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요!"
웬일로 10살 큰 아들이 내게 말한다.
몇 년 만에 먼저 사랑한다고 말한 건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건아,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앗싸! 체크리스트 성공!!!"
허무하다.
태권도장에서 받은 체크리스트 미션이었다.
낚였다.
낚였지만 기분 좋은 낚임이다.
(이런 걸 왜 시키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 억지로라도 해주렴.
나는 거추장스러운 걸 싫어해서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반지 등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 물건 사는 것 외엔 날 위한 쇼핑도 거의 하지 않는데, 오늘 기회가 있어서 머리핀을 하나 샀다.
핀을 머리에 꽂았더니 큰 아들이 관심을 가지며 하는 말.
"엄마, 귀여워."
"오, 그래?"
"참고로 칭찬하는 말 아님."
"왜? 귀엽다는 말 칭찬 아니야?"
"어, 아니야."
"그럼... 나이에 안 맞아 보인는다는 거야?"
"어. 귀여운 건 세 살 애기한테나 어울리는 거지. 엄마 쫌 이상해."
또 낚였다.