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 곁에 있는 책
올해 365권의 책 읽기에 도전하면서 함께 글쓰기를 하고 있는 작가님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기에 매일 한 권씩 볼 수 있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기분 좋은 질문이기도 하지만 딱히 답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곤혹스럽기도 한데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는 있지만 특별한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읽는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올해 공표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욕심이 크기 때문에 더욱 집착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목표도 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기에 목표만을 위한 행위라고 할 수만도 없다. 그냥 책 읽는 것이 너무 좋고 그것을 잊지 않고 싶다.
책을 좋아해서 읽는 것이지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읽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오랜 기간 동안 애서가의 거짓 가면을 쓰고 책 수집과 진열에 집중했던 나로서는 밖에서만 존재했던 책이란 존재를 이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내면 속에 하나씩 모으고 있다. 책 속에 있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모으고 싶은 욕심에 블로그 이름도 '요셉의 창고'로 정했고 창고지기의 삶을 누리는 기쁨으로 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늘 내 곁에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침대 머리맡에도 책이 있어서 새벽에 일어나면 바로 책을 읽을 수 있고 자기 전에도 잠깐 책을 볼 수 있다. 서제에 있는 책장 속 진열만 되어 있던 책을 정리하고 있어서 주로 종이책을 읽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전자책을 보기도 한다.
과거 스스로 애서가라고 착각했던 시절에는 종이책 순혈주의자로 종이책만이 책이라는 어리석음 속에 살았지만, 지금처럼 다양성이 중시되는 세상 속에 이보다 더 다양한 책이 있기에 종이책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눈으로만 보는 정독보다는 상황과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음독, 필사 등의 다양한 독서법을 통해 책이 가지고 있는 팔색조의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좋다. 과거 조상님들이 책이 귀했던 시절, 원본의 책을 빌려서 일일이 베껴 쓰고 잊히지 않도록 외우고 또 외웠던 것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를 하게 된다.
'수불석권'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사자성어처럼 삶에서 행동하다 보니 책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은 사리 진지 오래이다. 이런 장애물이 없어지니 책을 읽으려는 의지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책이 곁에 있고 책 읽기를 하려는 의지가 생기면서 책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주위로 눈을 돌리면 책이 보이기에 더 쉽게 책에 손이 가게 된다.
또한 책만 보던 과거와는 달리 책 읽기를 한 후 글쓰기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면서 책에 대한 깊은 사고 과정도 일어나고 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오직 인간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그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사고과정은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단련될 수 있다.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가 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책 읽기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책 읽기를 하다 보니 책을 펼치면 한눈에 들어오는 자연스러운 혜택을 누리고 있고, '가독성'이 좋아지면서 책을 빨리 읽는 것보다는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 할지라도 부담감이 덜해 읽고 싶지만 두꺼운 책 두께로 차마 도전하지 못했던 책들도 이제는 읽을 수 있다. 두께가 주는 부담감도 이제는 책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다.
모든 책 속의 내용이 무거울 수많은 없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책에 대한 포용성이 애독자가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과 주장이 녹아 있는 책 속에서 그가 독자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을 아는 힘과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대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만의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