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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히니 Jul 04. 2024

카드 값이 무서워 카라멜 팝콘 고수가 되었습니다.

퇴사 후 46일간의 기록

 퇴사를 결심하면서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바로 나의 나태함과 불투명한(혹은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내 미래였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걱정했던 것만으로도, 난 참 현실을 모르는 애송이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당장의 카드 값. 나태함, 미래처럼 그런 관념적이고 고상한 것이 아니라 당장 내가 내야 할 카드 값이 제일 무섭다. 나는 월말에 급여를 받고 다음 달 월초에 카드 값이 빠져나가는 패턴으로 오래 지냈다. 지난 달만 해도 마지막 월급에서 카드 값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는데, 이번 달은 달랐다.

 

 6월 말, 지난달과는 다르게 아무런 소득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7월 초,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의 카드 값이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존에 목돈을 넣어둔 계좌에서 카드 값이 빠져나갈 계좌로 돈을 옮겨두었다. 동시에 앞으론 예전보다 긴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단호히 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긴축의 칼날을 가져댄 곳은 바로 카라멜 팝콘이었다. 난 카라멜 팝콘, 마카롱, 휘낭시에 같은 것들을 너무 좋아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달달하고, 살이 찌고, 맛있고, 밥 값이랑 가격이 비슷할 정도 가격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이다.


 특히 카라멜 팝콘에 대해서는 개인 블로그에는 이런 편의점 카라멜 팝콘 비교 글까지 남겨뒀을 정도로, 카라멜 팝콘을 좋아한다. https://m.blog.naver.com/marag/222713813101


 참고로, 난 CGV 말고 메가박스의 카라멜 팝콘을 좋아하고, (망했지만) 집 근처에 있는 어떤 개인 카페의 카라멜 팝콘을 무척 좋아했다. 최근에는 백억커피의 카라멜 팝콘도 즐겨 먹었다. 그들은 한 7000원 정도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예전에는 돈을 벌었으니까 7000원 정도 내고 팝콘을 먹을 수도 있지. 근데 지금도 그 돈을 내고 내가 팝콘을 먹어도 되는가?'


 7000원. 물론 당장 그 정도 돈을 내고 카라멜 팝콘을 몇 통이고 사 먹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 백수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양은 조금 적어도 2000원 전후에서 먹을만한 카라멜 팝콘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난 요즘 내 입맛에 적합한 카라멜 팝콘을 찾는 중이다. CU 편의점, 이마트 편의점, 노브랜드, 동네마다 있는 아이스크림할인점, GS편의점, 세븐일레븐 등을 돌아다니며 내게 맞는 팝콘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다.


 카라멜 팝콘만 있는 팝콘이 좋은데, 뜬금없이 다른 맛의 팝콘과 섞여 있는 불상사도 흔했다. 팝콘의 형태도 무척 중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팝콘 모두 버터플라이형이었기 때문에 머쉬룸형이 아닌 버터플라이형으로 되어 있는 팝콘인지 여부도 필수 확인요소였다.

출처 : 나무위키

 지금까지는 그냥 7000원을 내고 먹고 싶은 팝콘을 사면 되니까, 버터플라이가 뭔지 머쉬룸이 뭔지 알 필요가 없었지만, 이젠 이런 것도 알아야 내 상황에 맞게 합리적인 팝콘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검토와 확인을 거친 결과, 커널스 씨네마 팝콘 카라멜이 내게 가장 맞는 옵션이 될 거라는 판단이 섰다. 이 팝콘을 구매하기 위해 동네의 편의점과 슈퍼 8곳을 돌았지만 오프라인 구매를 하지는 못했다. 조만간 온라인으로 구매를 할 생각이니, 맛있다면 카라멜 팝콘을 좋아하는 이를 위해 후기를 남기도록 할 예정이다.




 퍽 진지하게 팝콘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뒀는데, 지난 며칠 동안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좀 더 저렴한 버전의 간식으로 대체하는 일은 좀 중요했다. 어찌 보면 조금 소모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팝콘 말고 지난주에 나름 나에게 생산적인(?) 변화도 있었다.


 지금까지 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과정을 공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한 지인 A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A는 나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있고, 내가 그 회사를 입사하고 싶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의지도 있다. 근데 나는 A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그 회사에 지원하는 것도 결국 포기한다.


 왜냐? 그런 일로 도움을 요청했는데 혹시라도 떨어지는 것이, 면접 과정 중에 내가 뭔가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 것이 너무 창피하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인데 난 이게 너무나도 창피하다. 도움을 요청했다가 내 능력이 A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아닌가 두렵기도 하고, 차라리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맨날 생각만 하며 선택도 집중도 못하고, 혼자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끙끙대다 아무것도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지난주에 올린 첫 번째 브런치 퇴사글은 꽤나 용기를 내고 발행한 글이었다.


https://brunch.co.kr/@ilovesummer/134


 혼자 끄적거린 일기 같은 글을 누가 재미있게 봐줄까 싶었다. 근데 그 글은 갑자기 다음 메인에 소개되더니, 며칠 만에 4.7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출처 : 실제 통계 이미지 캡처

 글이 재미있다는 댓글에는 뭔가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제목을 보고 글을 클릭해주고, 글이 좋다고 하트를 눌러주고, 더 정성을 들여 댓글을 달아준다는 것. 그게 며칠 동안 참 신났다.


 내가 글을 발행할 때마다 이런 행운이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때로는 미완성 같은 뭔가를 세상에 내놓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메인에 걸렸다는 뿌듯함 때문인지 한 주가 계속 기분이 좋았다. 운동도 한 3번은 했다. 그러다 문득 몸이 너무 뻐근해서 단체 PT를 해주시는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나 : 선생님, 근데 혹시 이렇게 열심히 자주 운동하면 근손실이 오지는 않을까요?

선생님 : 회원님, 근손실은 회원님 상황에서는...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회원님은 운동하고 잘 드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잘 드시죠? 그렇죠? 그럼 괜찮을 겁니다.


 선생님의 결론은 이랬다. 난 근손실을 논하기에는 손실 될 근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렇게 운동을 많이 하지도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 아주 잘 먹고 있기 때문에 근손실을 많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체지방이 36%인 나에게, 운동만 한다면 지금보다는 좋아질 일 밖에 없는 몸이니까 꾸준히만 하라고 격려도 듬뿍 해줬다. (격려인지 놀림인지는 살짝 헷갈린다.)


 다음 주도 이번 주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 드는 거 엄청 긍정적인 징조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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