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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Jan 20. 2021

고속도로 휴게소에 식당이 없다구?

무슨 재미로 고속도로를 타나~

한국 휴게소는 종합시설



어려서부터 우리 부모님은 바깥 음식을 안 사주셨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휴게소에 갈 때마다 나는 군침만 흘려야 했다. 남들은 알감자, 핫도그, 버터구이 오징어를 사들고 나오는데 우리는 정말 화장실만 딱 쓰고 스트레칭 몇 번 하는 게 다였다. 그 흔하다는 휴게소 식당에서 뭘 먹어본 기억도 없다. 왜냐면 고속도로 탈 정도로 멀리 가게 되면, 집에서 바리바리 삶은 달걀, 구운 고구마, 찐 옥수수 등등 싸가지고 타기 때문이다. 엄마의 논리는 "먹을 게 이렇게 많은데 굳이 왜 돈 주고 건강에도 안 좋은 음식을 사 먹냐"였다. 듣고 보면 늘 맞는 말이다. 근데 그래도 나도 휴게소에서 알감자와 우동도 먹어보고 싶고 핫도그도 먹어보고 싶었다. 정작 사 먹었다면 아마 내가 상상하는 그 맛이 아니라서 실망하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난 평소에 감자를 딱히 즐겨먹는 편도 아니라서 알감자를 사 봤자 다 못 먹었을 거다. 





그러고 보니 미국엔 이런 종합시설인 휴게소가 없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방금 옆에서 남편이 톨비내는 고속도로에 간혹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우리나라 휴게소에 비해면 완전 애송이. 우리나라 고속도로엔 "휴게소"라는 종합시설이 있고, 공중 화장실, 식당, 카페, 가게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근데 미국엔 이런 개념의 휴게소가 없다. 롸? 그럼 어디서 밥 먹고 어디서 간식 먹고 어디서 화장실 가나요?






화장실은 주유소에서



미국에서 고속도로를 탈 때, 화장실로 가장 자주 쓰이는 곳은 주유소다. 참고로 미국 고속도로 자체에는 주유소가 없고 아예 출구로 나가야 주유소가 있다. 무려 13년 전 교환학생을 갔을 때, 친구들과 스프링 브레이크를 맞아 마이애미까지 놀러 간 적이 있다. 마침 차 있는 친구가 있어서 운전해서 갔는데, 도중에 주유소에 들렀다. 미국 주유소에는 조그만 편의점 같은 가게가 붙어 있다. 친구들이 이 가게에 들어가더니 아무것도 사지도 않았는데도 너무나 당당하게 화장실을 갔다. 헐!  나도 일단 친구들을 따라 편의점으로 들어갔지만 좌불안석이었다. 화장실을 쓰고는 싶은데 딱히 뭘 살건 아니니까 눈치가 보였다. 근데 친구들은 편의점 눈치는 전혀 보지 않았다. 이게 나에겐 매우 놀라웠는데,


(1) 일단 우리나라엔 편의점 혹은 슈퍼에서 화장실을 본 적이 없다. 아마 뒤에 어딘가 있겠지만 아무리 내가 손님이어도 화장실을 쓸 수 없다. 근데 미국 주유소에 붙은 편의점 안에는 아주 떠억하니 화장실 표시가 붙어있었다. 

(2) 화장실을 쓸 거면 물이라도 하나 사면서 써야 하는 게 상도덕 아닌가? 근데 미국 주유소 편의점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은 채 화장실을 대 놓고 써도 딱히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왼쪽 위에 화장실 표시가 있다.


난 내 친구들이 그냥 눈치가 없어서 화장실을 막 쓰는 줄 알았다. 다들 놀기 좋아하는 학부생이었고 우리나라 기준으로 따지면 소위 "개념 없는" 학부생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네들이 눈치를 안 보는 줄 알았다. 나는 그 뒤로도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학생답게 주유소에서 화장실을 갈 때면 물이라도 한 병 꼭 샀다.


수년이 지나 박사를 왔고 친구들과 로드트립을 떠났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왜 주유소 편의점 내 화장실을 써도 딱히 눈치가 안 보이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나라에 있는 휴게소라는 게 미국엔 아예 존재하질 않는다. 미국 고속도로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딱 두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하나는 쉼터 (rest area)고 다른 하나가 주유소에 있는 화장실이다. 쉼터는 생각보다 드문드문 있어서 30분-1시간가량마다 나온다. 반면 주유소는 고속도로 입/출구마다 거의 다 있기에, 주유소 화장실을 자연스레 더 자주 가게 된다. 아마 주유소들도 으레 화장실 쓰러 들어오겠거니 싶어 하나 보다. 


그리고 편의점 내에서 뭘 사지 않고 화장실을 쓰더라도 꼭 상도덕이 없는 게 아니다. 대개 주유소에 멈추면 어차피 거기서 "기름을 사기" 때문에, 편의점 내에서 딱히 뭘 안 사더라도 돈을 쓰긴 쓰는 거다. 난 이걸 몰랐다. 설사 편의점에서도 뭘 안 사고 주유도 안 한다 할지라도, 화장실을 쓰는 것에 전혀 눈치 주지 않는다. 일단 편의점 내에서는 지금 들어온 손님이 주유를 한 손님인지 아닌지 모른다. 셀프주유이기 때문에, 편의점 안에서 결제하지 않고 주유기계에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 (현금 제외). 그러니 편의점 안에서는 내가 기름을 넣고 안으로 들어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차 세워두고 들어오는 건지 분간이 어렵다. 그렇다 보니 편의점에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우리 주유소에서 돈을 썼나 안 썼나"를 분간하는 게 어렵고, 어설프게 분간해서 눈치 주다간 정말 돈 쓴 사람이 맘 상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선 고속도로를 수시간 동안 타는 것이 꽤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내 시댁은 차로 7시간 거리에 있는데, 이 정도면 엄청 가까운 거다. 이렇게 장시간 고속도로를 타다 보면, 안 그래도 오래 걸리니까 멈추는 시간이라도 최소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장거리 운전을 할 땐 참을 수 있을 만큼 참다가 딱 주유해야 할 타이밍에 맞춰서 화장실에 간다. 주유할 겸 화장실 빨리 갔다가 다시 출발하고. 어쩌면 미국 주유소들은 "주유할 겸 화장실도 들를 겸" 한 곳에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서 주유소로 사람들을 많이 이끄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화장실이 일종의 미끼상품일 수도. 






밥은 어디서 먹나요?



위에 30분-1시간 간격으로 쉼터 (rest areas)가 있다고 했는데, 이 쉼터에는 정말 화장실밖에 없다. 난 처음에 여기 가면 한국 휴게소처럼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정말 정말 덩그러니 화장실밖에 없다. 그리고 화장실은 역시 칸 사이로 안이 훤히 다 보이고 (지난 편 참조). 먹을거리를 파는 거라곤 자판기 하나뿐이다. 자판기에서 파는 탄산음료나 작은 과자 봉지 몇 개가 끝이다. 


만약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싶을 땐 고속도로 출구로 나가야 한다. 좀 큰 (?) 출구에는 주유소 여러 개와 체인 음식점들이 몰려있다. 대표적인 체인 음식점은 맥도날드, 타코벨, 웬디스, 칙 필레, 서브웨이 등이 있다. 고속도로 타다가 간식을 사 먹고 싶을 땐 주로 주유소에 간다. 아니지, 주유소에 가는 겸 화장실도 가고 간식도 사는 거지. 어차피 주유소가 고속도로 출구밖에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야 한다. 간혹 좀 큰 주유소에는 카페나 작은 식당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 봐야 식당 1개 정도고, 우리나라 휴게소에는 정말 쨉도 안된다. 신기했던 건 주유소 안에서 후라이드 치킨이나 조각 피자를 팔기도 한다! 주유소에서 누가 저걸 사 먹어?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저런 데서 피자를 사 먹더라. 남편이 자기 guilty pleasure라면서 케이시스 (Casey's)라는 주유소 체인에서 파는 피자가 진짜 맛있다고. 이걸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파파존스나 도미노나 이런 데서 피자 사 먹지 무슨 주유소에서 피자를? 근데 나중에 나도 여기서 피자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다. 헐... 내 사랑 파파존스보다 맛있었다. 쩝. 


Casey's 치즈피자 맛있다.





아참 참고로 미국에서 고속도로는 highway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interstate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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