이터가 설사 팩트를 담고 있다손 치더라도 이러한 사실이 서민들의 삶과 현실에는 커다란 부담이자 아픔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누가 아프거나 배가 고프다고 할 때 통계적인 의미로 '당신은 남들에 비해 20%가량 통증을 느끼는 수준이니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겁니다. 힘내세요' 라거나 '평균적인 배고픈 수준에 비하면 1 표준편차만큼 더 배고픈 상태이나 식사 시간을 놓쳤네요. 저녁까지 기다려 보세요'라고 답해 준다면 듣는 입장에서 '그래 내가 그다지 심하게 아프거나 배고픈 게 아니지, 참고 이겨내자'라는 정서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오히려 '네 말이 맞긴 해 그런데 어쩌라구'라거나  왠지 더 기분 나쁘고 반감이 들 가능성이 클 겁니다. 우리의 주거비용이 실상은 이런 상태에 진입하였기에 매우 가슴 아프고 조심스럽다는 점도 미리 말씀드립니다.

 

 흔히 아파트 가격 폭등하면 강남 아파트를 떠올립니다. 평당 1억 호가, 30평 아파트 30억대 매매. 요즘 흔하게 보는 뉴스입니다. '한국에서 아파트가 30억이면 부채를 감당할 수 있겠어? 가계 부채 문제로 언젠가는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거야.'  지금 아파트 가격 폭등에 거품 물고 난리 치는 신문, 방송 기사가 지난 10 년 간 내내 대중들에게 저주를 아 주술했던 주문과 왠지 유사합니다. 2010 년대 초에도 '강남 아파트가 10 억 초중반이 넘으면 다 오른 거 아니야? 인구도 감소한다는데.' 이런 부정적인 주문이 5~6년간 퍼붓어졌습니다. 금리가 인하돼서든, 돈을 많이 풀어서든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택 가격은 이같은 비아냥을 비웃기라도 하듯 결과적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주택 가격 상승은 강남뿐 아니라 서울, 아니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집값이 앙등함에 따라 전월세 임대료도 집값 상승률 이상으로 크게 뛰어올랐습니다.


[그림 1] 최근 20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과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0 년 이후로 2020 년 11 월까지 370%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KOSPI가 280% 상승한 것을 훨씬 능가한다. 부동산 불패가 괜한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임대료 비중은 20년 동안 매매가의 40~ 80% 수준 내에서 등락을 거듭한다. 임대차 3 법 개정 이후 전월세 난이 극심하지만 주택 가격 대비로 보면 많이 올랐다는 금년 12월 현재 56% 수준이다(전국 기준으로는 69.8%).  지난 10년간 전세보증금 평균 비율은 58%이다. 지금이 평균보다 약간 낮은 상황! 선뜻 동의가 되시는지?


  거침없던 집값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2008 년부터 2014 년까지 미분양 등 공급과잉에 겹쳐 정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수많은 중소건설사, 시행사들이 부실로 쓰러지자 지난 정부는 적극적인 주택담보 대출 정책을 펴며 주택 구입을 종용하기 시작하였고 드디어 2016년부터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겹쳐 최근 10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균적으로 100%이상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림 1]에서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집값 대비 전셋값 비중이 하락하고 집값이 정체하거나 하락할 때 전셋값 비중이 급등하는 패턴입니다. 누군가는 현상에 천착하여 주택 가격이 오르면 전세 임대료 비중이 낮아지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전세 임대료 비중이 높아진다고 정의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현상을 설명할 뿐 경제적으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집을 살 때 주택 구입대금을 어떻게 조달합니까? 흔히들 돈이 없으니까 주담대를 받는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집과 같은 고정자산을 구입할 때 레버리지를 안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설사 돈이 엄청나게 많은 부자들 역시 집 살 때 대출을 최대한 당깁니다. 그래야 투자된 원금이 낮아져 나중에 팔 때 원금 대비 수익률이 최대화되기 때문입니다. 주담대 금리보다 비싼 자동차 대출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겁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하는 자동차를 살 때도 일부는 대출을 받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어 과거 대비 이자 부담이 줄었다면 LTV(loan to value, 주택 가격 대비 대출 한도)를 최대한 받는 것이 불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처럼 주택을 구입할 때 구매자 입장에서는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여기에 취등록세, 재산세, 경우에 따라 종부세까지. 주택이라는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필수 불가결하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해지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내가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특히 내가 살 집을 제외하고 한 두 채를 더 가지고 있어 이를 임차해야 할 경우 최소한 이자비용에 각종 비용을 얹어야만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전국의 평균 전월세 전환비율(일종의 임대수익률)은 3.5%~5%에 머물고 있습니다. 집주인이 임대인에게 선의를 베풀리는 없을 거고 왜 그럴까요?


 바로 임대료가 낮은 근본적 배경에는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 특히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전세 제도의 특성까지 겹쳐 집주인들은 수십 년 동안 임대료의 현실화보다 집 값 상승으로 인한 자본 이득을 추구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비록 임대료 수익이 경제적 비용을 하회하더라도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충분한 자본 이득이 보장되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2008 년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추세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집 값 하락뿐 아니라 은행들은 자기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대출 여력을 축소하기에 이르러 드디어 주택 소유자가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임대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이자비용을 의미하는 대출금리를 벤치마킹합니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내리자 저금리로 벤치마크 금리가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임대수익률을 올렸던 것입니다. 저금리로 인해 전세 임차료 활용도가 떨어지자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가 본격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월세 전환비율은 4~5% 수준이었습니다. 금리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지만 금리보다 임대수익률 하락폭이 낮았습니다.  2017년 전세 보증금 비중이 너무 높아져 문제가 되면서 정부가 임대 사업자를 양성화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현재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이 임대 사업자 혜택이 과도했다고 하지만 당시로서는 앙등하는 전셋값을 잡는 아주 효과적인 정책이었습니다. 그럼 왜 지금에서야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그림 2] 2009 년 ~ 2020 년 전국(좌), 서울(우) 아파트 가격(단위 : 억 원)


  그래프 X축은 아파트 가격 높은 순서대로 5등분 그룹, Y축은 해당 그룹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다. 예를 들어 2020년 12월 서울에서 가장 비싼 최상위 20% 그룹 내 아파트(5 분위)들의 평균 가격은 20억이다. 동일  그룹의 2009년 가격은 9.9억 원. 반면 서울에서 가장 싼 최하위 20% 그룹 내 아파트(1 분위) 평균 가격은 4.78억이다. 동일 그룹 아파트가 2009년에는 2.35억 원에 거래되었다. 서울의 3 분위 평균값 9.4억이 대략 서울 아파트의 평균, 중간값에 근사하다고 가정하면 된다.  


09년 이후로 서울 아파트는 평균 109%, 전국 아파트는 68%가 올랐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2009년 본격적으로 집값이 하락하기 전 당시 반포 인근 구축 아파트 가격이 대략 8억이 좀 넘었는데 지금 22억 원 넘습니다. 대략 175% 올랐으니 체감 상승률이 적어 보입니다. 이 수치는 KB 은행 리브 온 통계치를 인용하였습니다. 서울 평균이라는 점과 표본 아파트를 모두 모아 지수화했다는 점을 감안해주기 바랍니다. 집값이 상당히 올랐습니다. 아무리 대출금리가 낮아졌다고 해도 영끌을 하지 않는 한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는 건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일입니다. 당연히 소득이 동일 기간 동안 그만큼 오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림 3] 2009 년 ~ 2020 년 전국(좌), 서울(우) 평균 소득 추계(단위 : 억 원)

   그래프 X축은 소득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5등분 그룹, Y축은 해당 그룹의 평균 소득이다. 2020년 서울 지역 내 소득이 가장 높은 최상위 20% 그룹(5 분위)의 가구 소득은 연간 1.37 억 원으로 추산된다. 동일 그룹이 2009 년에 8,5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서울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최하위 20%(1 분위)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2020 년 2,200만 원에 불과하다.


   2009 년부터 2020 년까지 우리나라 가구 소득 증가율이 오르긴 했지만 주택 상승률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동일 기간 서울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63%, 전국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54%에 불과했습니다. 집값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한 결과, 주택 가격 대비 가구 소득(PIR, price to income ratio)의 배수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림 4] 2009 년, 2020 년 전국(좌), 서울(우) 아파트 가격 대비 가구 소득 비율(단위 : 배)

  테이블 왼쪽에서 오른쪽은 5 분위별 평균 소득, 위에서 아래는 5 분위별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으로 그룹핑되어 있다. 2020 년 서울에서 최상위(5 분위) 소득계층이 가장 비싼(5 분위) 아파트를 보유한다고 가정할 때 해당 아파트 가격 대비 소득 비율이 12.0배를 뜻한다. 즉 PIR, 연간 소득의 12배가량의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최상위 소득계층이 덜 비싼 아파트를 산다면 당연히 PIR 비율이 떨어진다. 4 분위 아파트를 산다면 7.1배. 3 분위 아파트를 산다면 5.4배로 부담이 급격히 낮아진다. 반대로 가장 낮은 소득을 가지고 있는 5 분위 소득계층이 가장 비싼 아파트를 산다면? PIR 96.0배. 100 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집 값을 감당할 수 있다. 부모님 재산이 많지 않은 한 불가능하다.


[그림 4]를 보면 2009 년 대비 2020 년 PIR이 많이 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 지역이 크게 올랐습니다.  최상위 소득계층이 최상위 아파트를 산다면 12 배에서 15.5배로 PIR이 올랐으니까요. 특히 5 분위 아파트를 4 분위 소득계층, 3 분위 소득계층이 산다면 25배, 34배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무시무시하지 않나요? 그러나 합리적으로 가정한다면 최고 소득 계층이 근검절약하여 4 분위, 3 분위 아파트에 살 가능성이 높지 않고 반대로 3 분위 소득 계층이 5 분위 아파트에 살 확률보다 4 분위 내지 3 분위 아파트에 살 확률이 현실적이지 않겠습니까? 이른바 소득 수준을 감안하여 주거환경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보면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그림의 노란색으로 칠해진 소득 - 아파트 그룹 간 상관성이 높은 분위별 PIR이 일정한 비율로 유지된다는 점이 의미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서울은 2009 년 PIR 12배 레벨에서 현재 15배 레벨로, 전국은 5~6배 수준에서 이제는 5~8배 사이로 올랐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서울에 비해 전국적으로는 소득 대비 PIR이 부담이 적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득계층별  전세 가격의 소득 대비 비중은 얼마 정도 될까요?


[그림 5] 2009 년, 2020 년 전국(좌), 서울(우) 아파트 가격 전세 보증금 대비 비율(단위 : %)

   

 그래프 X축은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5등분 그룹, Y축은 해당 그룹의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보증금 비율이다. 2020년 서울 지역 내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은 최상위 20% 그룹(5 분위)의 매매가 대비 전세 보증금 비중은 51%, 동일 그룹의 2009 년 전세 보증금 비중은 35%이다. 2009 년 서울의 전세 보증금 대비 비중이 대략 35% ~ 42% 수준에서 2020년 현재 49% ~ 56%로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아파트 가격과 상기 비율을 비교하면 대략적인 전세 보증금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2020 년 현재 최상위 그룹(5 분위)  아파트 가격이 20억 원이라고 할 때 전세 보증금 가격은 10억 원가량, 최하위 그룹(1 분위)의 전세 보증금 가격은 2억 3400만 원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동 그룹의 2009 년 전세 보증금은 각각 3억 4,800만 원, 9,400만 원이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서울지역 평균 109% 오르는 동안 전세 보증금은 집값 상승을 상회하여 각각 195%, 150% 뛰었습니다. 이 수치만 본다면 전월세 임대료 부담이 엄청나게 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20 vs. 80의 사회]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임대료 수준이 낮은 상황이었다'는 무슨 말이냐?라고 물으실 겁니다. 맞습니다. 절대적으로 전월세 임대료 부담은 분명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떨까요? 오늘 제가 언급하고 싶었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림 6]   전국, 서울의 2009 년(좌), 2020 년(우) 아파트의 월세 환산 임대료(단위 : 억 원)

그래프 X축은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5등분 그룹, Y축은 해당 그룹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의 월세 환산 시 연간 임대료이다. 2020년 서울 지역 내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은 최상위 20% 그룹(5 분위)의 연간 임대료는 3,600만 원이다. 2009 년에는 1,600만 원을 부담해야 했다. 2020 년 전국 평균으로 최상위 20% 그룹의 임대료는 2,000만 원으로 추계된다.


아파트 매매 가격이 오르고 전세 보증금 부담이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월세 환산 임대료 부담도 급증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할 경우 적용하는 전환율은 대략 4.0%~5% 대를 보였습니다. 요즘 전세 보증금이 앙등하자 임대차법을 개정하면서 낮아진 금리를 감안하여 얼마 전 정부가 고시한 전월세 전환율은 2.5%. 그러나 시장 실세 전환율 3.5%로 가정하여 임대료를 추산했습니다. 평균 20억 원짜리 아파트에 보증금 10억 원 넘게 지불했다면 전환율 3.5% 적용 시 연간 3,60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정부 고시 2.5%보다 1%p 높다는 점을 상기해 주세요. 단순하게 연간 3,600만 원, 월 3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물론 이 가정은 일부 반전세 보증금이나 월세 보증금이 없다는 가정이므로 실제로는 더 낮은 수준일 겁니다만 그래도 절대적으로는 큰 금액입니다. 그러나 자녀 교육을 위해 사교육 끝판왕 대치동에 전세나 반전세 사는 입주자들은 어떠할까요?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해야 하는 부담이기도 합니다. 소득에 따라 경제적 부담이 상이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림 7]  2009 년, 2020 년 전국(좌), 서울(우) 아파트 가격 대비 가구 소득 비율(단위 : 배)  

   테이블 왼쪽에서 오른쪽은 5 분위별 평균 소득, 위에서 아래는 5 분위별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으로 그룹핑되어 있다. 2020 년 서울에서 최상위(5 분위) 소득계층이 가장 비싼(5 분위) 아파트에 월세로 임대를 한다고 가정할 때 해당 아파트 임대료 대비 소득 비율이 28% 임을 의미한다. 즉 전세 PIR, 연간 소득의 28%가량을 임대료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위 소득계층이 덜 비싼 아파트를 산다면 당연히 전세 PIR 비율이 떨어진다. 4 분위 아파트를 거주한다면 17%, 3 분위 아파트를 기거한다면 14%로 부담이 급격히 낮아진다. 반대로 가장 낮은 소득을 가지고 있는 5 분위 소득계층이 가장 비싼 아파트를 100% 월세를 내고 산다면? 자기 소득의 172%, 소득 이상의 빚을 내야만 거주할 수 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서울의 경우 2009 년에는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 비중이 적게는 20% 많게는 30%입니다. 자기 소득에 견줄 만한 아파트에서 임대를 얻었다면 중간 소득 계층은 대략 20% 초반대로 부담하면 될 상황이었습니다. 이제는 대략 28~30%를 지불해야 합니다. 소득 대비 상대적 비중으로도 부담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아직은 2009 년 대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12% ~ 13% 수준에서 14~16% 수준으로 약간 늘어난 상황입니다. 따라서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과 수도권 중산층에게 특히 경제적 타격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팔부 능선을 넘어 서고 있습니다. 임대료 부담이 특히 부담스러운 서울에 한정하여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소득 대비 30%를 임대료라는 거주비용에 써야 한다면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상당한 부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임대료가 과연 한국에서만, 아니 서울에서만 유별나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냐는 점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바대로 집주인들은 조세 저항이던, 세금 부과를 전가한다는 이기심이던, 집값 상승을 포기하여 임대 수익을 극대화하던 어떤 이유에서라도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현실화시켜 임대료에 책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기준은 해외 다른 나라, 도시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질 것입니다.


[그림 8] 세계 514개 도시의 임대료 수준{www.numbeo.com)

주요 도시의 생활 물가, 부동산 가격, 삶의 질 등을 분석하는 numbeo.com 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임대료 수준은 51 4개 비교 도시들 중 상위 178위에 해당한다. 홍콩, 싱가포르, 동경, 북경 등 아시아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의 주요 도시에 비하면 임대료 수준이 절대적으로 비싼 게 아니다.


  한국은 세계 10 위 권의 경제 규모입니다. 서울은 한국의 정치, 행정, 경제 중심 도시이고요. 이런 서울의 임대료 수준은 위의 그림으로 보자면 경제 규모 대비 결코 높은 편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임대료 수준이 아닌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어떨까요?


[그림 9] 주요 도시별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 순위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 3.5% 기준 시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28%. 글로벌 주요 대도시의 임대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 50%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만일 정부 고시대로 2.5%로 추정한다면 서울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20%. 가장 낮은 말레이시아 쿠알라 룸 푸르의 20%와 비슷하다.


  이 것이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결론입니다. 대다수 시민들의 인식과 달리 그간 우리의 임대료는 저렴했습니다. 집 값이 뛰고 임대료가 비례적으로 오른 오늘에서야 비교 가능한 경쟁 도시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 기준에서  하단을 넘어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전월세 보증금이 점점 부담스러운 지경에 달한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집주인들은 자신들의 부담 내지 자신들이 취해야 할 기회 소득을 임대인에게 100% 다 전가하고 있지 않은 것 역시 분명한 현실입니다.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서는 서서히, 어쩌면 급격하게 더 올릴 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꽤 어렵습니다. 현 정부가 임대차법이 개정하여 지금도 혼란스럽지만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계약이 갱신될 향후 1~2년간 또 한 번의 혼란이 있을 수 있고요.


  상정하기조차 싫은 더 무서운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만일 현재와 같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만일 멈추고 정체한다면? 그 상황에서 지금처럼 시중에 유동성이 풀려 있다면? 2009년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유동성은 2천 조원이 넘었는데요. 금년 하반기에는 무려 4,400 조원대로 폭증하였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언론에서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이 엄청나게 돈을 풀었다고 합니다만 한국도 이에 못지않게 돈을 푼 셈입니다. 이러한 유동성에 저금리가 유지된다면 정부가 2~3년 뒤에 공공분양, 택지개발 등으로 주택공급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월세 부담을 낮추기는 쉽지 않을 일입니다. 전월세 부담이 한 차례 더 크게 폭등하는 것. 이 것이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일입니다. 현재까지는 그럭저럭 그동안 현실화되지 않은 주거비용이 점차 경쟁 도시 수준에 근접해졌으나 아직은 낮은 수준인데 이 것이 현실화된다면? 만일 이런 상황에서 자녀 사교육비와 향후 결혼, 분가비용까지 가정한다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서울 가구 3분위, 4분위 그룹의 평균 소득이 6,200만 원, 8,400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 년 3분기 말 기준으로 3분위 그룹의 가구는 연간 1,200만 원 가량 가계흑자를 기록중이라고 합니다.  4분위 그룹의 경우는 2,100만 원 정도 흑자를 보이고요. 통계에 잡힌 이자비용은 각각 연간 144만 원, 168만 원에 불과합니다.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3, 4분위 가구들이 평균적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통계적으로는 1억 원이 채 안되는 부채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추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만일 전세보증금이 앙등하여 위에서 가정한 전월세 전환율(임대 수익률)을 실제로 부담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결과는 어떨까요? 3분위 가구의 연간 소비지출규모는 3,420만원, 이자비용 1,820만원, 세금과 공과금 732만원, 가구간 이전지출(부모님 용돈 등) 204만원을 차감하면 남는 금액은 연간 24만원에 불과합니다. 자녀 교육비에 288만원 정도 지출하는 범위 내에서 말입니다. 사교육을 더 시키려면 이제 평형을 줄이던가 더 싼 임대주택을 찾아가야 합니다. 4분위 가구라면 어떨까요? 현재 흑자 2,100만원이 782만원으로 급감합니다. 주거 비용이 더 올라가서 상당 부분 현실화되기 시작한다면 3, 4분위 가구들이 향후 주택을 구입할 원금, 노후를 대비할 은퇴 자금을 저축할 여지가 사실상 거의 없어지게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소비가 경제를 선순화시킬 수 있는 기반이 사실상 붕괴될 지경에 이를 수 있습니다.


  저라면 지금처럼 원화 강세일 때마다 달러, 가상화폐, 실물 자산 등 원화보다 해외물 비중을 점차 늘리겠습니다. 언젠가는 원화 가치가 급락하여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일시에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 날이 오면 원화로 표시된 아파트도 한 동안일지언정 조정받을 가능성이 많을 겁니다. 나의 부, 내 재산을 보호하려면 해외 익스포저를 늘려야 합니다.


  제 주위에 부동산 전문가들이 꽤 있습니다. 지인들에게 묻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네가 정책 입안자라면 답이 있겠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이젠 심리가 너무 격해져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고. 주택은 2~3년 뒤에 공급되는 데 영끌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 등 실수요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그래도 무슨 방법이 없겠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안을 얘기해주더군요. 자신이 정책을 편다면 이라는 가정에서.


  1. 영끌을 일으키는 수요는 지금, 또는 앞으로도 집을 살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청약 가점제를 전면 개편하여 실제로 30 ~ 40대가 동일한 확률로 청약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조급한 심정에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서라도 집을 사는 수요를 줄일 것이다.


  2. 마찬가지 이유로 로또 청약을 막기 위해 분양가를 현실화한다. 지금처럼 주변 시세 대비 심하게는 50%가량 저렴하게 공급된다면 누구든 기를 쓰고 청약을 할 것이고 현재의 대출 규제 상황에서는 결국 다주택자, 현금 동원력이 있는 이들이 자신의 실명이던 증여던 실질적인 낮은 경쟁률로 당첨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3. 장기 임대 사업자 정책은 17년~19년까지는 유효한 정책이었다. 다만 물량이 일부 잠김 상황에서 임대차법 개정으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일으킨 정책 부작용이 예상보다 컸다. 중기적으로 전세난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전세 수요가 있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도심 재개발, 재건축 규제가 유지되는 한 교통, 교육 등 주거 환경이 양호한 지역에서 실제 공급이 많아지기 힘들다. 실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재건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을 불로 소득으로 간주하여 징벌적 회수를 추진하는 한 민간에서 대규모 공급이 나오기는 어렵다. 재건축 이득을 주택 수급을 개선하는 범위에서 공공과 주택 수요자가 어떻게 분배할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서로가 양보하고 윈윈 하는 수준을 찾아야 한다.


  인간이 욕망은 정책의 예상 효과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지난 8월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지인들은 이제는 서울 아파트가 아니라 다세대, 빌라를 구입하면 된다고 단언했습니다. 4개월 만에 아파트 가격보다 다세대, 빌라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은 합리적 예상에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 가구수가 대략 40만 호가 넘습니다. 강남 3구 아파트 평균 가격을 20억 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서울 지역의 최상위 20% 평균 가격대와 유사합니다. 20억 원 이상 호가하는 아파트의 상당수가 강남 3구에 몰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서울의 최상위 소득 계층이라도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소득 순위로 상위 40만 번째 소득자의 연 소득이 얼마일까요? 5억 원을 상회합니다. 이들에게는 PIR이 4배 밖에 되지 않는 셈이죠. 비전문가인 제 짧은 소견에서는 지금처럼 강남 아파트와 같은 초고가 아파트를 징벌하고 억제하는 정책을 펴는 한 전국적으로 소득 대비 주거비용이 부담스러운 현실을 타개할 뾰족한 대안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강남은 한국 사회의 욕망이 첨예화된 곳이라고 인정을 해야만 정책다운 정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강남에는 저소득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분양이 그리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정말 공급을 늘릴 의지가 있다면 교육 수요 때문이던 셀프 플렉스 욕구 때문이던 강남에서 소외되지 않을 소득을 가진 계층들이 원하는 퀄리티의 고가 임대 주택이 더 시급하다는 게 너무 억지일까요?


  한국 사회는 아직 부채 규모가 심각한 상황이 아닙니다. 가계 자산이 부채를 훨씬 능가하는 흑자 가계이기 때문입니다. 과잉 부채로 가계가 파산하는 부실이 아닌 글로벌 경제 충격이 온다면 일시적으로 자금이 꼬일 수 있는 유동성 위기의 개연성 조심하면 됩니다. 그러나 지금 소득 수준에서 가계 소득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데 주거비용이 더 커진다면 점차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제 부족한 글이 이제까지의 집값, 임대료가 오른 원인에 대해서 서로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지고 묻기 전에 앞으로 어떻게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지에 대해 견실하고 진지한 토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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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년 6 월 아파트 매매, 전세가격이 업데이트된 "뛰는 집값, 나는 전세값'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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