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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루 Oct 03. 2023

망한다고 소문난 식당

그냥 꽃들만 바빠졌으면 좋겠습니다


“난 자네 식당이 오래 못 버틸 줄 알았어”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부터 꾸준하게 찾아오시는 할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하십니다. 토요일을 포함한 주말과 공휴일은 모두 쉬고, 영업을 해야 하는 평일에도 자주 문을 닫아서 내심 걱정을 하셨다고 해요. 저의 이런 느긋한 영업 방식 때문에 손님들 사이에서는 저의 부자설에서 투잡설까지 이야기가 나왔고, 심지어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조폭설까지 싱거운 소문이 무성했다고 합니다.


벌써 오월. 이 달 월세는 냈으니까, 돈 걱정은 없고 관리비는 한 달쯤 미뤄도 됩니다. 식당을 시작할 때 가난하게 살겠다고 다짐했으니까. 저축은 안 해도 되고, 평생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메뉴에 추가하면 되고요. 맥주가 먹고 싶으면 손님이 세 잔 마실 때 저도 한 잔 마시면 결국 공짜인 셈. 이렇게 밥과 술은 넘쳐나고 저는 셈법도 느슨합니다. 그리고 아직 뜯지 않은 두둑한 담배 한 갑.


마카롱 가게에서 바라 본 봄 풍경


아! 문득 하늘을 보고 떠 오른 오월이 찬가. 성모의 미사보 같은 오월의 따스함을 어느 가슴으로 들여야 할지 몰라서 되려 서럽다고 노래하는 마음. 갑자기 또 설레며 저 구름처럼 몽글몽글 해지는 기분, 사근사근한 마음.


이제 우리도 부자 나라인데 봄에는 전 국민이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가 몰래 일을 하면은 불법이라 잡혀갔으면 좋겠다고 주장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어쩔 수 없이 식당 문을 닫고,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이 몇 날은 취하고, 풀밭에 누워서, 구름만 보고 싶어요. 그냥 꽃들만 바빠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식당이 문을 닫을까 걱정하시는 할아버지는 월요일에 이미 다녀가셨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오신 적은 없어요. 저는 건강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마음은 무르고 몸은 허약해요. 스스로에게 계속 암시를 합니다. 어릴 때 학교에 가기 싫으면 실제로 미열이 났던 것처럼 저는 오늘은 아플 예정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저의 앞에서는 고개를 쑥이고 밥을 먹습니다. 생각보다 높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마음대로 아파도 됩니다.


막상 A4 백지를 앞에 두고 뭐라고 써 붙여야 할지 고민에 빠져요. 또 ‘건강상의 이유~?’ 사실 저는 이미 뚜렷한 이유 없이 상습적 휴업을 자행했던 양치기 소년. 누구도 믿어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변속기어는 뽑아 버리고, 브레이크는 떼어내는 결단으로 직진하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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