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알았다

어제의 나에게 #8

by Illy

아기가 엄마를 좋아한다.

이 사실은 내가 아무리 모른 척을 하려고 해도(하지도 않지만) 알게 되어 있다.


눈빛으로. 몸짓으로. 매 순간 아기는 '엄마 좋아'를 외치고 있다.


최대한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아무리 바빠도 아기랑 눈을 마주치며 놀고 노래도 부르고. 최근에는 주방이 잘 보이는 위치에 둔 의자에 앉혀서 엄마가 집안일을 하는 걸 보여주고 있다(안 그러면 난리가 난다).



그 시간들은 나름 즐겁다.

그리고 나도 이랬을까 생각해 본다.

나도 엄마랑 이렇게 붙어 있었을까.

언니가 있었고 할머니가 식당을 하셔서 엄마는 계속 거기에 나가있느라 내가 지금 아기랑 붙어있을 만큼 붙어있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같이 있지 않았을까.

매일 밤에 꼭 언니랑 내가 하나씩 고른 그림책을 읽어준 시간을 기억한다.



하지만 사람은 꼭 안 좋은 일을 더 기억하는 법인가 보다. 엄마와 내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나는 서운했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그중 대표적인 기억.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첫 학예회가 2월 11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운동에 소질이 없었던 나는 운동회에서는 별 활약을 못했지만 학예회는 내가 활약할 수 있는 무대인 것 같아 노래나 연극을 열심히 준비했었다.


당연히 그날은 엄마가 올 줄 알았다.

그건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엄마가 동생을 임신했다.


전에도 썼지만 나는 동생이 생기는 게 싫었고 심지어 동생이 태어날 예정일이 2월 11일이었다.

하필이면. 학예회 당일.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엄마는 예정일 전에 입원을 했었다.

그래서 나는 완전히 포기했고 그냥 열심히 학예회에서 노래를 불렀다.


지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셔서 아빠랑 같이 공연을 봐주셨지만 나는 그냥 엄마 한 명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아기가 태어난다니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공연이 끝나면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끝나고 집에 가니 엄마가 있었다.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상태가 안정적이라 외출이나 외박을 했다고 한 것 같다.



나는 말했다.

'집에 있을 거면 와줬어야지'

그러고는 울었다. 펑펑 울었다.

엄마가 뭐라 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그냥 울고 싶은 만큼 울었던 것 같다.

나는 참 엄마가 고픈 아이였다.


그래서 지금. 엄마 다리를 잡고 서고 안아달라고 하는 아기를 가능하면 안아주려고 하지만.



그래도 이런 서운한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다.

꼭 서운한 일부터 기억하기에.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어려울 테니.

그때 나는 그 서운함에 대해 공감해 줘야겠다. 내 이야기도 좀 해줘야겠다.



어제의 나에게

음... 아무리 안정적이더라도 예정일이고 이슈도 있으면 공연은 좀 어렵지... 네가 이해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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