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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pr 22. 2024

인생의 언어가 필요한 순간

라틴어를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로마인의 숨결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처럼 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만 보아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상스러운 말을 하는 사람에게 예의 바른 모습이나 정갈한 인생의 태도를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말에는 힘이 있고, 행동을 대변해 주는 거울과도 같다. 또한 긍정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태도로 고난의 상황 속에서도 긍정의 힘으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한다.


 따라서 언어가 발달하는 시기에 아이가 만나는 부모의 언어 사용이 정말 중요하다.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욕설이나 부정적인 말투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어 아이는 부모의 말투를 그대로 모방한다. 모국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시킨 언어로,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다. 가정에서 가족들 간에 사용하는 언어만 살펴보아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세종대왕님께서 훈민정음 창제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드신 <석보상절>에는 아름답다는 단어를 나답다는 말로 표현한다. 즉 나다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며 아름다움이 곧 나라는 말이다. 라틴어는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라틴어가 아름다운 이유는 자유롭기 때문이며 자유 속에서만 아름다움이 나온다. 하지만 자유가 박탈당했을 때는 추함밖에 남지 않아서 아름다움은 자유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라틴어의 자유로움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Carpe diem”으로 잘 알려진 호라티우스의 라틴어는 경제적이며, 세네카의 라틴어는 명상적이고 키케로의 라틴어는 세련되고 풍부함이 넘친다. 이렇게 라틴어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성격을 가진 언어로 변신하는 자유로움이 있고, 이 자유로움은 라틴어를 아름다운 언어로 만드는 힘이 있다.


 로마 제국의 멸망과 함께 사라지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언어, 즉 고어가 된 라틴어를 배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는 라틴어를 필수적으로 이수해야만 하는 이유는 라틴어를 배움으로 인해 얻게 되는 수많은 장점 때문이다. 라틴어 속에는 문학과 철학, 심리학,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의 힘이 녹아 있다.


 아직도 바티칸 시티의 가톨릭교회에서는 라틴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명맥을 이어가는 이유도 이와 같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 대 후반까지 라틴어로 미사를 드렸고, 최근에는 인문학의 힘이 담겨 있는 라틴어를 대학교 인기리에 가르치고 있다. 심지어 한 대학교에서는 잠시 머뭇거리면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인기 강좌가 되었다.




 이런 라틴어를 더 이상 죽은 언어라고 할 수 있을까?? 라틴어를 사용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라틴어는 살아 있는 언어이다. 살아 있는 언어는 다른 언어에 영향을 미치며, 지금도 라틴어는 서양 사상에 영향을 주고 서구 세계의 기초를 만든 위대한 언어이기도 하다. 특히 로망스 어군의 언어는 거의 대부분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이다.


 앞에서 언급한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을 다시 인용한다면 서양의 세계관은 라틴어로 지은 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라틴어는 때론 문학의 모습으로, 때로는 철학의 모습을 취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자유로움을 뽐내며 자유롭게 변신하고 의미를 전달해 왔다.


 비록 로마인의 언어였던 라틴어를 만든 로마제국은 멸망했지만 로마인의 사상과 예술, 철학, 인문학은 라틴어에 그대로 담겨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라틴어를 배우고 싶고, 라틴어를 배우면서 서양의 세계를 더 자세하게 이해하고 싶다. 지금도 라틴어 문장이 전해주는 로마인의 생각이 나에게 전이되어 로마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인생의 언어가 필요한 순간 / 니콜라 가르디니 / 윌북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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