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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에서 마라토너로

한 단계 올라가는 성장의 길목에서

by 조아

나의 첫 마라톤 풀 코스 도전이자 한국 3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JTBC 서울 마라톤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다. 스트라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풀 코스 구간을 달린 기록을 보며 복기하는데 여러 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만약 비행기가 연착하지 않았더라면


역사에서 ‘만약’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달리기 세계에서도 ‘만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혹여 ‘만약’이 존재한다면 수많은 핑곗거리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고통을 이겨내기보다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더 많은 시도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경험 삼아 앞으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참석할 때는 절대 마지막 비행기를 타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지막 비행기를 탔지만 김포공항의 착륙 제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연착의 리스크를 감안하여 마지막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대회의 일부이며 내가 고려해야 했던 사항일 뿐이다. 이런 리스크를 알지 못했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차선책이 없었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프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지난 일이다. 수도권에 살지 않기에 이 정도의 리스크는 애초 수용하고 참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거리주 훈련을 하며 33km까지 달려 보았지만 그 이상의 거리를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겠지만 발목, 무릎, 허리 등 안 아픈 곳이 없기에 일주일 동안 달리기를 쉬면서 회복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다음 주 일요일 개최되는 제주국제감귤 마라톤 하프 코스를 신청해 둔 터라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다면 이 대회도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이번 주 일요일에서 사상에코 마라톤에 참가해야 하지만 굳이 무리해서 참가하지 않는 이유는 회복이 먼저이며 기록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러너로 달리기의 맛을 조금 알았다면, 이제는 마라토너로 진정한 달리기의 의미와 과정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단 한 번의 풀 코스 마라톤 참가로 거창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마라토너’라는 명칭은 42.195km 거리를 감내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정기적인 거리주 훈련의 필요성과 동시에 최소 주 2회 이상의 업힐 훈련을 통해 어떤 대회든 거리와 경사도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함을 배웠다. 회복의 시간이 끝나는 대로 다음 대회를 위한 훈련을 하면서 이 두 가지에 집중하며 훈련할 계획이다.


업힐 훈련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트레일런을 하게 될지도 모르며, 42.195km가 아닌 50K, 100K의 거리에 도전하는 울트라러너가 될 수도 있다. 풀 코스 마라톤을 통해 한계는 없으며, 내 안에 있는 한계는 나 자신이 만든 장애물이자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배웠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만든 한계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저 멀리 바깥세상을 바라봄으로 그저 동경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울타리를 뛰어넘어 저 넓은 세상을 나가 처음이라는 미숙함과 어색함에 당당히 맞서며 이겨내려는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시도하지 않는다면 변화도 없으며,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시도의 과정은 결국 나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자양분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또다시 시도하는 삶의 태도가 진정한 성장의 열매를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마라토너로 3시간 안에 완주하고 싶은 욕망을 실현하려면 수많은 좌절과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만 한다. 대회 중 보았던 “고통은 잠시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라는 응원 문구를 떠올리며 고통이 나에게 전해주는 순간을 미소로 화답하며 아름다운 성장의 순간을 상상하고 소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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