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도 인생이니까, 김신지
나는 40대 남자, 평범한 직장인이다. 직장인이라면 비슷하겠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고 주말이면 집에서 쉬거나 가족들과 나들이 가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정사의 중심은 아이가 되었고, 휴가를 갈 때도 아이의 방학 일정에 맞추어 나의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보통 아빠들의 삶은 자신의 삶보다 가족, 아이의 삶에 맞춰져 있다. 결혼 전에는 나만을 위해 살다가, 결혼 후 나보다는 아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아이의 기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싫지만은 않다. 아이가 먹는 것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을 이제는 나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어딜 가도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었지만, 일단 외모부터 평범하지 않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해외에서도 한 번에 눈에 띄는 외모라서 찾기 쉽다고 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쳐다보는 이유가 ‘저런 사람도 도서관에서 책을 보네’라는 의구심일 수도 있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아내의 배려로 나는 조금 특별한 일상을 보낸다. 며칠 전부터 새벽 달리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바뀌었지만 1년 이상의 시간 동안 매일 새벽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출근하기 전까지 글을 쓰고 발행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고,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 하는 선순환의 고리에서 생활한다. 혹여 조금이라도 늦게 자는 날이 있으면 새벽에 일어나기 어려우니 몇 개의 알람을 설정하고 자기도 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쓰는 글에는 특별함보다는 평범함이 녹아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니기에 화려한 문체나 감동을 주는 문장은 없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을 나의 관점에서 나의 생각과 느낌을 내 방식대로 써 내려간다. 맞춤법은 기본이고 문맥에 맞지 않은 글을 쓸 때도 많았지만, 1년 이상의 시간 동안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이것이 나의 일상이다. 주말이나 공휴일, 특별한 외출 계획이 없으면 도서관에 가거나 도서관에서 미리 대출한 책을 탑처럼 쌓아 놓고 읽는다. 때로는 아이패드에 전자책을 다운로드해 읽기도 하는데 책을 읽는 행위는 나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이자, 매일의 루틴이다.
안중근 의사처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와 같은 경지는 아니어도 매일 책을 읽지 않으면 무엇인가 하지 않은 찜찜함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너무 바빠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날이면 자기 전에라도 책을 보고 자야 한다.
나는 이런 나의 일상이 좋다. 물론 직장인이라 평일에는 일을 해야 하지만, 지난주 월요일 지극히 심한 월요병을 겪어도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언젠가 회사와 이별을 할 날이 찾아오겠지만, 나는 회사를 떠나도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다.
모든 직장인의 바람처럼 월요일이 빨리 지나가 금요일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월요일은 가급적 늦게 늦게 오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평일을 잘 보내야 마음 편히 주말에 쉴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후부터는 주말을 편히 쉬기 위해 평일에 최선을 다한다. 평일에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 때문에 주말의 휴식을 망치기 싫어서이다.
평일이 없다면 주말도 없을 것이다. 직장인으로 치열하게 평일을 보내지 못했다면, 주말 동안 남은 일을 집에서 처리해야 할 수도 있고, 완료되지 못한 일에 신경 쓰느라 맘 편히 주말에 쉬지 못하고, 쉬어도 쉬는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꼭 주말을 잘 보내기 위해 평일을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일도 나의 인생 주말도 나의 인생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나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느냐이다.
평일에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직장인으로 최선을 다하고, 퇴근해서는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로 내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이보다 완벽한 일상이 또 있을까? 나는 이런 나의 일상을 사랑하고, 일상을 누리며 행복을 찾고 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 / 김신지 / 알에이치코리아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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